오리지널 마인드 (조너선 밀러 외, 2018)

시나리오/스토리|2022. 9. 12. 20:00

책소개
가즈오 이시구로로부터 "전세계에서 작가 인터뷰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 엘리너 와크텔의 또 다른 인터뷰집. 세계적인 사상가, 작가,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수전 손택, 놈 촘스키, 조너선 밀러, 조지 스타이너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고 자기 분야를 확장하며 한 시대의 획을 그은 혁신가들의 ‘독창적인 정신’을 만날 수 있다.


목차
머리말・ 6
들어가며・ 12
조너선 밀러・ 21
제인 구달・ 83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131
조지 스타이너・ 165
데즈먼드 투투・ 217
수전 손택・ 241
아마르티아 센・ 285
글로리아 스타이넘・ 331
재레드 다이아몬드・ 373
올리버 색스・ 415
제인 제이콥스・ 449
움베르토 에코・ 491
메리 더글러스・ 533
놈 촘스키・ 581
아서 C. 클라크・ 613
해럴드 블룸・ 651
참고문헌 ・ 711


용감해야 독창적일 수 있다
웃음거리가 될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기존의 생각과 어긋나는 것을 내뱉어야 한다
―이것이 ‘오리지널 마인드’다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호기심이고, 관심이 가고 흥미롭고 서로 연관된 문제들에는 해답이 있고, 그러한 문제들은 또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흥미롭습니다.”
-조너선 밀러

토머스 헉슬리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었을 때, 그는 책을 덮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정말 멍청하군.”
정말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사람들은 비유를, 비슷한 점을 갑자기 알아본다. 의사이자 배우이자, 연극·오페라 감독, 조너선 밀러의 말이다. 정말로 좋은 것, 어떤 진실됨, 호기심, 용기, 사랑… 이런 것들은 사람들을 변하게 만든다. 독창적이고 고유한, 대범하고 과감한 정신을 가진 ‘오리지널 마인드’들은 우리를 다른 사람이 되게 한다.
『오리지널 마인드』는 전 세계에서 인터뷰를 가장 잘하는 사람으로 작가들에게 손꼽히는 엘리너 와크텔이 16인의 세계적 지성·예술가·작가에게 우리를 대신해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소설가 캐럴 실즈의 말처럼, “엘리너는 내가 정말 묻고 싶은 질문을 던진다”.

전설과 같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것은 특권이다
제인 제이콥스 웨이(웨스트 빌리지, 뉴욕), 제인 제이콥스 파크(토론토), 제인 제이콥스 스트리스(사우스 캐롤라이나; 노스 캐롤라이나), 제인 제이콥스 조각의자 (빅토리아 메모리얼 스퀘어, 토론토)……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 ‘거리’ 이름과 공원을 수 개나 가진 제인 제이콥스. 그녀는 ‘도시의 전설’로 불린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라는 놀라운 저작을 남긴 제이콥스는 “우리 시대에 이와 비견할 만한 충격을 준 다른 작가의 이름을 대기 어렵다”는 평을 듣는다. 그런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 가족 이야기,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귀찮은 여자들” 목록에 뽑히게 된 다종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독자에게 축복이다. 조지 스타이너가 다른 이의 뛰어난 작품을 볼 때 “사랑의 빚”을 느낀다고, 그것을 알게 된 것이 어마어마한 특권 같다고 말한 것처럼, 이런 작가들의 삶과 정신의 조각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마어마한 특권 같다.

가장 멍청하고 한가한 순간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미국 CBS의 <레이트 레이트 쇼>의 진행자로 실없는 농담의 대가인 크레이그 퍼거슨은 2009년 데즈먼드 투투 전 대주교와의 인터뷰 후 쇼를 그만두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해방운동의 영웅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즈먼드 투투는 우리의 현재 모습을 보게 한다. 그저 그것만으로 타인의 인생을 바꾼다. 남아프리카 난민들의 삶도, 코미디언의 삶도, 그의 이야기를 듣는 우리의 삶도.

순진해도 괜찮아, “모두 함께 걱정하면 하나가 된다”
엘리너 와크텔의 라디오쇼 <라이터스 앤드 컴퍼니(Writers and Company)>에서 데즈먼드 투투 전 대주교의 방송이 나가고 방송국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투투의 낙관주의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이 가진 지식과 지혜를 모두 내놓아도 좋다”고.
20세기 페미니즘 진영에서 상징적 존재로 역사에 남을 인물,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어머니로부터 “모든 것이 나아질 수 있다”고 배웠다고. 그런 어머니의 의식적인 가르침을 통해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모습을 본보기 삼아 배웠다. 또한 불행했기 때문에 낙천주의자가 되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까지 다시 나빠질 수는 없어,라고 계속 생각했으니까요.”(본문 346쪽)

『뉴욕』매거진에서 저에게 “남자처럼 글을 쓰시네요”라고 말하면 저는 “아, 고마워요”라고 대답했죠. 중요한 건 마음상태예요. 저는 낙천성을 발휘해서 휴머니즘으로 넘어가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본문 351쪽)

여성으로서 우리에게 두 가지 선택안이 있다고 늘 생각해 왔다는 스타이넘. 그것은 “페미니스트냐 마조히트느냐, 완전한 인간이냐 그렇지 않느냐”이다. 평등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서로가 만족스러운 관계라는 의미의 사랑은 페미니즘에 의해 가능해졌다는 그녀의 말에, 플레이보이지에 위장잠입을 한 그녀의 겁없음에, 페미니스트 잡지 『미즈』를 이미 47년 전인 1971년에 창간한 그녀의 실행력에, 우리는 분명 빚을 지고 있다. 세상이 나아지길 원하는 마음, 인간의 삶을 헤아리는 마음이었을 뿐이었다며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그저 손을 내저을 뿐이겠지만.

우리는 매일 조금씩 다른 세상을 산다
조지 스타이너가 말하는 ‘리멤브런서’는, 그가 7세기, 8세기 법률책에서 훔쳐온 법적 용어다. “기억을 책임지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 단어를 썼다(본문 214쪽).
“아직도 세월호 얘기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썼을 법한 말이다. “현재 우리는 계획된 기억상실”에 걸렸고, 젊은 세대는 과거를 모른 채 자란다. 전쟁은 잊히고 비극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조지 스타이너는 “인간이라면 자신의 현재뿐 아니라 자신이 온 과거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리멤브런서라 말한다. 전쟁 기념탑에 새겨진 이름을 10개 외우고 가까운 사람에게 들려주자는 제안―그러면 이 땅의 누군가는 기억하는 것 아니냐는 말. 이 제안에 자신이 쓴 글 모두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담겨 있다 말하는 그.
위안부 생존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날 때, 세월호 리본이 하나둘 떨어질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억하는 것, 그럼으로써 과거를 책임지는 일일 것이다.

“문제 해결 주체가 다양할수록 문제해결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분야와 동떨어진 문제들을 업무 중에 접한 해결책과 연관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문제 해결 주체가 다양할수록 문제해결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누군가는 거리에서, 누군가는 수식으로, 누군가는 이름을 외우는 일로, 누군가는 강연으로, 누군가는 글로, 누군가는 오페라와 영화로 세상과 대결한다. 이 책에 실린 16인의 독창적 정신(오리지널 마인드) 외에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이 나아지게 만드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는 매일 조금씩 다른 세상을 산다. 촘스키 이후의 언어학, 올리버 색스 이후의 신경학, 메리 더글라스 이후의 인류학이 인류의 풍경을 바꾼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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