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진주완,정철,류철, 2018)
책소개
위키백과Wikipedia는 누구나 참여해 지식을 구성할 수 있고,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종이로 출판되던 대부분의 백과사전이 존재감을 잃은 지금, 위키백과는 널리 읽히고 지속적으로 갱신되며 지식의 축적과 유통에 공헌하는 유일한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설립 취지나 참여 주체, 운영 방식, 검증 시스템 등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책은 위키백과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첫 단행본으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위키백과의 근간을 이루는 인류의 지적 전통에서 출발하여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개인들이 어떻게 인류 지식의 거대한 보고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별다른 진입 장벽도 없고 특별한 보상도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어떻게 망가지지 않고 유지되는지 등 위키백과가 움직이는 원리를 소개한다.
2부에서는 사람들이 위키백과에 대해 품은 궁금증이나 불만을 모아 유머러스한 Q&A 방식으로 정리했고, 3부에서는 위키백과에서 직접 문서를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는 실전 매뉴얼을 제공한다.
목차
추천사 4
들어가며 6
1부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1장 위키백과, 정체를 밝혀라!
커뮤니티가 만들어내는 백과사전 20 / 온라인 백과사전 24 / 위키백과를 떠받치는 다섯 원칙 27 / 불신의 시스템으로 쌓아 올린 신뢰도 29 / 상호 감시와 무한 신뢰의 공존 34
[[위키백과:사랑방]] 외래어 표기 문제 40
2장 위키백과를 이루는 것들
위키백과와 밈 47 / 문자를 이용한 지식의 축적 49 / 지식의 커뮤니티 52 / 모든 것을 담은 책 55 / 네트는 광대하니까 59
[[위키백과:사랑방]] 이상한 편집 전쟁 3 65
3장 위키백과의 역사
위키백과 태어나다 70 / 위키백과의 성장 75 / 한국어 위키백과 84 /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94 / 위키백과의 미래, 위키데이터 99
[[위키백과:사랑방]] 한국어 위키백과와 덕후 104
4장 위키백과 사용 가이드
위키백과의 정책 107 / 위키백과 문서를 읽는 방법 114 / 위키백과 커뮤니티 124
[[위키백과:사랑방]] 다른 흥미로운 위키들: 협업의 즐거움1 38
5장 위키백과의 자매 프로젝트
미디어위키 144 / 위키낱말사전 148 / 위키미디어 공용 151 / 위키문헌 155 / 기타 프로젝트 156
[[위키백과:사랑방]] 위키백과 사용자: 21세기의 사관 158
2부 Q&A로 살펴보는 위키백과
1장 왜 어떤 것은 된다고 하고, 어떤 것은 안 된다고 하나요?
Q. 제가 다니는 학교, 제가 일하는 회사, 또는 저희 부모님이 하시는 식당을 위키백과에 등재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163
Q. 저는 우리 학교에서 정말 유명한 학생인데 왜 위키백과에 등재하면 안 되나요? 169
Q. 백과사전에는 모든 정보가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왜 이렇게 안 된다고 하는 게 많은가요? 172
Q. 제 블로그에 있는 글을 위키백과에 가져와 문서를 보강했는데, 저작권 침해라고 내용이 삭제되고 저는 저작권 침해로 계정을 차단당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175
Q. 저는 비교적 잘 알려진 유명인사로 위키백과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에 성추행 관련하여 재판을 받은 사실과 그 판결 내용이 위키백과에 올라와 있어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금은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데, 그 내용을 지워주실 수는 없나요? 178
Q. 위키백과에는 왜 유튜브 동영상을 삽입하면 안 되죠? 182
Q. 종현 오빠가 세상에 없어도 여전히 5HINee는 5명인데 왜 위키백과는 이전 멤버로 분류하나요? 너무 노매너 아닌가요? 183
[[위키백과:사랑방]] 영원히 사는 위키백과 187
2장 위키백과는 누가 만드나요?
Q. 위키백과 편집자들은 관심사가 넓고 모르는 게 없는 천재들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190
Q. 위키백과를 의도적으로 망치려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키백과가 이런 사람들에 의해 엉망이 되지 않는 것이 신기합니다. 비결이 뭔가요? 193
Q. 위키백과에 기여는 안 하면서 다른 사람의 편집에 시비를 거는 편집자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추방하는 것이 좋지 않나요? 196
Q. 위키백과를 읽어보면 이게 한국말인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편집자들의 수준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만, 개선할 여지가 있을까요 198
Q. 북한이라고 해야 할 곳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이 사용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위키백과는 좌편향된 사람들이 점령한 것인가요? 200
Q. 위키백과를 편집하면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도움이 될까요? 그러니까, 제 스펙으로 써 먹을 수 있을까요? 205
Q. 위키백과를 편집할 때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라고 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힘이 듭니다. 그냥 혼자 편집하게 놔두시면 안 되나요 206
[[위키백과:사랑방]] 위키백과 편집자 인터뷰 210
3장 위키백과의 안과 밖
Q. 나무위키와는 뭐가 다른가요? 나무위키에 지고 있는 것 아닌가요? 219
Q. 페이스북이 위키백과보다 훨씬 재미있지 않나요? 221
Q. 위키백과는 네이버 지식백과보다 믿을 만한가요? 223
Q. 영어판, 일본어판에 비해 한글판은 좀 구린 것 아닌가요 230
Q. 한국 위키, 한글 위키, 국어 위키가 아닌 이유는 뭔가요 232
Q. ‘독도’ 문서의 분류 가운데 ‘영토 분쟁 중인 섬’이 있습니다. 독도는 엄연히 한국령입니다. 이렇게 기술하면 일본의 영토 야욕에 편승하는 것 아닌가요? 영토 분쟁 지역이 아니라는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이 분류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235
[[위키백과:사랑방]] 스페인 VS 에스파냐 241
4장 조금 기술적이거나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들
Q. 위키백과는 개인 블로그에 비해 설명도 딱딱하고 이미지가 너무 적지 않나요? 개선했으면 좋겠습니다. 244
Q. 위키백과 문서의 본문이나 삽입된 사진, 음성, 동영상을 가져가 사용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249
Q. 위키백과는 전 세계에서 이용하는 사이트입니다. 막대한 트래픽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250
Q. 위키백과 문서에는 여러 출처가 적혀 있는데, 그 출처들은 정말 믿을 만한가요? 255
[[위키백과:사랑방]] 『브리태니커』 한국어판 편집자 장경식이 본 위키백과 261
3부 위키백과 편집 매뉴얼
1장 일단 눌러보자
위키문법 269 / 위키백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72 / Hello, World! 278 / 간단한 규칙과 문법 284 / 기존 문서의 수정 288 / 새 문서의 작성 290
2장 위키백과인이 되는 지름길, 토론하기
토론의 규칙과 방법 293 / 커뮤니티 공간 300 / 편집 이력의 추적 304
[[위키백과:사랑방]] 한국어 위키백과 토론 하이라이트 307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인간에 대한 불신, 미래에 대한 비관, 인터넷에 대한 체념을 뒤집는 위키백과의 생각들
위키백과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누구도 소유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동등한 발언권을 갖습니다.
아무런 대가도 보상도 바라지 않습니다.
늘 선의의 건설자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믿습니다.
완벽하지도 균질하지도 않습니다.
끊임없는 토론과 고쳐 쓰기로 오류를 줄여 나갑니다.
전 세계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위키백과는 현대인들이 막연하게 공유하는 다소 비관적인 생각들, 즉 ‘인간의 선의에 기대어서는 아무 일도 안 된다’,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인터넷은 곧 쓰레기장이 될 것이다’, ‘인간은 보상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전문가의 검증 없이 지식을 배포하는 것은 위험하다’ 등과 같은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뒤집는 대담한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들의 모토인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이 가리키는 대로 어떤 자격이나 지위,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획득한 지식과 정보를 적절한 출처와 함께 제시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인류 공동의 지식을 만들어가는 여정에 함께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의 참여는 당연히 오류와 불균형, 크고 작은 소란을 야기하지만, 위키백과 커뮤니티는 함께 만든 정책과 지침을 바탕으로 끝없는 토론과 합의를 통해 더 나은 지식을 향해 나아간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폴 메이슨은 『포스트 자본주의: 새로운 시작』에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개인들이 정보기술을 활용해 가격이 매겨지지 않은 무한한 양의 정보를 생산하는 것을 ‘자본주의 이후’ 사회의 큰 특징으로 보았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위키백과를 들었다. 실제로 위키백과 편집자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세상의 모든 지식을 정리하고 있고, 그렇게 축적된 내용은 누구도 소유하지 않은 채 전 세계 모든 이에게 무료로 배포된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위키백과라는 견고한 시스템 안에서 순조롭게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위키백과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일은 단지 새로운 형태의 백과사전을 살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갖게 된 개인들이 국경, 전문가의 권위, 경제적 이익, 소유 등 기존의 가치를 모두 뛰어넘어 새롭게 구축하는 사회를 전망하고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불신으로 쌓아 올린 견고한 신뢰도
: 믿을 수 없던 인터넷 사이트가 가장 신뢰할 만한 매체가 되기까지
위키백과는 2001년 처음 등장한 이래 지속적으로 그 신뢰도를 의심받았다. 전문가들이 항목을 선별하고 일정한 형식과 체계에 따라 집필하던 전통적인 백과사전과 달리, 위키백과는 불특정 다수가 익명성을 유지한 채 자신이 백과사전에 등재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항목을 각자 알아서 집필해가는 방식을 취한다. 따라서 꼭 필요한 항목이 빠져 있기도 하고, 덜 중요한 항목이 집필자의 관심이나 선호에 따라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기도 한다. 음악이나 영화 등 취미의 영역에서는 해당 분야를 파고 들어가는 이른바 ‘덕후’의 존재가 항목의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도 다반사다. 다시 말해서 위키백과는 완전하지도 균질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위키백과는 믿을 만한 매체가 못 되는가? 그렇지 않다. 위키백과가 지닌 오류는 전통적인 백과사전이나 다른 매체와 비교할 때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수준임이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되었다. 이는 위키백과가 일부 사용자의 악의적 행동이나 오류, 실수 등을 즉각 차단 및 수정할 수 있는 매우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위키백과 편집자들은 기본적으로 서로를 불신한다. 누군가 새로운 문서를 작성하면, 그 내용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신뢰할 만한 출처를 집요하게 요구한다. 그러한 출처로는 학술논문, 신문이나 방송의 보도, 평판 있는 출판사에서 발행한 단행본이나 잡지 등 공공성을 갖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서술만이 인정된다.
또한 위키백과는 이런 의심과 불신이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의 구성과 편집 방식에도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해두었다. ‘최근 바뀜’, ‘역사 보기’, ‘토론’이 그것이다. ‘최근 바뀜’은 가장 최근에 편집된 내용부터 상위에 올라오는 페이지로 불특정 다수가 수시로 검토나 감시를 할 수 있는 장치다. 띄어쓰기나 마침표 하나까지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으면 곧바로 모든 변경사항이 이곳에 노출된다. 요즘 언급되는 블록체인 수준의 투명성이 위키백과에서는 이미 20년 전에 구현된 것이다. ‘최근 바뀜’에서 변경사항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역사 보기’ 메뉴로 들어가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바뀐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누구라도 직접 수정하거나 해당 문서에 마련된 토론방 혹은 그 문서를 작성한 사용자 계정의 토론 공간에 가서 ‘토론’을 시작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사용자들이 엄격한 검증과 투표를 거쳐 뽑은 관리자들이 문서의 훼손을 막고, 악의적인 사용자를 차단하는 등 꾸준한 감시와 관리를 하고 있다. 이런 철저한 불신과 상호 감시의 구조는 역설적이게도 위키백과가 다른 어떤 온라인 매체보다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는 기반이 되었다.
위키백과는 누가 만들까?
처음으로 존재를 드러낸 모니터 뒤의 사람들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위키백과를 이용해보았을 것이다. 보고서를 쓰다가, 숙제를 하다가, 혹은 책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다가 어떤 인물이나 사건이 궁금해 인터넷 검색을 했을 때 그 결과의 상단에는 항상 위키백과가 나온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용할 뿐 아니라, 신뢰할 만한 웹사이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치 사전을 펼치듯 어떤 확실한 설명이나 잘 정리된 내용을 기대하며 위키백과를 드나들지만, 사실 그 수많은 문서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이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 학교 학생일 수도 있고, 옆 부서의 팀장일 수도 있으며, 단골 카페의 주인일 수도 있다.
위키백과의 안정적인 성장과 온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집단지성의 힘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긴 했지만,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위키백과 편집자들은 모두 익명성을 기반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어 위키백과 사용자들이 만든 비영리 단체인 한국위키미디어협회의 제안으로 시작되었고, 세 명의 공저자 역시 초창기부터 활동한 위키백과 편집자이다. 따라서 이 책은 위키백과를 소개하는 일종의 가이드북인 동시에 모니터 뒤의 사람들, 이른바 ‘랜선 동료’들이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장이기도 하다. 책에는 위키백과 편집자 두 사람의 짧은 인터뷰가 실려 있고, 저자들이 소개하는 위키백과 커뮤니티 안의 다양한 에피소드는 위키백과 편집자들의 특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위키백과 편집자들은 아무런 사심 없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인류 공동의 지식을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태지만, 외래어 표기나 문서 형식 등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도 있는 문제에 열을 올리며 장시간 토론을 이어가기도 한다. 서로의 편집 결과물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하고, 원칙에서 벗어나거나 근거가 빈약하다고 여겨지는 내용은 과감하게 수정하거나 삭제하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학술논문을 읽고 외국어 자료를 번역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때로는 토론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 합의를 이루면 일단은 승복하고 합의된 결론을 존중한다. 한편 위키백과는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좁고 깊게’ 파고 들어가는 이른바 덕후들에게 최적화된 놀이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게임, 스포츠, 역사, 철도, 밀리터리 등의 분야는 유서 깊은 ‘덕후 양성소’로 바깥세상에서는 다소 특이한 취향을 가졌다 여겨지는 사람도 이곳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참여자로 활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위키백과 특유의 문화는 참여자들을 까다로운 원칙주의자이자 토론의 달인, 특정 분야의 덕후로 꾸준히 단련시키며, 각자의 모니터 앞에 앉은 이들을 느슨하게나마 하나의 커뮤니티로 만들어간다.
주요 내용
지속적으로 오류를 수정해가는 위키백과 VS 오보를 오보인 채 두는 언론
2017년 12월 27일 JTBC는 “‘청산가리 6000배’ 협죽도, 학교 앞 산책로 도처에 깔려”라는 뉴스를 보도했다. 이 보도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협죽도가 함유하고 있는 독의 주성분을 ‘라신’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올레안드린’이다. 라신이란 독성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올레안드린의 반수 치사량은 300ug/kg으로 청산가리의 5~10mg/kg보다 강한 맹독성이긴 하지만 ‘6000배’란 표현은 지나친 과장이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은 협죽도의 맹독성을 보도할 때마다 동일한 문구를 검증 없이 사용해왔다. 2008년 9월 7일 국민일보가 보도한 “위험한 가로수… 경남 남해 도로변 식재 협죽도에 맹독”을 살펴보면 이때도 이미 독성 물질의 이름을 ‘라신’이라 했고 청산가리의 6000배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2012년 11월 21일, 위키백과에도 별다른 출처 제시 없이 같은 문구가 삽입되었다. 2017년 12월 JTBC의 보도가 나가자 인터넷 매체인 〈사이언스 라이프〉(http://thesciencelife.com)는 이것이 오보임을 지적했고, 위키백과의 해당 항목은 곧바로 수정되었다. 그러나 각종 언론 보도는 여전히 수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_ 29~30쪽
이상한 편집 전쟁
위키백과의 대표적 논쟁 가운데 하나가 바로 표기의 문제다. 〈스타트렉 인투 다크니스〉에서는 전치사 ‘into’가 문제가 되었다. ‘Star Trek’과 ‘Darkness’는 관례에 따라 대문자로 시작하는 것에 이의가 없었다. 그렇다면 ‘into’는? (중략) 〈스타트렉 인투 다크니스〉의 포스터는 모든 글자를 대문자로 ‘STAR TREK INTO DARKNESS’라고 표기했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위키백과 사용자들은 ‘Into파’와 ‘into파’로 나뉘어 편집 전쟁을 벌였다. 한때 ‘InTo’가 타협점으로 제시되기도 했고, 포스터처럼 모든 글자를 대문자로 표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Into파’와 ‘into파’ 사이의 접점은 찾지 못했다.
결국 논쟁을 해결한 것은 다른 곳의 용례였다. 둘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일반적인가를 놓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영어 위키백과의 표제어는 ‘Star Trek Into Darkness’가 되었다. 이 결정에 모두가 찬성한 것은 아니지만 편집자들은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여 더 이상 논쟁을 벌이지 않기로 했다. 물론 ‘I’를 ‘i’로 바꾸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_ 67~68쪽
위키백과를 통째로 옮겨가 다른 백과사전을 만들어도 좋다
위키백과에 올라온 내용은 그것을 직접 편집한 당사자를 포함하여 어느 누구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위키백과의 모든 지식은 위키백과 자체의 저작권에 따라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 내용을 위키백과에서 가져왔다고 밝히기만 한다면 누구든 어떤 목적으로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키백과가 이런 저작권 정책을 택한 이유는 위키백과의 출발 자체가 자유저작권운동과 매우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사용자 커뮤니티는 만일 지미 웨일스가 영리적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든다면, 위키백과의 콘텐츠를 몽땅 옮겨서 별도의 비영리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위협은 실질적이었다. 위키백과의 저작권은 지미 웨일스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모든 참여자가 공유하고 있었고, 그들은 위키백과가 자유라이선스로 사용되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에 누구든지 언제든 그 콘텐츠를 복제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스페인어 커뮤니티는 위키백과의 내용을 옮겨가 ‘스페인어 범자유 백과사전Enciclopedia Libre Universal en Espa?ol’을 개설했다. 훗날 한국에서는 비슷한 이유로 엔하위키/리그베다위키가 나무위키로 이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을 ‘분기fork’라고 부른다. _ 76~78쪽
만국의 덕후여, 단결하라! 위키백과 안에서!
한 명의 덕후는 ‘일반인(덕후 사이에서 덕후가 아닌 사람을 부르는 호칭)’ 100명의 몫을 너끈히 감당한다. 위키백과 콘텐츠의 발전은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기여에 의존하기 때문에 분야마다 편차가 심하다. 덕후 한 명이 위키백과에 에너지를 쏟아붓기 시작하면 해당 분야의 문서가 갑자기 발전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몇 사람이 뜻이 맞아 함께 작업하기 시작하면 다른 분야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이른다. 그렇기 때문에 위키백과 커뮤니티는 모든 덕후를 환영한다.
물론 좋은 점만 있을 리는 없다. 덕후의 상당수는 혼자만의 작업에 익숙하기 때문에 위키백과처럼 여러 사람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 그러나 같이 작업하는 동안 혼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결과물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덕후들은 신세계를 만난다. 과연 누가 혼자서 유럽축구연맹의 모든 리그와 그에 속한 모든 클럽의 정보를 정리할 수 있겠는가? 위키백과의 덕후 연맹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중략)
위키백과는 다른 어느 곳보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밀도가 높다. 이 안에서 덕후의 에너지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만국의 덕후여, 단결하라! 위키백과 안에서! _ 105~106쪽
이전에 성추행 관련 재판을 받은 사실과 그 판결 내용이 위키백과에 올라와 있어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 내용을 지워주실 수는 없나요?
위키백과에는 특히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문서를 작성할 때 더 엄격하고 중립적이며 사실에 근거한 서술을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없었던 일을 허위로 기록하는 것도 금지되지만, 있었던 일을 자의적으로 삭제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유명인사가 성추행으로 재판을 받아 처벌되었다는 사실은 해당 인물을 설명할 때 매우 중대한 사실로 취급됩니다. (중략)
흥미롭게도 위키백과 내에서 이런 ‘과거 세탁’ 시도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례는 바로 위키백과의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입니다. 그는 과거에 성인 정보 검색 사이트인 보미스를 통해 번 돈으로 위키백과를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그 과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은근슬쩍 관련 내용을 지우려 시도했지만 사용자들이 이를 발견하고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웨일스는 보미스 관련 내용도 지우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지우려는 부도덕한 시도를 했다는 사실까지 문서에 남기게 되었습니다. 설립자조차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시스템이 바로 위키백과입니다. _ 179쪽
위키백과를 의도적으로 망치려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키백과가 이런 사람들에 의해 엉망이 되지 않는 비결이 뭔가요?
위키백과의 모든 문서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의 이력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편집 역사도 잃어버리지 않고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문서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놓칠 수가 없습니다. 또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도 아주 손쉬운 일입니다. 장난으로 훼손한 문서를 한 번의 클릭만으로 직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위키위키의 가장 커다란 장점이고, 위키백과도 이 큰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편집 내용을 분석해 이전 문서와 어느 부분이 달라졌는지를 표시해주는 기능도 있기 때문에 잘못된 편집을 찾아내는 데 아주 효율적입니다. _ 194~195쪽
북한이라고 해야 할 곳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이 사용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위키백과는 좌편향된 사람들이 점령한 것인가요?
위키백과는 국경을 넘은 보편적 지식을 목표로 합니다. 한국어 위키백과 역시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면 국적에 관계없이 편집하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한국인이 편집하기 마련이지만, 꼭 한국인만 읽는 것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 위키백과에서는 국가의 공식 명칭을 사용합니다. 한국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위키백과 커뮤니티의 토론에 의해 정해진 규칙입니다. 한국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길고 익숙하지 않은 명칭 대신 북한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고 있지만, 한국어 위키백과를 읽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북한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더 편향된 것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북한이라는 용어는 위키백과의 기본 정신 가운데 하나인 중립성에 어긋납니다. 국가의 공식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위키백과의 기본 정신을 따른 것이지 사용자의 이념적 편향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_ 201~202쪽
위키백과는 나무위키에 지고 있는 것 아닌가요?
얼마나 많은 열성적인 사용자들이 편집에 참여하고 있는가라는 편집의 활성도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분명 나무위키가 한국어 위키백과보다 강합니다. 그러나 체계를 세우고 지속 가능한 지식 인프라를 구축해간다는 면에서는 위키백과 쪽이 더 단단합니다. 나무위키의 내용은 온라인에서만 유통되지만, 위키백과는 다른 형태의 지식으로 바뀌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방면에서 활용됩니다. 지식의 인프라를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위키백과는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온 어떤 지식 체계보다 견고합니다. 대학에서 생산하는 학술 논문이라는 형식과 함께 인간 지식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라고 해도 좋을 체계가 위키백과입니다.
나무위키는 위키백과에 여러 가지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위키 편집은 웬만한 사람은 사용법을 익히기 어려울 만큼 난이도가 있다는 것이 통념이었는데, 나무위키는 적당한 자극이 있다면 누구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거든요. 또한 지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쉽고 친근해질 필요가 있는데, 어떻게 그 목표를 이룰 것인가의 한 방향을 나무위키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나무위키와 위키백과는 서로 적당한 자극을 주는 경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_ 220~221쪽
한국위키미디어협회
2014년 한국어 위키백과 사용자들이 자유로운 지식의 확산을 위해 만든 비영리 단체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위키미디어재단의 지원을 받아 자유라이선스나 퍼블릭 도메인으로 배포되는 콘텐츠를 개발, 수집하여 확산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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