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의 기호학 (찰스 샌더스 퍼스, 2008)

Math/수학 이야기|2022. 11. 4. 13:00

책소개
프래그머티즘의 창시자인 퍼스의 가장 중요한 논문들, 특히 기호학과 관련하여 퍼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논문들만을 한군데 모아 엮은 책 Peirce on Signs(James Hoopes ed., The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Press, 1991)를 완역한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그의 논문들은 그의 실재론적 사상체계 속에서 기호학이론이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하게 해주며, 동시에 인간의 본성, 기호, 실재, 철학적 탐구방법, 그의 독특한 ‘프래그머티시즘’에 관한 이론적 입장을 드러내 주고 있다.


목차
옮긴이 머리말 5
엮은이 감사의 말 11
엮은이 머리말 15
제1장 신의 본성을 추론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쓴 종교적 사고의 한계에 관한 에세이 41
제2장 [형이상학에 관한 논고] 43
제3장 새로운 범주목록에 관하여 55
제4장 인간에 대해 주장된 특정 능력들에 대한 물음 73
제5장 네 가지 무능력의 귀결들 103
제6장 논리법칙의 타당성 근거: 네 가지 무능력의 또 다른 귀결들 153
제7장 [프레이저의《조지 버클리 저작들》] 203
제8장 기호의 본성에 대하여 247
제9장 믿음의 고정 251
제10장 관념을 명석하게 하는 방법 277
제11장 제1성, 제2성, 제3성: 사고와 자연의 근본 카테고리 307
제12장 수수께끼에 대한 추측 317
제13장 제임스의 심리학 343
제14장 인간의 투명한 본질 359
제15장 미세한 논리학 389
제16장 기 호 401
제17장 프래그머티즘에 관한 강연 403
제18장 [“프래그머티즘”의 정의] 411
제19장 프래그머티시즘을 위한 변명의 서설 415
제20장 프래그머티시즘의 기초 421
제21장 신의 실재에 대한 간과된 논증 431
옮긴이 해제 461
참고문헌 507
찾아보기 511


출판사 제공 책소개

퍼스의 기호학은 우연성과 연속성을 동시에 갖는 우주의 실재를 서술하기 위한 의미에 대한 이론이며, 퍼스는 그 속에서 단적으로 주장된 근대적 주체의 선험성에 호소하지 않으면서도 대상의 실재와 진리의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입장을 개진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편적 실재와 객관적 진리의 개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해석자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탈형이상학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20세기 이후의 실재론적 철학자들에게 그의 기호학이 각광받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프래그머티즘의 창시자인 퍼스의 가장 중요한 논문들, 특히 기호학과 관련하여 퍼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논문들만을 한군데 모아 엮은 책 Peirce on Signs(James Hoopes ed., The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Press, 1991)를 완역한 것이다. 불운한 천재였던 퍼스는 방대한 양의 유고를 남겼다. 유고출간작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그 유고의 상당부분은 출판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의 사상 전반에 대해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사고체계가 기호학적 실재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데에는 학자들간에 이견이 없다. 따라서 퍼스 기호학의 중요 논문을 모두 수록한 이 책은 퍼스 사상의 핵심적인 부분을 담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그의 논문들은 그의 실재론적 사상체계 속에서 기호학이론이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하게 해주며, 동시에 인간의 본성, 기호, 실재, 철학적 탐구방법, 그의 독특한 ‘프래그머티시즘’에 관한 이론적 입장을 드러내 주고 있다.
퍼스의 기호학에서 의미는 대상, 기호, 해석항의 세 요소로 되어 있다. 퍼스가 의미의 문제를 대상과 기호 간의 이항관계가 아니라 해석자가 개입되는 삼항의 관계로 보고 있다는 것은 그의 기호학이론에서 매우 독특한 점이다. 이런 관계설정을 통해 그는 기호의 의미가 지속적 해석의 과정 속에서만 파악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관점은 해석자의 능동적 역할을 의미파악의 한 요소로 인정하면서도 주관주의나 상대주의에 빠지지 않고 실재론적 입장을 견지하고자 하는 의도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의 틀이 가능한 것은 퍼스가 기호를 사고가 만들어낸 어떤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기호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어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퍼스의 관점에서 보자면, 기호가 우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호 안에 있다고 해야 한다.

 

실재론자인 퍼스는 일반자가 실재한다는 주장에 머무르기보다는 그러한 일반자 혹은 보편자가 역동적이며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생각은 ‘연속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전개되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연속성이란 일반자의 존재에 대해서 뿐 아니라 인지가능한 것들의 연관에 대해서도 동시에 주장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퍼스가 이러한 연속성에 덧붙여 우리의 우주가 언제나 변화의 흐름 속에 있으며, 우주의 실재에는 자발성, 즉 우연성이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겉보기에 양립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두 측면의 동시적인 주장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퍼스는 우주의 존재방식을 우연성으로 보고, 우연성을 통해 진화해 나가는 그러한 우주의 실재를 인식하는 측면은 연속성을 통해서 설명가능하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무엇보다도 퍼스가 인간의 사유를 하나의 기호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퍼스는 사유가 우리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유 속에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유는 기호이므로, 기호는 우리를 포함하는 어떤 것이다. 사유가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데카르트주의를 비판하는 그의 독특한 관점이다. 이렇게 보면 기호 역시 실재의 한 구성요소이며, 우주의 진화에 따라 변화 발전한다. 우리의 사유는 또한 기호이므로 우리의 사유 역시 그에 따라 연속적으로 발전해 나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퍼스는 프래그머티즘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창안한 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소쉬르와 더불어 현대 기호학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퍼스는 윌리엄 제임스 등과 함께 ‘형이상학 클럽’을 만들고 프래그머티즘의 기본적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학문적 관심사와 영향력은 프래그머티즘의 전통을 훨씬 벗어난다. 퍼스는 네오프래그머티스트인 리처드 로티가 미국의 철학으로서 프래그머티즘을 부활시키고자 노력하기 이전에도 아펠이나 하버마스 같은 철학자들이 주목한 화용론적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있었다. 그는 근대 의식철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심리주의나 직관주의에 반대하면서도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반실재론적 기호이론과는 어울릴 수 없는 실재론적 입장을 견지하는 독특한 관점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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