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 - 고대 아테네부터 실리콘밸리까지 가장 창조적인 장소들 (에릭 와이너, 2018)

시나리오/천재-Genius|2022. 11. 8. 13:00

책소개
아테네, 피렌체, 항저우, 에든버러, 캘커타, 빈, 실리콘밸리……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여기에 한 시대를 풍미한 창조적 천재들이 있었다. 왜 땅도 척박하고 인구도 적은 고대 아테네에서 쟁쟁한 철학자들이 등장한 걸까? 왜 호전적인 이웃들에 둘러싸여 있던 피렌체에서 미켈란젤로와 다빈치를 위시한 천재들이 예술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걸까? 왜 시끌벅적한 빈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 같은 음악의 거장들이 활동했던 걸까?

행복한 나라를 찾아서, 영적 위안을 찾아서 전 세계를 누볐던 에릭 와이너가 이번에는 ‘왜’ 창조적 천재가 특정 시기에, 특정 장소에서 풍성히 배출됐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지금까지의 천재 논의가 개인의 자질 같은 ‘내면’에 집중됐다면,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는 천재를 만든 ‘외부’ 요인을 주목한다. 천재들이 융성한 일곱 도시를 직접 걸으며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 관점을 두루 아우르면서 하필 그 도시에서 왜 그토록 창의성이 폭발했는지를 도발적이면서도 유쾌하게 파헤친다.

“빌 브라이슨의 유머와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이 만났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필력과 해박함을 두루 갖춘 그는 거듭해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천재의 발상지를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또한 천재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적절한 인용 등을 근거로 들며 한 도시가 어떻게 천재의 창조성을 진작했는지 분석할 뿐 아니라 창의력을 기르는 데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대화의 단초를 마련한다.


목차
머리말. 골턴 상자와 함께 떠나는 모험
1장. 천재는 단순하다: 아테네
2장. 천재는 새롭지 않다: 항저우
3장. 천재는 값비싸다: 피렌체
4장. 천재는 실용적이다: 에든버러
5장. 천재는 뒤죽박죽이다: 콜카타
6장. 천재는 의도의 산물이 아니다: 음악도시 빈
7장. 천재는 전염된다: 소파 위의 빈
8장. 천재는 약하다: 실리콘밸리
후기. 빵 굽기와 파도타기
감사의 글
참고문헌


“한 천재를 길러내는 데는 한 도시가 필요하다”
천재의 흔적을 좇는 유쾌한 여정이 시작되다

아테네, 피렌체, 항저우, 에든버러, 캘커타, 빈, 실리콘밸리…… 대륙도, 면적도 제각각인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여기에 한 시대를 풍미한 창조적 천재들이 있었다. 왜 땅도 척박하고 인구도 적은 고대 아테네에서 쟁쟁한 철학자들이 등장한 걸까? 왜 호전적인 이웃들에 둘러싸여 있던 피렌체에서 미켈란젤로와 다빈치를 위시한 천재들이 예술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걸까? 왜 시끌벅적한 빈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 같은 음악의 거장들이 활동했던 걸까? 행복한 나라를 찾아서, 영적 위안을 찾아서 전 세계를 누볐던 에릭 와이너가 이번에는 ‘왜’ 창조적 천재가 특정 시기에, 특정 장소에서 풍성히 배출됐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지금까지의 천재 논의가 개인의 자질 같은 ‘내면’에 집중됐다면,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는 천재를 만든 ‘외부’ 요인을 주목한다. 천재들이 융성한 일곱 도시를 직접 걸으며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 관점을 두루 아우르면서 하필 그 도시에서 왜 그토록 창의성이 폭발했는지를 도발적이면서도 유쾌하게 파헤친다. “빌 브라이슨의 유머와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이 만났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필력과 해박함을 두루 갖춘 그는 거듭해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천재의 발상지를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또한 천재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적절한 인용 등을 근거로 들며 한 도시가 어떻게 천재의 창조성을 진작했는지 분석할 뿐 아니라 창의력을 기르는 데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대화의 단초를 마련한다.

세상의 이야기는 쿠데타와 혁명의 이야기가 아니다. 잃어버린 열쇠와 눌어붙은 커피, 품에 안겨 잠은 아이의 이야기다. 역사는 수백만 개의 일상적 순간을 무수히 합친 것이다. 이 예사로운 스튜 안에서 천재성이 조용히 끓어오른다. 빈의 카페 란트만에서 좋아하는 스펀지케이크를 조금씩 베어무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베른의 스위스 특허청 사무소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아인슈타인. 덥고 먼지 자욱한 피렌체 공방에서 이마의 땀을 닦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렇다. 이 천재들은 세상을 변화시킬 원대한 생각을 품었지만, 이들의 행위는 작은 공간에서 이뤄졌다. 바로 여기서. 모든 천재는 모든 정치가가 그렇듯 국지적으로 행동한다_33쪽

천재는 우연히 등장하지 않았다
에릭 와이너는 단순히 지능 지수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인류사에 있어 도약을 이뤄낸 사람 즉 창조적 의미에서의 천재를 좇는다. 그는 이 천재 집단이 한 가지 성향을 가졌는지, 이들이 살아간 장소에 공통점이 있었는지, 시대정신이 시들해진 다음 그 장소에서 천재성이 완전히 증발했는지 등 의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돈키호테처럼 무모한 여정을 시작한다. 천재들이 이뤄낸 도시의 황금기는 불과 수십 년, 길어야 반세기 동안 번성한 뒤 급작스럽게 끝나버린다. 하지만 인류사 관점에 볼 때 찰나에 불과한 그 짧은 순간에 천재들이 이뤄낸 성과는 오늘날까지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아테네의 민주주의, 철학부터 시작해 항저우에서 발명된 자기나침반, 피렌체에 남아 있는 두오모를 비롯한 예술 작품들, 캘커타의 문학 작품과 에든버러 황금기의 유산인 화학, 경제학, 의학 분야의 발전에 더해 빈의 고전음악과 정신분석학,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술까지 천재들이 남긴 유산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전성기가 끝났음에도 오늘날 그 장소를 다시 찾는 에릭 와이너의 여정은 그렇기에 유의미하다. 옛 도시 위에 새롭게 세워진 천재의 발상지를 거닐며 그는 천재의 장소가 결코 낙원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낙원에서는 아무것도 요구되지 않으나 천재는 새롭고 기발한 방식으로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며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작고 더러운 아테네에서, 역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간 피렌체에서, 우중충한 에든버러에서, 영국과 인도의 문화가 충돌한 콜카타에서, 이민자들이 몰려든 빈에서, 허허벌판인 실리콘밸리에서 창조적 천재들이 등장했다. 즉, 에릭 와이너는 우리가 제약을 맞닥뜨렸을 때, 그리고 어느 정도의 마찰과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창조적 에너지가 분출한다는 사실을 간파한다.

미의 제국 피렌체는 벽지라는 토대 위에 건축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피렌체시의 부의 원천인 직물 교역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졌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피렌체가 어떻게 부유해졌는지가 무슨 상관이지? 돈은 돈일 뿐이잖아.’ 사실 그렇지 않다. 나라가 어떻게 부를 축적하느냐가 얼마나 축적하느냐보다 중요하다.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는 다이아몬드가 풍부하지만, 이는 축복이라기보다는 저주다. 자원 부국이 혁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피렌체에는 다이아몬드도, 석유도, 어떤 자원도 없었기에 사람들은 스스로의 재치와 능력에 의존해야 했다. 돈이 없으니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_187쪽

우리는 우리가 원하고 우리에게 걸맞은 천재를 갖는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부터 오늘날 실리콘밸리까지 어느 시대, 어떤 도시였던 간에 천재는 모두 균열 속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그들이 활약한 분야는 제각각이었다. 에릭 와이너는 그 이유를 “나라에서 존경받는 것이 그곳에서 양성될 것이다”라던 플라톤의 말에서 찾는다.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 속 도시들은 저마다의 대상에 경의를 표했다. 지혜를 우러러본 아테네는 소크라테스를 얻었다. 아름다움을 숭상한 피렌체에서는 르네상스 거장들이 등장했다. 실용적 태도로 삶을 ‘개선’하고자 한 에든버러에서는 애덤 스미스나 데이비드 흄 등이 한자리를 차지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악기를 연주할 정도였기에 빈에서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태어날 수 있었고, 커피숍이라는 지적 교차로에 이민자들이 몰려들었기에 세기말 빈에서 근대가 탄생할 수 있었다. 실패를 끌어안기에 실리콘밸리에서 첨단의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천재들의 도시를 답사한 와이너는 천재에 대한 통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천재는 유전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독창성을 북돋우는 문화의 산물이므로 천재성은 사적 행위가 아니라 공적 참여라고 말이다. 그는 이렇게 단언한다. “한 아이를 길러내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면 한 천재를 길러내는 데는 한 도시가 필요하다.” 에릭 와이너는 여정을 마치며 창조적 장소의 조건으로 무질서, 다양성, 감식안을 꼽는다. 그는 창조성은 사람과 도시라는 교차로에서 솟아나는데, 이는 폭풍우 치는 날의 파도처럼 위험하고 인정사정없지만 이를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 심괄, 애덤 스미스, 모차르트, 프로이트, 스티브 잡스 등 천재들이 혼란 속에서 아름답게 파도를 탔듯이 우리가 시대의 파도를 면밀히 관찰하는 눈과 파도타기 기술을 익힌다면 그리고 좋은 파도가 일렁일 가능성을 높인다면 우리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천재의 장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천재는 자선활동처럼 가정에서 시작된다. 내가 이 거창한 바보의 실험을 벌인 한 가지 이유는 천재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그러기엔 너무 늦었다) 아홉 살짜리 딸을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집을 아테네의 시끌벅적한 아고라나 피렌체의 먼지 날리는 보테가처럼 바꾸지는 않았다. 식탁을 빈의 커피하우스처럼 바꾸거나 거실을 실리콘밸리의 창업지원센터처럼 장식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몇몇 귀중한 교훈을 얻었으며 이를 적용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무엇보다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를 두루 제시한다. 때로는 ‘제약의 힘’ 때문에 장애물을 던진다. 소크라테스처럼 바보 시늉을 하며 딸에게 ‘뻔한’ 질문을 던진다. 항저우의 시인 황제처럼, 말로만 창조성을 설교하지 않고 직접 실천하여 본보기를 보이려고 애쓴다. 메디치가처럼 딸에게 ‘어울리지 않는’ 임무를 맡긴다. 이따금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쓰는 식의 도식 위반을 집안에서 벌인다. 나는 딸에게 경험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게 녹색 음식을 먹는 경험일지라도 말이다. 우리집은 관용적이지만, 무제한 관용하지는 않는다. 딸이 용돈을 올려달라고 하면, 페리클레스가 그랬듯 약간의 돈은 창조성을 진작하지만 너무 많은 돈은 창조성을 억누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딸에게 자주, 바보같이 실패하라고 부추긴다. 딸의 말을 (대체로) 경청하는 청중이 되려고 노력한다. _49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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