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2002)

시나리오/SF|2022. 11. 11. 09:00

알라딘 리뷰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콘택트>에서 조디 포스터가 분한 우주 비행사 앨리는 우주의 황홀경을 보는 순간, '너무 아름다워. 이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어. 시인이 왔어야 했는데...'라고 중얼거린다. 그만큼 인간이 우주로 나간다는 것은 형용할 수 없을만치 극적이고도 특별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갖게 된 다치바나 다카시가 그 특별한 경험을 추적하여 글로 표현해냈다.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온 비행사들의 내밀한 체험,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 정신적인 충격이 이 책의 테마이다. 우주 탐험에 관한 보고서는 수도 없이 많지만, 이렇게 독특한 주제는 정작 많은 우주 비행사를 배출한 미국에서도, 구 소련에서도 다루어진 바 없었다.

다시 영화 속 앨리의 말을 떠올려 본다면, 시인이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주 비행사에게 요구되는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우주 비행사가 시인이나 화가, 종교가, 사상가 심지어 정치가가 되는 경우는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몇몇 우주 비행사들이 그러하다.

1971년 아폴로 15호에 탑승했던 제임스 어윈은 우주에서 돌아와 전도사가 되었다. '창세기의 돌 genesis rock'이라 불리는 46억년 된 돌을 주운 제임스 어윈은 우주 비행이 신이 예정한 만남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런가하면 버즈 앨드린은 귀환 후 정신 이상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인터뷰 때에도 그는 우주 체험에 관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며 입을 굳게 다문다.

이밖에도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한 존 글렌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했으며, 앨런 셰퍼드와 같은 우주 비행사는 투자 활동에 손을 대어 백만장자가 되었다. 윌터 쉬라는 우주 비행사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가 오염에 되덮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고는, 환경 분야에서 자신의 일을 찾게 된다.

물론 이들의 변화가 모두 우주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벅찬 특별한 경험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철저한 취재와 탁월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 섬세한 결들을 포착해냈다. 한때 과학자를 꿈꾸었던 독서가이자 장서가이고, 저술가이자 지식의 방랑자인 다치바나가 그 작업에 적임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굴까?

우주 공간으로 배출된 소변이 수천 개의 방울로 얼어붙은 것을 보고 '우주의 반딧불'이란 이름을 붙여준 것이나, 베트남 전에서 쏘아대던 포화가 우주에서는 마치 불꽃놀이처럼 보였다는 고백 등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재미있다. 1983년에 출간되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현재까지도 일본인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정선희(2002-01-23)


목차
우주로부터의 귀환
제1장. 상하.종횡.고저가 없는 세계
제2장. 지구는 우주의 오아시스

신과의 해후
제1장. 전도사가 된 어윈
제2장. 우주 비행사의 가정 생활
제3장. 신비 체험과 우표 사건

광기와 정사
제1장. 우주 체험에 대해 말하지 않는 앨드린
제2장.고통스런 축하 행사
제3장. 마리안느와의 정사

정치와 비즈니스
제1장. 영웅 글렌과 돈 후안 스와이거트
제2장. 비즈니스계로 진출한 우주 비행사
제3장. 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

우주인으로의 진화
제1장. 백발의 우주 비행사
제2장. 우주 체험과 의식의 변화
제3장. 우주에서의 초능력 실험
제4장. 적극적인 무종교자 슈와이카트
맺음말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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