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 누군가 있다 - 우리 마음속 친구, 뮤즈, 신, 폭군에 관한 심리학 보고서 (찰스 퍼니휴, 2018)
책소개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특이한 현상을 실마리로 인간 의식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책이다. 환청에 붙은 조현병이라는 꼬리표에 의문을 던지는 이 책은 머릿속에서 목소리를 듣는 사람, 혼잣말하는 운동선수, 신의 목소리를 들은 역사적 인물, 등장인물과 대화하는 작가, 철학자, 예술가, 누군가 있지도 않은 데도 그 존재를 느끼는 사람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간의 마음이라는 블랙박스에 차근차근 다가간다.
때로 친구처럼 우리를 격려하고 북돋우기도 하고, 뮤즈처럼 창의적 영감을 주기도 하며, 종교적 계시를 주는 신으로 또 다그치고 군림하는 폭군으로도 등장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단순히 정신 분열적 증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아가 던지는 소통적 대화라고 해석한다.
아이의 정서적 발달과정에서부터 소크라테스와 아우구스티누스, 데카르트 등과 같은 철학자의 이야기, 고흐, 베케트, 버지니아 울프 등 예술가와 작가, 최신 신경영상 기법, 심리치료 등 철학과 심리학 문학, 예술, 신경과학을 두루 아우르면서 마음의 비밀에 한 걸음 더 접근한다.
목차
감수의 글_박한선 005
1. 재미있는 치즈 조각들 007
2. 가스불 켜기 035
3. 혼잣말의 심리학 057
4. 아이의 머릿속 077
5. 생각의 자연사 099
6. 종이 위의 목소리들 127
7. 뇌는 대화한다 153
8. 내가 아니다 181
9. 머릿속에 누군가 살고 있다 195
10. 비둘기의 목소리 219
11. 자기 말에 귀 기울이는 뇌 245
12. 수다쟁이 뮤즈 269
13. 과거로부터 오는 메시지 303
14. 말하지 않는 목소리 335
15. 자기 자신에게 말 걸기 359
미주 394
찾아보기 438
출판사 제공 책소개
2016년 《포브스》 올해의 뇌과학 도서
2016년 《네이처》 올봄 최고의 과학 도서
2016년 〈가디언〉 올여름 읽어야 할 책
2016년 《옵서버》 올해의 과학 도서
2016년 〈ABC〉 올해의 과학 도서
2016년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 올여름 읽어야 할 책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격려하고, 비난하고, 영감을 주고, 군림하는 마음속 친구, 뮤즈, 신, 폭군에 관한 심리학 보고서
혼잣말하는 운동선수, 누군가 주변에 없는데도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 소설 속 등장인물과 대화하는 작가, 헬리콘산에서 뮤즈의 목소리를 들었던 헤시오도스, 암브로시우스의 묵독(默讀), 오를레앙을 구하라는 신의 목소리를 들은 잔다르크, 신의 계시를 듣고 환영을 보았던 마저리 켐프와 노리치의 줄리안 수녀… 이 책이 다루는 현상과 소재들이다. 이를 통해 지은이가 밝히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머릿속에서 목소리를 듣는 특이한, 어쩌면 비정상적인 경험에서 밝히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머릿속에서 목소리를 듣는다고?
정신의학과 의사라면 조현병 진단을 내릴 것이다. 흔히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조현병은 ‘너무도 끔찍해서 차마 입 밖에도 낼 수 없는’ 병으로 공포와 기피의 병이다. 토머스 사스의 표현대로 조현병은 ‘정신의학의 신성한 상징’이었으며, 그중에서 환청은 가장 대표적 조현병 징후라고 여겨진다.(197~199쪽)
주변 사람 중 누군가 ‘환청을 듣는다’고 말한다면?
‘만일 당신이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면, 당장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어, 위험한 사람일지도 몰라. 저는 위험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래요, 누군가 제 머릿속에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제가 그 무시무시한 사람인 것은 아니거든요.’(204쪽)
“환청은 이제 광기가 되었다.”(5쪽)
사실 환청은 조현병뿐만 아니라 기타 정신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도 나타나는 증상이며, 심지어 정신병적 소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누군가 목소리를 듣는다고 하면 의사와 일반인을 막론하고 두려워하고 기피한다. 언론매체에서 조현병이나 환청을 다루는 방식도 다르지 않다. 책에 따르면 언론매체 2012~2013년 사이에 올라온 200개의 신문기사를 분석한 결과 환청을 통제력 상실, 폭력, 자해 등과 연관시켰고, 범죄, 자살, 자살 충동 등과 연관시킨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203쪽)
인간의 의식과 마음이라는 블랙박스를 열다!
내 머릿속에 누군가 있다. 나에게 말을 걸고, 때로 비판하고 격려하며, 비난하고 군림하기도 하고, 창의적 영감을 주기도 한다. 이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이 책은 바로 이 존재가 들려주는 우리 내면의 목소리에 관한 것이다. 정신의학이 기반하는 전통적인 생물의학적 관점에서 환청은 신경계의 찌꺼기이자 뇌 속의 무의미한 오류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게 본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환청은 단순히 조현병의 증상으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머릿속 목소리는 인간의 의식과 마음이라는 블랙박스에 접근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비고츠키의 내적 발화와 외적 발화 개념을 통한 인간 내면의 목소리 탐구
책은 1920~30년대에 인간의 의식을 탐구하면서 ‘내적 발화inner speech’와 혼잣말private speech에 관해 연구했던 피아제나 비고츠키의 개념과 목소리 환청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외적 발화가 내면화되면서 내적 발화가 생긴다는 비고츠키의 주장을 파헤치는 지은이는 아이들의 혼잣말에서 인간 의식의 사회적 기원을 밝혀내고 내면의 혼잣말이 내적 자아와 나누는 일종의 소통적 대화라고 주장한다. 내적 발화가 대화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환청은 인간의 마음과 사고의 작동 원리의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 역사, 문학, 철학, 예술, 심리치료, 뇌영상 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성과를 토대로 ‘내 안의 목소리’의 정체에 대해 해부한다.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혼잣말하고, 가공의 놀이 친구를 만들어 대화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을 비난하고 격려하는 혼잣말을 하는 운동선수, 당대에는 흔하지 않았던 묵독이라는 굉장히 이상한 행동을 했던 암브로시우스,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 단어를 통해 독자에게 말하고, 읽기를 통해 작가의 말을 듣는 작가와 독자의 관계, 동생 테오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대화를 나누었던 고흐, 중세시대의 신비주의자로 유명한 신의 목소리를 들었던 노리치의 줄리안과 마저리 켐프, 그리고 잔다르크의 일화의 의미를 대화적 사고의 맥락에서 살피는 이 책은 인간 내면의 목소리와 사고의 작동 그리고 목소리 환청이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외적 대화가 사회적으로 형성되듯 인간의 내면적 자아도 다양한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아는 단일한 것이 아니라, 여러 조각이 뭉친 것으로 이 파편적인 자아가 서로서로 대화를 나눈다. “누구나 파편화되어 있다. 일체(一體)의 자아 같은 것은 없다. 우리 모두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어서 매 순간 일관된 ‘나’라는 환영을 만들고자 분투한다. 누구나 어느 정도씩은 해리되어 있다.”(332족)
우리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당신의 문제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다.
우리의 머릿속 목소리는 우리의 자아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전령이다. 설령 자신을 괴롭히는 폭군이라 해도 말이다. 목소리는 내면의 자아가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대화이고, 의미이며, 소통하고자 하는 표현이다. 운동선수의 혼잣말, 신의 목소리를 들었던 중세의 신비주의자, 목소리 환청에 시달리는 환자, 예술가의 창의적 작업은 내면의 자아가 던지는 소통적 메시지이다. 따라서 주변의 누군가 목소리를 듣는다고 말한다면, 우려와 공포의 시선을 거두고 엘레너 롱든의 다음과 같은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 조직적인 성폭력을 당한 이후 지독한 환청에 시달리면서(머리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머릿속 목소리를 내보내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겪게 된 사건들에(한 정신과의사는 ‘암 치료가 더 쉽기 때문’에 조현병보다는 암에 걸리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대해 테드에서 강연을 해 많은 반향을 일으킨 엘레너 롱든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당신의 문제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다.”(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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