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의 현상 1996년판 - 일본은 한국경제의 미래인가? (현대일본경제연구회, 2016)

책소개
패전을 딛고 제조업을 바탕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일본경제는 미국을 거의 넘어설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경제성장의 동력을 잃고 환율이나 금리와 같은 대외환경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동시에, IT라는 세계경제의 신동력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 하고 정리해고와 생산시설 해외이전 등의 우회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꾀하는 장기침체에 빠져든다.

이런 20년 전 일본의 모습은 IT 성장동력을 소진한 채 새로운 동력을 모색하지 못하고 대외 경제환경에 휘둘리고 있는 현재 한국경제의 모습과 무척 흡사하다. 지금의 경제현상들을 일직선 상의 진행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일들이 되풀이 되는 순환론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책 '일본경제의 현상 1996년판'은 흥미로운 경제역사서로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견하고 대비책을 모색하는 역동적인 지침서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제1부 특집 일본발 대불황이 우려되는 세계 경제 11
제1장 디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는 자본주의 세계 12
1. 확장 기조를 유지한 세계 경제 12
2. 일본 경제 디플레이션 불황의 구조 19
3. 일본발 대불황이 우려되는 세계 경제 28

제2장 디플레이션 불황에 빠진 일본 경제 33
1. 기세가 꺽인 경기 33
2. 디플레이션 불황의 발생 구조 38
3. 탈출이 어려운 디플레이션 불황 48

제3장 저금리·달러약세와 외자 의존에 빠진 미국 경제 54
1. 1990년대 금융 버블적 경기 확대 54
2. 1995년 경기 확장의 성격 60
3. 경기 확장의 한계와 달러 약세 시정 66

제4장 자립적 확장이 어려운 EU 경제 70
1. 단기간에 종식된 EU의 경기 확장 70
2. 수출 주도형 경기 회복의 한계 74
3. 산업·기업의 정리 해고 추진과 통화 통합을 향한 재정 개혁 84

제2부 일본 경제의 문제점 94
제1장 엔고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진 대외 경제 관계 95
1. 계속되는 수출 부진 95
2. 수입 급증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 100
3. 수입 증가·산업 공동화로 이어지는 해외 직접 투자의 증대 110
4. 시장 개방·공동화를 부추기는 국제적 요구 112

제2장 정리 해고와 해외 이전으로 수입을 회복하는 산업·기업 116
1. 구조조정에 따른 기업 실적 회복 116
2. 주요 산업 동향 121
3. 멈추지 않는 생산 해외 이전 124
4. 침체가 계속되는 중소기업 127

제3장 부실 채권 문제로 재정비 필요성이 대두된 금융 시스템 135
1. 자산 디플레이션이 야기한 심각한 금융 불안 135
2. 한계에 부딪힌 기존 구제책 142
3. 일부 재정비가 필요한 금융 시스템 146

제4장 새 국면을 맞이한 실업 문제 156
1.『노동백서』의 고용 정세 분석 156
2. 정부 시행 일자리 대책의 의의와 배경 159
3. 정리 해고의 새 국면과 고용의 전반적 축소 164

제5장 겉도는 재정 정책과 재정 위기 선언 174
1. 재정 위기 선언의 배경 174
2. 고베 대지진에 따른 국가 재정 대응 179
3. 재정 정책의 효과와 한계 181
4. 주택금융전문회사 구제를 결정한 1996년 예산 188

제6장 장기 불황 속에서 흔들리는 사회 보장 제도 194
1. 고령자 비용을 중심으로 증가한 사회보장비 194
2. 흔들리는 사회 보장 제도 198
3. 노인 개호 서비스 창설을 시도하다 205

제3부 연구·자료 210
Ⅰ. 재편·강화되는 일본계 현지 기업의 아시아 전략 211
1. 증가하는 아시아 직접 투자 211
2. 자립과 지역 통합을 추진하는 일본계 현지 기업 217
3. 국내 공동화 진전과 아시아 전략의 함정 223

Ⅱ. 미국 경상 적자 보전의 구조 변화와 문제점 227
1. 레이건 정권 제1기: 민간 자본 유입에 의한 재정 227
2. 플라자 합의 후: 민간 자본 의존의 한계 229
3. 1990년대 전반: 불안정한 보전 231
4. 1995년: 일본 금융 위기와 아시아의 달러권 이탈 237

Ⅲ.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경제와 1940년대 체제론 244
1. 1940년대 체제론으로 본 일본 경제 244
2. 1940년대 체제론 비판 247
3. 전쟁 전·전시의 일본 경제 249
4. 전후 일본의 복지 국가 체제와 전후 개혁 253
5. 고도성장과 정부·기업 257
부록. 일본·국제 경제연표 263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본과 한국경제의 시간표는 20년 차이?
장기불황의 세밀한 징후들은 이미 시작되었다!
패전을 딛고 제조업을 바탕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일본경제는 미국을 거의 넘어설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경제성장의 동력을 잃고 환율이나 금리와 같은 대외환경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동시에, IT라는 세계경제의 신동력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 하고 정리해고와 생산시설 해외이전 등의 우회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꾀하는 장기침체에 빠져든다. 이런 20년 전 일본의 모습은 IT 성장동력을 소진한 채 새로운 동력을 모색하지 못하고 대외 경제환경에 휘둘리고 있는 현재 한국경제의 모습과 무척 흡사하다. 지금의 경제현상들을 일직선 상의 진행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일들이 되풀이 되는 순환론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책 '일본경제의 현상 1996년판'은 흥미로운 경제역사서로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견하고 대비책을 모색하는 역동적인 지침서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위기의 한국 경제, '잃어버린 20년'에 빠져드나
2015년에 들어와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간 0%대의 상승 폭을 기록했으며 11월에 들어와서야 겨우 1%대의 성장으로 돌아섰다. 이를 두고 물가 하락을 동반한 경기 침체, 즉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해 내내, 한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는 사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암시하는 경제 지표는 비단 소비자물가 지수 뿐만 아니다. 한국은행은 201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비교적 낮은 2%대로 예상했으며, 금리 인하, 추경 예산 편성 등 다양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하향을 거듭하고 있다. 10월의 경상수지를 보아도 수출입이 동시에 감소한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발생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로, 44개월 동안 이어진 흑자를 결코 바람직하게 볼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이렇듯 경제 지표들이 이미 빨간 불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많은 전문가가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화'를 심각히 점치고 있다.

 

서서히 찾아드는 불황의 공포를 우리는 과연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 낸 한국 경제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 즉 물가 하락, 실업률 증가, 정리 해고, 신흥 강국의 성장, 부동산 시장의 거품, 중소기업의 몰락, 불황형 흑자 등을 해결할 방법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까? 앞서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긴 불황을 겪은 일본의 전례가 우리의 실마리가 되어준다. 『일본경제의 현상 1996년판』에서는 20세기 말, 한 발 먼저 일본이 겪은 불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1996년 일본 경제가 과연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져 있는가 하는 의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노동, 사회 복지, 대외 관계, 재정 정책 등 여러 각도에서 현 상황을 점검한다. 일본뿐 아니라 유로라는 새로운 화폐 도입 및 공동체로의 경제 통합을 코앞에 두고 어지럽게 돌아가던 EU 경제, 쌍둥이 적자라는 과거의 채무를 이어받았기에 일본의 불황을 결코 좌시할 수 없었던 미국 경제 등 세계 주요 경제에 대한 분석도 함께 하고 있다.

 

20세기 이후, 한국은 사회 여러 면에 걸쳐서 일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비단 문화, 사회적 측면뿐 아니라, 정부의 강력한 주도로 이루어낸 수출주의형 경제 성장책, 재벌이라는 대기업 구조, 중화학 공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체제 등등 경제 구조 또한 닮아있다. 우리가 일본의 분석을 보며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본이 어떻게 경제 불황을 겪었고, 그 깊은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어떠한 시도를 했는지를 알아보려 하는 것은 한국 경제를 위한 처방전을 찾기 위해서이다.

Japan As Number 1
일본에서는 한때 'Japan As Number 1'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경제 대국이었다. 세계 제일이라는 미국마저 일본에 막대한 양의 부채를 지고 있었고, 세계 10대 은행 대부분을 일본 은행이 차지할 정도로 재팬 머니의 힘은 막강했다. 일본 경제는 두려울 것이 없어 보였다. '플라자 합의'라 일컬어지는 일련의 국제적 경제 협력은 이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일본 내에서는 이제 서구식 자본주의에서는 배울 것이 없으며, 일본식 방식이야말로 가장 우수하고 우월하다는 식의 이론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도요타로 상징되는 특유의 일본식 생산방식에 대한 분석서가 쏟아져 나오면서 서양과는 다른 일본 고유의 고용 안정적 기업 운영이 전 세계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그 누구도 일본의 처참한 몰락을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돈이 넘쳐흐르던 당시의 일본 기업들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고, 그랬기에 일본 경제의 여러 모순은 버블에 가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버블은 속절없이 터지고야 말았다. 그 후 일본은 20년에 걸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활력을 잃고 마는데, 『일본경제의 현상 1996년판』은 그 불황의 한복판에서 일본 경제의 다양한 면을 다양한 시기별로 분석하면서 일본 경제의 속살을 파헤친다.

디플레이션 불황, 처참한 시대의 한복판에서
막대한 부실채권과 실업자, 도산 기업들만을 남긴 채 사라진 버블로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 혹은 '헤이세이 불황'이라고 불리는 깊은 불황에 빠지게 된다. 『일본경제의 현상 1996년판』은 당시 버블 직후의 혼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던 일본 경제의 데이터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버블 붕괴 후, 일본 정부는 추경 예산 편성, 경제 대책 수립, 금리 인하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경기 부양을 위해 노력했다. 탄탄한 내수 시장을 자랑하던 일본 경제가 곧 정부 정책에 부응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그 예상은 하나같이 빗나가게 된다. 일본 경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침체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기만 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베 대지진마저 발생해 사회 안정을 위협하고 정부 재정을 압박하기에 이른다.
"전년에 이어 더욱 심화된 엔고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동아시아 등 저임금국의 저가격 제품·부품이 세계 시장의 가격을 지배하였고, 일본 시장에도 저가격 제품이 대량으로 유입되어 일본 산업을 압박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은 철저한 정리 해고, 생산의 해외 현지화, 제품?부품의 아웃소싱 등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으며, 일본 경제는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본문 15페이지 인용)

 

이 책에서는 가장 먼저 일본 디플레이션 불황의 원인을 '초엔고'와 '대경쟁'이라고 지목한다. 당시의 경기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었다. 미국은 자국의 경기 부양을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굽히지 않았고 그 결과 사상 초유의 '초엔고'가 나타나게 되었다. 초엔고, 즉 달러 약세로 미국은 자국 경기를 호경기로 유지시켰으며, 더불어 세계 경기를 호황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을 위시한 신흥 경제국들이 급속히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세계 경제가 '대경쟁'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수출 시장에서 일본을 위협하게 됨은 물론 값싼 저가품들이 일본으로 물밀 듯 몰려와 물가 인하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현재 일본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엔화 약세 정책으로 한국이 수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사실이나, 중국 등 신흥 국가들의 대두로 한국이 '샌드위치'가 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한국 경제 위기론을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일본 경제가 마주한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본문에서는 일본 중소기업 및 대기업이 해외 이전을 적극적으로 꾀하게 되면서 국내의 공동화를 야기해 그로 인해 설비 투자 등 경기 회복이 더욱 늦어지고 있다는 점, 최신 정보화 기술에서 뒤처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했다는 점, 호송선단 방식을 위시한 일본식의 불투명한 행정이 금융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킨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사회 복지 비용의 변화에 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고령자 비용을 중심으로 사회복지비가 급격히 늘어난 사실을 지적하면서 연금 운용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 또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부진, 기업 해외 이전 가속, 불안정한 노동 시장 등, 한국 경제의 모습과 유사한 부분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2016년의 한국과 1996년의 일본
"기본적인 기업 전략은 정보화에 적응할 수 있는 소수의 화이트칼라만을 정직원으로 남기고 능력대로 임금을 대우해줄 뿐, 전체의 임금 비용은 철저하게 압박한다는 기조이다. 따라서 이후 일본에서는 일부의 고급 화이트칼라 층과 대다수의 저임금 아르바이트 노동자 및 파견사원 등의 유동적 노동자층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본문 173페이지 인용)
이렇듯 96년 일본의 모습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이라고 불리는 최근의 청년층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는 취업난을 겪고 있는 작금의 현실만 보아도 96년의 일본과 우리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이 불안해지면서 사람들은 더욱 소비를 줄였고 내수 시장이 돌지 않자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 같은 비제조업마저 불황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악순환 구조는 96년 일본에서, 2016년 한국에서 똑같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과연 다가오는 디플레이션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 마치 쌍둥이처럼 같은 행로를 밟아가고 있는 모습에서 96년의 일본을 분석한 데이터의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일본경제의 현상 1996년판』은 버블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는 일본의 모습을 담은 경제사서로서, 또 현재의 한국 경제를 돌아보게 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주는 지침서로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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