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부고 모음집 - Book of the Dead (뉴욕 타임스,윌리엄 맥도널드, 2019)

책소개
빅토리아 여왕, 아인슈타인, 피카소, 이승만, 코코 샤넬, 마이클 잭슨, 데이비드 보위, 노무현… 등등, 그 누구나 알 만한 세계사적인 인물들이 사망할 당시 실제로 뉴욕타임스에 실렸던 부고 기사들이 망라되어 있는 책이다. 사망이라는 엄숙한 순간에 맞춰 작성된 문장들은 한 인물에 대한 가장 응축된 콘텍스트가 되어 짧은 시간 안에 역사적 맥락에서 그 인물에 대한 정보들이 각인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사망 당시의 시점으로 돌아가 그 시대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동시에 현재의 평가와는 어떤 괴리감이 있는지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고 기사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어떤 인물을 다룰 때, 대부분 탄생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부고 기사는 사망부터 시작되어 역순으로 진행되며, 그렇게 과거와 현재, 사실과 판단, 그리고 개인과 사회 사이를 넘나드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현직 뉴욕타임스 부고 편집자 윌리엄 맥도널드가 말했듯이 이 책은 과거를 비추는 거대한 백미러에 비유될 수 있으며, 그 어떤 인물평들보다도 정제되고 품격 있는 텍스트를 만끽하게 해줄 것이다.


목차
국제 [정치ㆍ외교] 무대 9
[사상ㆍ철학ㆍ심리ㆍ비평] 사유의 모험가들 153
재계의 거물들 195
[과학ㆍ의학ㆍ발명ㆍ탐험] 새로운 경지를 연 사람들 237
[공연ㆍ영화] 꿈의 무대를 만든 사람들 285
악명가들 447
[노래ㆍ연주ㆍ작곡] 팝뮤직의 스타들 467
전쟁의 지휘자들 563
[미술ㆍ사진ㆍ건축ㆍ패션] 시각예술의 대가들 587
한반도의 운명을 쥐었던 사람들 673
영문판 서문 704
감사의 글 709
사진 저작권 710
찾아보기 711


당신은 어떤 문장으로 남고 싶나요?
뉴욕 타임스의 부고(訃告)는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대화의 주제이자, 오랜 전통과 신뢰성으로 익히 알려진 이 신문의 다양한 지면들 중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지면이기도 하다. 전 세계 독자들이 매일 이 부고란을 처음으로 펼쳐보게 되는 이유는 누군가의 사망 소식을 확인하려는 것뿐만이 아닐 것이다. 부고 기사를 통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들에 대한 영감 넘치는, 통찰력 있는, 때로는 흥미로우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정제된 이야기를 접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일 것이다. 

이 책은 168년 전, 뉴욕 타임스가 처음으로 부고 기사를 싣기 시작한 이래 역사적인 인물들의 사망 당시 실제로 신문 지면에 실렸던 기사들을 연대순으로 한데 묶어낸 최초의 결과물이다. 현직 뉴욕 타임스 부고 기사 편집자 윌리엄 맥도널드는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뉴욕 타임스에 실린 수많은 부고 기사들을 정치, 문화, 예술, 과학, 철학 등등의 분야로 나누고, 그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사들을 선별하여 이 책을 구성하였다. 또한 빅토리아 여왕, 아인슈타인, 마릴린 먼로, 코코 샤넬, 로빈 윌리엄스, 더글러스 맥아더, 마이클 잭슨, 프린스 등등, 희귀 인물 사진들을 수록하여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이들의 삶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뭔가 오롯이 몰입할 수 있는 텍스트를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은 과거와 현재, 사실과 판단, 그리고 개인과 사회 사이를 넘나드는 지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역사를 비추는 거대한 백미러!
<뉴욕 타임스 부고 모음집>을 책임 편집한 윌리엄 맥도널드는 영문판 서문에서 이 책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1851년 9월 18일, 뉴욕 타임스 창간호가 나온 이 날짜를 생각해보자. 뉴욕 타임스 부고란 편집자로서 느끼는 자부심 때문에 내가 다소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토록 일찍이, 남북전쟁 시대 정치가이자 법률가 대니얼 웹스터에서 글램 록이란 장르로 시대를 앞서간 가수 데이비드 보위에 이르는 역사적인 인물들에 대한 방대한 기록을 보유한 언론사는 찾기 힘들다. 게다가 뉴욕 타임스만큼 역사 기록 작업에 크게 기여한 언론사도 드물 것이다. 이 책은 뉴욕 타임스의 부고 기사를 통해 남북전쟁 이전부터 현시점까지 세계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위대한 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선사한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은 온라인 아카이브처럼 모든 정보들을 모아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19세기 초반 이래 세상을 변화시킨 인물들은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의 수를 훨씬 넘어서며, 이들 모두를 다 기록하려면 책 10권은 족히 넘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영웅이든 악당이든 역사적으로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다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는 이들만을 선별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이들은 뉴욕 타임스 부고 기사에 실린 소수의 사람들 중에서도 또 한 번 선별된 소수 중의 소수들이다. 업적, 명성, 그리고 사회에 미친 영향을 기준으로 선택된 이 책 속의 인물들은 부고 기사 편집부에서 사용하는 표현대로 말하자면 “역사 속으로 비상(飛上)한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백인, 그리고 남성에게 편중되어 있던 자신들의 관점을 반성하며 사망 당시 간과했었던 인물들에 대한 부고 기사를 뒤늦게나마 게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유관순 열사에 대한 부고 기사로 화제가 된 바있다. 윌리엄 맥도널드는 이에 대한 의견도 아래와 같이 피력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인물들이 백인이자 남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불균형은 신문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만, 최근에 들어 이런 현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기쁘게 생각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역사적으로 이런 편견이나 불균형이 존재해 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며, 이는 과거 시대에 만연했던 부당함의 흔적으로서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역사-적어도 서양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찾기 위해서는 해당 인물이 살았던 시대
의 권력 집단을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런 집단은 대부분 백인 남성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처럼 <뉴욕타임스 부고 모음집> 세계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그 안에 담겨 있는 한계점으로 인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그동안 지나쳐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동시에 환기시켜주는 놀라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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