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스토리 11부 (마인 부우 편)

 

1. 등장인물

그레이트 사이어맨
손오천
비델
샤프너
일레이자

마론
남쪽 계왕
마인 부우
바비디
데브라
야무
스포포비치
푸이푸이
야콩
비비디

계왕신
키비토

오천크스
베지트
베에
푼타

마이티 마스크

킬러

쥬엘

이더스

이코세

아나운서(드래곤볼)

 

마인부우전 이후의 천하제일무도회 참가자
키라노, 맹혈호, 캡틴 치킨, 노크, 오토코스키. 별 역할은 없고 얼굴만 나왔다. 

전부 다 탈락하거나 기권하거나 한 엑스트라.

 

캡틴 치킨
오토코스키

노크

키라노

맹혈호

폭도 2인조


2. 개요 

셀게임이 끝나고 몇 년 후. 

지구는 구원받았지만 사람들은 그 구원자들인 Z전사의 존재는 알지 못했다. 

한편 지구의 구원자로 알려지게 된 미스터 사탄은 

전세계적인 인기인이 되어서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도 생겼다. 

16세가 된 손오반은 이 사탄시티의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세상이 평화로워졌기 때문에 예전처럼 목숨을 걸고 격렬하게 싸우는 일은 없었지만, 

아직도 변변치 못한 악당들이 활개쳤기 때문에 

오반은 금발의 전사 혹은 그레이트 사이어맨으로서 악의 무리를 처단하며 

영웅과 고등학교라는 이중생활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미스터 사탄의 딸이자 급우인 비델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 

비델은 오반에게 흥미를 느끼고 오랜만에 개최되는 천하제일무술대회에 함께 출전하기로 한다. 

한편 저승에 있던 오공은 

천하제일무도회 개최에 맞춰서 하룻 동안 이승으로 복귀하기로 하고, 

오랜만에 오공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한 Z전사들도 천하제일무도회로 모인다.

그리고 드디어 천하제일무술대회가 시작되었다! 

점쟁이 바바의 도움으로 오공이 오랜만에 되돌아왔다.
피크닉 같은 분위기로 대회가 시작되지만, 신과 키비토가 등장하면서 심상치 않게 된다.
머지 않아서 신과 대결하게된 피콜로가 어이없게 기권하고 

스포포비치라는 남자가 등장하자 분위기가 급반전한다.
스포포비치는 무공술을 사용하고 즉사할 만한 기술을 당하고도 곧바로 회복하는 등 

수상한데다가 비델을 처참하게 박살내서 손오반의 분노를 산다. 

그리고 키비토의 도발에 의해 변신한 오반이 야무, 스포포비치에게 습격 당하면서 

천하제일무도회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환된다.

 

신의 정체는 사실 모든 계왕의 정점에 선 계왕신이었고, 

키비토는 그 수행원이었던 것이다.
야무와 스포포비치는 바비디라는 사악한 마술사의 졸개였고, 

이들은 마인 부우를 부활시키기 위한 에너지를 수집하고 있었다. 

Z전사 일행은 계왕신의 요청에 따라 바비디의 아지트를 급습하지만, 

바비디의 농간에 의해 베지터가 마인 베지터가 되면서 상황이 어려워진다. 

마인 베지터는 바비디의 명령을 거부하고 오공과 1대1 대결에 들어가고, 

오반은 오공이 베지터와 대결하는 사이 바비디를 물리치기 위해 돌격하나 

오공과 베지터가 싸우면서 받는 데미지가 고스란히 마인부우의 에너지가 되어서 

결국 마인부우가 부활하고 만다.

마인부우는 엄청난 파워로 순식간에 계왕신과 오반을 전투불능으로 만든다. 

베지터는 이 사태에 책임을 느끼고 홀로 마인부우와 대결해 끝내 자폭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인부우는 죽지 않았다. 

오공은 손오천과 트랭크스에게 퓨전을 가르치고 드래곤볼을 확보해서 마인부우를 물리치려 한다. 

그 사이 시간을 벌기 위해 이승에 있을 시간이 줄어드는 걸 알면서도 초사이어인 3로 변신, 

마인 부우와 대결로 시간을 끈다.

 


3. 상세

마인 부우 편은 전성기였던 프리저 편, 

호불호가 갈렸던 인조인간 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기도 하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완성도도 높고 좋은 에피소드였다. 

인조인간 편에 비해 구도가 단순명쾌해져서 마인부우가 난동을 부리고 

그 마인부우를 잡기 위한 Z전사의 노력이 에피소드를 이끌었다. 

이런 흐름 자체는 홍콩영화 등에서 흔히 있어 왔고, 

최근에는 쿵푸허슬에서도 재현된 바가 있다. 

드래곤볼이 무협지나 쿵푸영화에서 소재를 차용하는 바가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마인 부우 편은 지극히 당연하게 나올법 했던 에피소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전투 연출은 탑3 에피소드 중 가장 떨어진다.

 

사이어인&프리저 편에서 보여준 피떡 연출과 세밀한 액션 묘사가 최소화되었고,

각 전투 시퀀스의 분량도 짧으며, 전투의 분위기에도 힘을 빼고 있다.

더불어 본 무대에 들어서기까지의 호흡도 가장 긴 편인데,

사이어인 - 프리저 - 인조인간 편이

그야말로 숨 돌릴 틈도 없이 강적 출현 -> 전투로 이어졌던 것에 반해,

 

부우 편은

하이스쿨 - 천하제일무도회 편을 통해 한숨 늘어지게 쉬었다.

때문에 액션 위주의 전개를 좋아하는 독자층은 이를 싫어했지만,

인물들간의 소소한 이야기도 좋아하는 독자층에겐 사랑받았다.

그러던 것이 마인 베지터 시퀀스를 기점으로 작품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개그와 진지가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한 채로 잘 마무리 되었다.

부우 편이 다른 에피소드들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은 바로 메시지인데, 

사이어인 편 이후 정말 오랜만에

 '모두가 함께 싸워 지구를 지킨다' 는 내용이 가장 명확하게 묘사되었으며, 

에피소드 종반엔 한발 더 나아가

 '지구는 지구인의 힘으로 지킨다' 는 메시지까지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에 따라 자연히 지구인 미스터 사탄의 활약 분량이 증가했지만, 

동시에 기존 주역들의 이야기도 훌륭하게 뽑아냈다. 

특히 종반에 지구인의 힘으로 탄생한 초원기옥 시퀀스에선, 

사탄을 포함한 지구인들의 비중을 높이면서도, 

원기옥 계획을 입안하고 끝까지 부우를 막아준 베지터는 물론, 

원기옥의 매개자로서 최후의 일격을 날린 손오공의 활약까지 모두 

절묘한 균형을 이루어 연출되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기존의 주인공(손오공)과 그와 싸웠던 적수(베지터)는 물론, 

조력자(사탄)와 그가 개심시킨 적수(미스터 부우)까지 모두 하나 되어 

거대한 악(부우)을 물리친 이 전개는, 

1부 마주니어 편의 클라이막스에서 보여준, 하나의 드래곤볼이 사람들의 만남을 있게 했고, 

그것이 세상을 지키는 기적을 낳았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대작을 완성시켰다. 

모두가 두려워하던 악당 부우를 친구로 만든 미스터 사탄, 

그리고 최후의 순간까지 부우를 인정하며 환생 이후를 기약한 손오공, 

이를 통해 지구를 파괴했던 악당에서 지구를 수호할 영웅으로 다시 태어날 우부의 모습 역시, 

그 옛날 피콜로를 살려내 라이벌로 만들며 앞날을 기약하던 원작의 기조가 지켜진 연출이었다.

항상 작품의 객체였던 지구인이 조명을 받은 이야기로서도 의미가 있다. 

에피소드 초반부터 지구인들은 어리석은 존재로 묘사되며 

종전처럼 악당에 의해 무력하게 살해되는 역할만 맡는 듯 하다가, 

중반 즈음엔 미스터 사탄으로 대표되는 선한 지구인과, 

2인조 강도로 대표되는 악한 지구인 양측이 모두 부우의 각성에 일조하며 극을 크게 일변시켰고, 

후반에는 미스터 사탄의 활약을 통해, 

원작 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보잘 것 없던 지구인들의 힘이 악당을 쓰러뜨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등, 

실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묘사되었다. 

이후 작품은 손오공의 후계자로 지구인 우부를 등장시키면서 그 옛날 손오공이 그랬던 것처럼, 

이 지구인 소년이 만들어나갈 또 다른 이야기를 암시하며 에피소드의 주제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편은 

보스를 극복한 수단이 히어로의 1인 파워가 아니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가령 프리저는 초1 손오공에게, 셀은 초2 손오반에게 쓰러졌으나, 

부우는 모든 이들의 힘을 모은 원기옥에 소멸되었다.

 

능력자 배틀물인 본작에서 이 차이는 얼핏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이 역시 마주니어 편부터 줄곧 강조된 주제인 연대의 기적이 가장 명확하게 묘사된 쪽에 가깝다.

예를 들어,

사이어인 편에서 베지터를 막아낸 힘은 손오공-손오반-크리링-야지로베의 연대였고,

프리저를 쓰러뜨렸던 힘인 초사이어인 역시,

손오공과 크리링이 10여 년에 걸쳐 쌓아온 귀중한 연대로 인한 각성이었으며,

셀을 소멸시킨 원동력 또한 손오공-손오반 부자 연대가 이룩한 힘이었다.

부우 편의 초원기옥 연출은 이러한 '연대의 기적'을 극대화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작품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의 초월적인 힘이 아닌, 

약한 지구인들의 힘이 모인 원기옥에 보스가 쓰러진 이 연출은, 

뛰어난 영웅 하나의 힘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연대를 통해 만들어내는 힘이 

더욱 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극명하게 전달했으며, 

이러한 메시지는 드래곤볼이 단순한 능력자 배틀물을 초월해 지금까지도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특별한 작품이 된 요인 중 하나였다.

 

요약하자면, 

마인 부우 편이 갖는 의의는 화려한 액션의 반복 속에서 점차 잊혀진, 

작품의 근원적인 메시지를 훌륭히 되살리며 막을 내렸다는 점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인 부우 편은 아쉬운 평이 적지 않다. 

연재 당시의 인조인간 편이 완전체 셀의 등장과 함께 

셀 자체의 카리스마 덕으로 막판 역전에 성공하기 전까진 저평가 되었던 것처럼, 

부우 편도 초반의 하이스쿨 편이 루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당 문서의 언급처럼 

초반부분의 오반의 고등학교 생활은 무척 재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길기까지 했다. 

하지만 부우 편 자체의 구성은 훌륭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흐름은 인조인간 편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초반 등장한 적의 수장은 다른 더 강한 존재를 조종하여 목적을 이루려고 한다. 

정체불명의 인물이 등장하여 이러한 사실을 아군에게 알린다.
하지만 이런 존재들은 명령에 순종적이지 않았고 

적의 수장은 이들을 복종시킬 수단이 있을 것으로 자부했으나 결국 무력화 되고 살해당한다.

 

초반 등장한 적들의 허접함에 베지터는 진짜로 위험한 존재에 대해 경시하게 되고, 

여기에 삽질까지 더해서 상황을 악화시킨다.
결국 최종보스로 등극한 이러한 존재들은 재생, 아군 기술 카피, 흡수 등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군 전력이 최종보스에 비해 확실하게 강한 적이 여러 번 있었고

최종보스와 아군의 파워 우열은 여러 번씩 뒤집힌다.


인조인간 편에서 손오반은 초사이어인 2로 각성하여 최강의 아군 멤버가 되었고, 

마인 부우 편에서 손오반은 잠재능력 해방으로 단일 개체 최강이 된다. 

하지만 이후 수련은 게을리 하는 바람에 

사이어인 3인방 중에서 최약체로 떨어졌다는 점 또한 동일하다.

오공과 베지터의 라이벌전에 이어서 

마인부우 대 마인베지터, 마인부우 대 초사이어인3 오공으로 이어지는 오프닝은 

역대 에피소드 중에 가장 극적이고 뛰어난 오프닝이었다. 

이 시점에서 양측이 도달해야 하는 전투력은 뚜렷하게 제시된다. 

부우측이나 아군측이나 초사이어인3 수준에서 전투력이 목표점이며, 

여기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양측 모두 '카드'를 준비한다. 

초반엔 부우가 우위에 있었으나 아군 측에서 퓨전, 

오반의 잠재능력 개방 등의 카드를 준비해 맞서면서 균형을 맞추는 식으로 극이 전개되는 것이다.

오반의 리턴을 기점으로 그 밸런스가 깨지자 

부우측에서는 '흡수'라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와 다시 한 번 판을 뒤집는다. 

이 엎치락 뒷치락하는 와중에 최종적으로 포타라가 등장하고 이것이 베지트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이 베지트를 기점으로 아군의 합체 해제, 부우의 흡수 해제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최종적으로는 양측 모두 수단에 의한 능력자배틀 상황이 정리되고 

최종적으로는 초사이어인3 수준의 전투력에서 정통 배틀로 전개된다.

 

요컨대 

부우 편은 오히려 인조인간 편이나 프리저 편에 비해서도 파워 인플레의 폐해가 적은 에피소드이다. 

지향점은 처음부터 제시가 되고 

거기서 약간 더하고 덜하고를 놓고 양측의 우열관계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어느 측에도 절대적인 해결방법은 없었다. 

아주 미묘한 선에서 우열관계가 성립하던 시점이기 때문에 

흡사 능력자 배틀에서 볼 수 있는 조건과 시츄에이션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베지트는 이 상황을 타개하면서 이야기를 최종국면으로 진입시킨다. 

동시에 부우 편에서나 아군 편에서나 

기존의 조건을 다시 제로로 되돌리고 대등한 전투력으로 정면승부로 몰고갔다.

인조인간 편도 비슷하게 전투력의 우열관계가 엎치락 뒷치락했다. 

하지만 그것은 배틀 구도 자체가 너무 산만했고 특히 참가인원이 너무 많았다. 

부우 편에서 초반에 오반, 오천&트랭크스 대 마인부우로 구도를 정리하고 시작한 것과 크게 다르다. 

부우 편에서 대부분의 매치는 사전에 예고된 매치였던데 비해서 

인조인간 편에서는 상황에 떠밀리듯 배틀이 진행되었다.

뭣보다 이전까지 새로운 변신이 등장하면 기존의 강자들은 쩌리가 되었던 것과 달리, 

마인부우 편은 초3 손오공, 미스틱 손오반에 더해 오천크스 3개체가 클라이막스 시점까지도 모두 

유용한 전력으로 남았다는 점도 밸런스 균형을 잘 맞춘 사례로 꼽힌다.

또한 마인 부우 편은 스토리 전개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긴박감이 느껴질 정도다. 

마인 부우가 지구인을 몰살하기 까지는 고작 2일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최강 캐릭터들의 비중 한정이고, 

손오천, 트랭크스의 경우 

별다른 노력없이 어린나이에 슈퍼 사이어인이 되는 기존의 설정과 완전히 반대되는 걸로 인해 

개나소나 슈퍼사이어인이란 핀잔을 듣는 결과를 낳았다.

손오공은 크리링의 죽음, 

베지터는 손오공(카카로트)에 느낀 열등감과 본인의 강한 호승심으로 인해 스스로 터득했고, 

손오반은 초사이어인 경험자인 아버지의 도움으로 인해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터득. 

미래의 손오반은 인조인간으로 인해 주변인물들의 사망으로 분노해서 터득한걸로 추정, 

트랭크스/미래는 인조인간의 침입으로 인해 주변인물 전부사망 & 역시 

초사이어인경험자인 미래의 손오반의 도움으로 터득. 

이렇게 일정한 계기와 조건이 갖추어진것에 비해 

손오천과 트랭크스의 초사이이언화는 너무나 개연성없이 튀어나왔다. 

아버지가 수련으로 강해진 상태에서 애를 낳았다고 그 애가 아버지급 강함을 가지고 태어나다니...

 

이 부분은 나중에 

사이어인과 지구인의 하프중에서도 

꼬리없는 2세라는 유례없는 천재로 태어난다는 설정을 추가해서 땜빵했다.

마인 부우는 지구에 인류가 겨우 시작할 무렵에 머나먼 곳에서 우주를 휩쓸고 다녔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위압감이 느껴지는 캐릭터이다. 

우주를 지배하던 계왕신 5명 중 4명을 죽여버렸다는 것 등, 상당히 부각하게 하는 요소가 많은 캐릭터. 

 

동쪽 은하의 계왕신과 마도사 바비디가 언급하는 것만 들어도 

마치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는 최강의 악당일 것만 같은데 

봉인이 풀리고 마인부우가 부활할 때

상상과는 달리 의외로 순하디 순하게 생긴 핑크빛 뚱보가 나온 것 또한 

마인부우의 반전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아쉬운 것은 마인부우의 카리스마가 셀이나 프리저 만큼은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카리스마 대신에 끝없는 재생력과 부활을 통해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줘 

만약 프리저가 '저렇게 쎈놈을 어떻게 이기지'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면 

마인부우는 '저런 죽일 수도 없는 끈질긴 놈을 어떻게 이기지'같은 생각이 들게 해 

다른 형태로 충분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악역의 면모를 잘 보여줬다. 

또한 흡수라는 능력을 통해 한명의 캐릭이지만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악역이기도 했으며 그만큼 반전도 많이 준 악역이었다.

선 부우는 새로운 Z전사로 합류하고 순수 부우는 이성이 존재하지 않고 

본능적으로만 움직이는 순수한 악의 덩어리라는 나름의 정체성도 갖췄다. 

하지만 중간에 나온 악 부우나 퓨전 부우 시리즈는 셀만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점 역시 부우 편이 저평가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Z전사 측을 살펴보면 주목할 만한 변화가 눈에 띄인다.

베지터

우선 베지터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든든한 아군 캐릭터로 자리매김된다. 

인조인간 편 까지의 베지터는 분명 오공의 위기때 나타나 구해주거나 

피콜로, 오공과 같이 아군팀의 3톱 체제를 유지하며 강함을 과시했으나 

꼭 중요한 순간순간에 사이어인 특유의 자존심과 호전성이 발목을 잡아 

아군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하고, 감정조절이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그러던 것이 부우 편에 이르러서 비로소 베지터가 한 명의 라이벌이고 Z전사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특히 오공과 대결로부터 시작해 마인부우와 대결해 자폭하기까지,

베지터가 보여주는 모습은 우수한 라이벌 캐릭터의 본보기이며,

또 캐릭터가 태생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딜레마를 아주 잘 표현해준다.

인조인간 편까지만 해도 베지터는 감정 제어가 미숙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으나 

부우 편에서는 그보다는 훨씬 성숙하고 쿨해졌다. 상당히 베테랑 다운 분위기가 느껴지게 되었다.

최종대결에서 베지터가 "(오공)너야말로 넘버원이다"라고 인정해주는 장면은 

드래곤볼의 대미일 뿐만 아니라, 베지터라는 캐릭터의 완성국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베지터는 천재적인 라이벌이고, 

긍지높은 사이어인의 왕자로서 오공에게 자존심이 상해있기도 하지만 

오공을 호적수로 인정하면서 재도약하는 매우 다각적인 캐릭터로 발돋움 했다. 

현재 베지터의 팬들은 바로 이 마인 부우 편의 베지터를 기억하는 독자들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성장일 뿐, 

아직까지도 쓸데없는 자존심에 대한 집착과 비정함이 조금씩 남아있다. 

 

손오공
오공의 경우 인조인간 편에서도 어느정도 그랬지만 

아군을 조율하고 지휘할 수 있는 리더형 인물로 성장했다. 

오공 자체는 마인부우와 대결한 직후에 저승으로 돌아가지만 

이때까지 마인부우와 대결하기 위한 모든 계획을 오공이 짜고 직접 진행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직접 초사이어인 3로 변신해 부우와 대결하기도 했다. 

저승으로 돌아간 뒤에도 전황을 꾸준히 관찰하며 아군이 열세에 처하자 

새롭게 포타라를 준비해 돌아옴으로 해서 사령관다운 면모를 보인다.

리더로서 뿐만 아니라, 프리저 편 이후 정말 오랜만에 주력 전투원으로 활약했다. 

인조인간 편의 손오공이 베지터나 손오반의 메인 이벤트를 위한 서브 역할만을 맡은 반면, 

마인부우 편의 손오공은 손오반과 베지터마저 패배시킨 부우를 상대로 여유있게 호각을 이루면서 

아군 최강의 전력임을 여실히 입증했다. 

후반에도 최종보스와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전력으로 활약함으로써, 

작품의 영원한 주인공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베지터에게 넘버원이라 인정 받은 것 또한, 바로 이 편의 손오공이었다.

 

손오반
에피소드 초반부터 페이크 주인공화 되었고, 파워도 이전보다 약해졌다. 

그러나 패배에 대한 반성과 잠재능력해방이라는 계기를 통해 종국엔 최강의 전력이 되어 돌아온다. 

그런 손오반의 패배는 셀 편에서 보여졌던,

 '아버지보다 재능 있는 아들이 보스를 이기는 전개'를 정면으로 깨면서 부우 편만의 차별성을 확립했다.

가령 이전의 초1, 초2처럼 새로운 단계의 각성이 나오면, 

그 임팩트와는 별개로 파워업한 아군이 너무도 쉽게 적을 이기고, 

카리스마 있던 적은 한순간에 땀만 뻘뻘 흘리는 조무래기가 되는 등 극이 단순해지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부우 편에선 

아군이 자신보다 강할 것을 미리 계산한 보스가 흡수라는 카드로 국면을 반전시킴으로써 

위기감이 더욱 강화되었다.

최강자 손오반의 패배는 작품론적으로도 의미있는 전개로서, 

이전까지의 패턴이었던 각성한 영웅 한 명이 다 해결하는 클리셰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지구에 살고 있는 모두가 함께 지구를 지켜내는 초원기옥 연출의 전조가 되었다.

 

오천크스
부우 편에서 강조된, '함께 싸우는' 연출의 상징이 된 캐릭터. 손오공의 설명처럼, 

혼자서는 결코 도달하기 힘든 최고의 전사로서 

손오천과 트랭크스가 본연의 천재성만으론 극복할 수 없었던 아버지 세대와의 격차는 

이 융합을 통해 비로소 메워진다. 이는 기존의 파워업 방식과도 차별되었다.

이전까지는 언제나 개인적인 단련/발전만이 파워업의 형태로 제시되었고, 

때문에 개인 차에 따라 파워업의 성과는 천차만별로 나뉘어졌다. 

가령 셀전의 손오반은 잠재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 하나로, 

똑같은 혼혈이자 미래의 지옥도에서 줄곧 싸워 온 트랭크스는 물론, 

손오공과 베지터가 그동안 쌓아온 훈련량조차 훨씬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설령 사이어인일지라도 파워 격차를 극복할 수 없었던 이들은 수련을 한 의미도 없을 뿐더러,

고작해야 구경꾼&설명꾼의 역할을 맡을 뿐이었다.

부우 편에선 손오천, 트랭크스가 이런 위험에 처했던 캐릭터로서, 

그들 개개인의 실력은 초사이어인이 가능했다 뿐이지, 

엄밀히 말해 부우는 커녕 아버지 세대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전까지의 드래곤볼이었다면 

이런 전력 외 인물들은 

프리저 편의 오반, 크리링 혹은 셀 편의 베지터, 트랭크스처럼 도태되었겠지만, 

퓨전 개념이 도입된 부우 편에선 

기존의 약자들이 개인의 한계를 넘어 보스와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전사로 활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 퓨전은 천재들끼리 융합을 했기에 이룩한 힘이라는 점에서 

그 파워업의 근거도 '비교적' 합당하게 제시된 수단이었다.

오천크스 특유의 강하지만 나사빠진 개성도 참신했다. 

물론 역대 강자들의 진지 노선을 좋아하는 팬들에겐 비호감 소릴 듣지만 

오히려 색다른 의외성과 귀염성에 제대로 빠진 팬들도 많다. 

특히나 별다른 고전도 없이 실실 웃으며 보스와 대등한 싸움을 펼치는 모습이 매력으로서, 

리타이어 계기도 퓨전의 시간 제한이나 흡수 같은 특수한 요인이었을 뿐 

서브 캐릭터의 필연적 운명인 '파워 싸움에서 밀려 죽을 위기'마저 일절 묘사되지 않는 등 

시작부터 끝까지 이 정도로 좋은 대접을 받은 캐릭터도 드물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인지 점프에서 드래곤볼 연재 500회 기념 캐릭터 인기 투표를 했을 때, 

1위 손오공, 2위 베지터, 3위 트랭크스에 이어 4위에 랭크된 캐릭터가 바로 오천크스였다.

 

피콜로
인조인간 편 후반부까지 실질적인 전투원의 마지막 끝자락을 유지하고 있던 피콜로는 

파워 밸런스에서 완전히 밀려나면서 오천과 트랭크스의 조력자로 역할을 탈바꿈하였다.

비델을 이용해서 마인부우를 설득해서 시간을 벌고, 

마인부우와의 싸움에서 오천크스에게 조언하는 등 지략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오천크스의 파워가 떨어지자 공간에 부우를 가둬버리기 위해 

하나뿐인 입구를 재빨리 부숴버리는 등 중요할 땐 비장한 모습도 보여주지만 

굴욕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줘서 기존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다른 전사들
그 밖에 전투에 따라올 수 없게된 Z전사들은 사실상 제외된다. 

크리링 조차 배제되고 천진반 정도가 깜짝 등장해 감초역할을 했다. 

야무치는 도움이 안된다며 전투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인격적이고 인간적인 모습들에 반한 팬들 덕분에 

점프 연재 당시 프리저와 크리링을 제치고 일본 점프 인기순위에 8위를 한다. 

이점은 기존 캐릭터들에게 애착이 있는 팬들에게는 마이너스 요소였지만 

구성상으로만 보면 합리적인 결단이었다.

 

미스터 사탄
지구는 지구인이 지킨다는 부우 편의 메시지를 제대로 보여준 캐릭터.

미스터 사탄이 단순한 먹튀캐릭터를 넘어서서 

마인 부우 편 자체의 국면을 전환시키는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피콜로와 함께 조력자 캐릭터의 역할을 반분해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 

부우 편의 피콜로가 종래의 해결 방식이었던 아군의 특훈과 전투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면, 

미스터 사탄은 중반부터 

뚱보 부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개심시키며 독자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갔으며, 

후반부의 최종대결에서도 결정적으로 기여하면서 조력자적 면모를 보인다. 

그 캐릭터성 자체도 초창기의 크리링-야지로베로 이어졌던 면모를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캐릭터로서 미스터 사탄이 가지는 가장 큰 특이점은 

단순한 조력자를 넘어 사실상 전투를 승리로 이끈 최초의 지구인이라는 점에 있다. 

그간 작 중에서 지구인은 

크리링, 부르마 같은 레귤러 캐릭터들을 제외하면 큰 의미 없는 존재들로 취급되어왔다. 

가령 싸움이 벌어지면 지구인들은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도망다니거나 희생되기 바빴으며, 

혹은 공황 묘사를 통해 지금 발동되는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사탄 본인의 사기 내력을 감안하더라도,

지구인 챔피언인 그를 대하는 주역들의 조롱 섞인 태도 역시, 이런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쉽게 말해 작 중의 지구인은 언제나 사이어인이라는 능력자에게 구원만 받는 수동적인 객체에 불과했다.

특히나 이 부우 편은 그동안 불편한 진실마냥 설렁설렁 넘어갔던 그 부분을 정면으로 표현하면서,

전사들이 악당에 맞서 지켜줄 수 없는 상황의 지구인들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

부우 편의 미스터 사탄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지구인이었고,

그의 활약은

사탄 본인을 포함해 그토록 무력하던 지구인들을 일거에 악당을 쓰러뜨린 주역으로 탈바꿈시켰다.

물론 셀 편까지는 미스터 사탄도 무력한 지구인의 범주에 속했다. 

그의 역할은 

과거 프리저 편의 크리링처럼, 어디까지나 능력자들의 각성을 돕는 '촉매'로 기능했을 뿐이고, 

그렇게 각성한 능력자들의 힘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부우 편의 미스터 사탄은 그런 능력자들조차 속수무책이었던 상황을 자신의 힘으로 바꿈으로써 

능력자들에게 구원 받는 지구인이 아니라, 

능력자들마저 구원한 지구인으로 활약했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그 활약이 크리링이나 천진반 같은 초인적인 능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미스터 사탄 본연의 인기와 배짱이라는, 

어디까지나 지구인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은 능력을 통해서 이룬 쾌거였다는 점은 

이 캐릭터의 의미를 한층 깊게 만들어준다.

거기에 이전까지 단순히 배틀물로 전투에만 초점이 맞춰진 드래곤볼에서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적들과의 대화를 시도하며 

잠사나마 분위기를 색다르게 반전시켰다는 것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 당시에 악당 2인조의 병크만 없었더라면 

그냥 사탄의 설득 이후 드래곤볼만 모아서 소원을 이루는 형태로 부우전이 마무리 됐음이 분명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고 새로운 전환점으로 바뀌긴 했어도 

이후 슈퍼 부우에게 있어서 이 미스터 사탄의 존재로 인해 여러모로 시간 끌기나,

최종반에 미스터 부우가 등장하면서

사탄을 괴롭히지 말라는 일갈과 함께 베지터 대신 맞대결에 임하면서

손오공이 기를 모으고 초 원기옥을 끌어내기까지의 시간을 벌게 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더욱이 부우를 쓰러뜨린 수단이 초원기옥임을 감안할 때 

이는 비단 미스터 사탄 하나만의 성공이 아니라, 

미스터 사탄의 부름에 응답하여 힘을 보내준 모든 지구인들의 성공이었다. 

 

초원기옥 계획을 입안한 베지터도, 초원기옥을 모으고 날린 손오공마저도, 

이순간만큼은 지구인의 힘을 빌려 싸운 매개자에 지나지 않았고, 

이를 통해 사상 최초로 지구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써 지구를 지켜낼 수 있었으며, 

그 기적의 중심에 미스터 사탄이 있었던 것이다.

 

가짜 영웅에 불과했던 미스터 사탄이 손오공마저 인정하는 진실된 구세주로 거듭나는 이 시퀀스는

부우 편 뿐만 아니라, 드래곤볼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이후 드래곤볼은 손오공의 후계자를 손오반도, 손오천도, 그 어떤 사이어인도 아닌, 

지구인 우부로 낙점하며 장대한 막을 내린다. 

지구는 지구인의 힘으로 지킨다는 메시지는 그렇게 사탄에게서 우부로 이어졌다.

 

작화
작화에 대해서는 전 시리즈인 인조인간 편과 함께 평이 엇갈리는 편. 

일단 혹평하는 쪽에서는 실제로 만화책을 보면 배경을 그리기 귀찮았음이 티가나고 

마인 부우 편은 이미 시작하기 전에 편집부에서 조금만 더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렸던 만큼 

토리야마 본인이 후에 힘을 빼고 그렸다 라고 말하였다고 주장한다.

중간중간 작화가 좋은 편(오공 초3각성, 오천크스 초1 등장 편 등)도 물론 있지만 

전투 중에 배경도 비교적 단순화 되었으며 액션묘사도 단순화, 

특히나 오천크스VS마인부우는 배경을 그리기가 귀찮아서 정신과 시간의 방에 넣었다고 말하였으며, 

작붕도 간간히 보이는 편이다. 


작화 외적으로도 토리야마가 그리기가 상당히 피곤했단 것을 보여주는 게 

오천과 트랭크스가 퓨전을 수련하는 화에서는 복사&붙여넣기 신공을 사용하였다(...) 

토리야마 본인도 크리링의 입을 통해 셀프 디스하기도.

하지만 호평도 꽤 있다. 

일단 마인부우편은 

토리야마 아키라가 닥터 슬럼프와 드래곤볼을 연재하면서 늘었던 그림 노하우가 폭발한 시기이기도 하다. 

오히려 일부 독자층들에겐 작화가 프리저 편 이상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페이지 단위로 본다면 

컷분할과 동선의 구도, 미장센 등에서 가장 발전한 형태이기에 

2010년대의 다른 만화들과 비교해도 뛰어난 편이다. 

이 시기의 전체적인 연출은 완성형에 가깝다. 

초화집에서 참조할 수 있는 이 시기(93년~95년) 일러스트의 화력을 보면 대번에 느낄 수 있지만, 

못한게 아니라, 더 할 수 있는데 안 한 케이스다(...).

 

정리하자면, 

프리저 편에서 보여줬던 배경 묘사나 전투 액션의 강렬함은 없지만, 

인물 묘사만큼은 앞선 에피소드들을 뛰어넘는 안정된 작화를 보여준다. 

마인부우를 상대하는 마인 베지터, 초3 손오공, 오천크스, 얼티메이트 오반, 베지트의 묘사는 그 정점. 

덕분에 41권, 42권에 실린 화들은 가히 일체의 작붕 없이 진행되었으며, 

특히 42권은 

인물 묘사 뿐만 아니라 연출 면에서도 토리야마 아키라의 화력 내공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마스터피스.

 

평가
드래곤볼 원작의 막바지인 만큼 토리야마의 가뿐한 진행이 몇몇 논란을 불러왔다.

최종보스로서 적절한 위기감이 있었는가?

40권 회차 당시, 초사이어인 3 오공과 뚱보 부우의 격투는 아주 잠시뿐이었고, 

딱히 어느 쪽의 우열을 가늠할 수 없게 연출되었다. 

초사이어인의 개념이 등장한 이래, 역대 보스들은 주인공의 '새로운 변신형태'가 나왔을 때 

하나같이 압도적으로 밀려왔다. 

초사이어인 각성 당시의 프리저가 그랬고, 초사이어인 2 당시의 셀이 그랬다. 

그러나 뚱보 부우는 

새로이 등장한 초사이어인 3 오공을 상대로 실실 웃으면서 호각지세로 응전했음은 물론, 

훌륭한 센스로 손오공의 감탄까지 이끌어냈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역대 보스들조차, 새로운 변신이 나오면 하나같이 굴욕적으로 털려왔지만, 

부우만큼은 전혀 달랐다. 

더군다나 이 뚱보 부우는 보스의 최종형태도 아니었다.

인조인간 편을 생각해보자. 

셀은 1단계에선 등장하자마자 신콜로에게 밀려 도망이나 다녔고, 

2단계에선 초베지터에게 글자 그대로 즈려 밟혔다. 

완전체가 되고나서도 초사이어인의 새로운 각성엔 여지없이 털렸다. 

즉, 셀 역시도 처음부터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주긴커녕, 

흡수를 통해 실시간으로 성장하면서 겨우 주역들을 압도한 케이스다. 

이처럼 악당의 강화와 아군의 강화가 단계적으로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드래곤볼이 늘 보여준 방식이었다. 

그러나 셀과 달리 내부 분열 전까진 털린 적도 없거니와, 

최종 형태가 아님에도 새로운 초사이어인 각성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던 보스는 뚱보 부우 뿐이었다. 

캐릭터의 디자인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을지 모르나, 

부우의 위기감이 없었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그 부우를 유일하게 막을 수 있었던 손오공은 시간 문제로 저승에 귀환할 수 밖에 없었고 

당시 남은 전력은 손오천, 트랭크스와 손오반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전자가 초3 퓨전, 후자는 잠재능력해방을 통해 강해졌지만, 

당시의 이들은 모두 손오공은 커녕 베지터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전력 차가 있었다. 

이 전력 설정은 손오공의 강제적인 부재와 맞물려 작중의 위기감을 충분히 고조시켰다.

 

정리하자면,

 '아군이 이미 부우보다 강한 전력을 갖고 있었다'는 언급은 

이미 42권을 다 독파해 파워 수준을 전부 알게 된 독자의 시선일 뿐, 

당시 연재를 따라가는 독자는 이를 알 길이 없다는 점에서 너무도 결과론적인 의견이다. 

단행본 기준으로 봐도 손오공vs부우는 40권 초반에 나오는데, 

오천크스는 41권에서야 부우와 붙을만한 실력으로 묘사되고, 

잠재 능력을 해방한 손오반은 41권 후반에 가서야 등장한다. 

이런 식이면 어차피 프리저편은 초1, 셀편은 초2가 나올테니 아군이 더 강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베지터와 싸울 당시의 손오공이 초3로 변하지 않았던 이유도 위의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손오공 입장에선 설령 베지터를 이겼다한들, 

또 어떤 예상치 못한 변수에 마인 부우가 부활될지도 모르는 일이거니와, 

그 부우의 전력을 모르는 상태에서 함부로 이승에 체류하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드는 기술을 

남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손오공 하나 죽이면 끝이라는 생각 뿐이었던 베지터와 달리, 

마인 부우의 부활을 염두에 두고 싸워야했던 손오공은 애초에 그 입장부터가 달랐다.

이후 뚱보부우는 악 부우 -> 순수 부우로 최종 변화하면서 강화되어 

그때마다 형태에 맞는 다양한 면모를 통해 색다른 위기감을 보여주었다. 

가령 흡수라는 개념은 셀 편때 이미 등장했으나, 

애초에 세트 물품으로 한정된 부속물을 흡수하는 개념이었던 전 회와 달리 

부우는 강화된 아군을 흡수한다는 점, 

그럼으로써 더이상 싸울 전력이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상황을 더욱 절망적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마인 부우 편 초반부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중반부 이후부터 나오는 퓨전, 잠재해방, 포타라 같이 새로 등장하는 개념은 

마인 부우 편의 위기감을 급감시켰다.

오천크스는 단기간의 수련으로 너무나 쉽게 초사이어인 3로 변해서 

당시 한 방으로 지구인을 전멸시킨 포스를 보인 슈퍼 부우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잠재 해방 오반도 마찬가지로 슈퍼 부우를 가볍게 압도했다. 

 

원작 기준 최강의 적인 오반 흡수 부우를 베지트가 양 발로만 상대하는 장면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오천크스와 슈퍼 부우의 전투씬은 진지해야할 상황에서 너무나 개그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에 

지구가 멸망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위기감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지경이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기존의 존재했던 개념이 아닌 뜬금없이 갑툭튀하는 개념에 의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어떻게 이길지 예상하는게 소용 없어졌고, 

이로 인해 위기감 부족이 다른 편에 비해서 훨씬 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종보스 외의 적들은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점도 초반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사이어인 편에서 처음 등장한 라데츠는 손오공과 피콜로가 협력해서 싸웠음에도 오히려 압도당했고, 

그 이후에 등장한 내퍼도 손오공 부재의 상황에서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췄던 아군을 사정없이 학살했다. 

 

프리저 편에서는 

프리저와 베지터라는 두 강적을 동시에 피해다녀야 했고, 

프리저의 부하인 도도리아와 따봉, 기뉴특전대도 

손오공이 없는 상황에서 아군의 전력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인조인간 편은 

초반에 압도적인 강함을 자랑했던 전편 최종보스 프리저가 자신의 아버지까지 대동해서 쳐들어왔고, 

그걸 미래의 트랭크스가 해결하나 싶더니 더 강한 적의 등장이 예고된다. 

이렇게 등장한 19호와 20호를 베지터가 압도하면서 무난하게 넘어가나 싶더니, 

이번에는 17호와 18호가 등장해서 아군을 압도적으로 쓰러트린다. 

이 때문에 '지금 상대하는 적도 이렇게 강한데 뒤에서 기다리는 최종보스는 얼마나 강한가'라는 두려움을 

제대로 심어줄 수 있었다. 

 

이에 비하면 마인 부우 편에서는 

특별한 준비가 없었음에도 부우를 제외하면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데브라조차도 

손오공이나 베지터에 비하면 한참 약했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손오공과 베지터는 여유로운 자태로 데브라와 손오반의 싸움을 지켜보며 평가를 한다. 

설상가상으로 작품 초반은 천하제일무도회로 시작했고, 

아군의 든든한 뒷심인 손오공이 처음부터 함께하고 있으니 긴장감이 덜해지는 것도 당연지사.

덧붙여 부우의 아이덴티티인 재생 능력도 부우의 포스를 떨어뜨렸다고 볼 수 있는게, 

재생 능력 자체는 사기적이지만 그걸 어필하기 위해서는 부우가 대미지를 크게, 

그리고 자주 입어야 하며, 

이는 부우가 '재생능력만 없었으면 진작에 소멸되었을 녀석'으로 인식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허구한날 아군의 공격에 당해서 몸이 걸레짝처럼 되는 쪽과 

아군의 강력한 공격에도 기스 하나 나지 않는 쪽 중에서 누가 더 강해보이는지는 자명한 사실. 

설정상으로는 

초사1 오천크스에 비해 8배의 강함을 가졌음에도 상대에 의해 몸이 산산조각이 나는 굴욕을 당하기도 하니..

 

세대 교체에는 성공 했는가?

에피소드 서두에서부터 '주인공은 손오반'이라 공언해놓고 결국 노선을 바꿨던 것은 비판할 만하다. 

그러나 이는 '주인공 교체의 실패'일 뿐, 세대 교체엔 성공했다. 

작중 손오공이 미래를 맡겼던 손오천과 트랭크스는 결국 이틀만에 그가 가르친 퓨전은 물론, 

초3까지 완수하면서 손오공을 완벽하게 뛰어넘었다. 

설령 퓨전의 힘을 빌린 성공이라한들 그 퓨전을 성공시켜 

그 경지까지 도달한 것은 어디까지나 손오천과 트랭크스의 힘이었고, 

손오반 또한 종국엔 잠재능력 개방을 통해 아버지를 뛰어넘었다.

흔히 악 부우와 호각이었던 오천크스와 오천크스 흡수 부우에게 고전했던 손오반을 들어,

 '얘네가 끝장 안 냈으니 세대 교체는 실패했다'고 하지만, 

애초에 악 부우는 손오공조차 너무 강하다며 손사래를 친 적이다. 

그런 적을 상대로 오반과 오천크스는 자신있게 호각을 이루거나 이를 능가했다. 

전 세대 보다 후 세대의 전력이 더 강했던 시점에서 세대 교체의 실패라는 것은 단어 선택의 오류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경험이었을 뿐,

 '손오공이 없는' 상황에서 그를 대신할 전력이 되기엔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성장과 훌륭한 활약을 보여줬다. 

특히나 보스와 호각 이상의 격전이 가능한 가용 전력의 수는 

톱3 에피소드를 통틀어 마인부우 편이 가장 많았다.

무엇보다 원작 마인부우 편의 마지막 화이자 드래곤볼 서사시의 최종회는 

부우전에서의 초원기옥 피니쉬가 암시했던 것처럼,

 '지구는 지구인의 힘으로 지킨다'는 메시지를 그대로 담아 

사이어인 손오공에게서 지구인 우부로 이어지는 진정한 세대 교체로 끝났다.

더군다나 7년간 수행에 매진한 손오공, 베지터를 놔두고 

이번에도 불과 하루 정도의 잠재능력개방으로 더 강해진 손오반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전개는 

셀 편의 재탕일 뿐더러 의미도 없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정도의 수련으로 초3를 뚫어버린 오천크스에게도 해당되며, 

이 캐릭터들은 '그만큼 강한 전투원'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했다.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주역은 

그동안 작품 전체에 걸쳐 싸움에 평생을 바쳐 온 손오공, 베지터가 맡는 쪽이 아귀도 맞고, 

우정, 노력, 승리라는 소년만화의 주제와도 더 어울린다.

사족으로, 셀전에서 이랬으니 부우전에서도 이래야 된다는 식의 지적은 어불성설이다. 

 

사례로 든 인조인간 편도 끝은 손오반이 장식했지만, 

에피소드 초반부터 손오반이 그런 역할을 할 것이란 장치는 일절 제시되지 않았다. 

단행본 기준 29권부터 35권까지가 인조인간 - 셀편인데, 

33권 중반에서 손오공의 의미심장한 여유가 묘사되기 전까지 

무려 4권 반의 분량동안 손오반이 주역이 될 것이란 암시는 없다. 

그동안 손오반이 한 일은 인조인간 전 당시 전력 외 취급을 받으며 

빠른 복귀, 그리고 타임머신 탐사가 전부였다. 

암시나 복선을 따지기 전에 분량부터가 실종 상태였다는 뜻. 

이 당시 극을 캐리했던 캐릭터는 손오반이 아니라, 베지터와 피콜로였다. 

때문에 손오반의 성장은 똑같은 혼혈인 트랭크스 이상으로 급하게 진행되었고, 

그야말로 아무런 접점도 안면도 없던 16호의 파괴가 각성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는 등 

구성 측면에선 다소 허술한 부분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마인부우 편은 

손오반의 이른 주역 하차 결정과 더불어 이에 따른 손오반의 약화와 손오공, 

베지터의 강화 및 손오천, 트랭크스의 비상한 천재성이 초반부터 충분히 묘사되었으며, 

뒤이은 최고 전력들 간의 격돌(손오공vs베지터)과 전력 이탈(베지터 사망, 손오공 귀환)을 통한 위기감 조성,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약한 2세대들이 저마다 수련에 대한 동기를 얻고, 

그를 통해 아버지 세대 이상의 성장을 이룩한 모습까지 빠짐없이 연출되었다.
동시에 

초반엔 평화병에 빠져 어리석게 묘사된 지구인들이 

중반엔 부우를 개심시켜 지구를 지키는가 싶더니, 

또 한편으론 부우를 각성시키면서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역할을 맡다가, 

후반엔 모든 이들의 원기를 통해 능력자들도 쓰러뜨리지 못한 부우를 쓰러뜨리는 등 

에피소드의 한 축이었던 지구인의 역할 변화도 꾸준히 묘사되었고, 

최종적으론 

이 메시지를 표상하는 지구인 우부가 손오공의 진정한 후계자로 등장하면서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

 

드래곤볼은 시기적절하게 사용 되었는가?

드래곤볼이 남발되었다고 하는데, 

부우 편에서 드래곤볼이 사용된 것은 

마인 베지터 학살 이후, 그리고 순수 부우전 당시를 합쳐 단 두번 뿐이다. 

그리고 이 편 역시도 다른 에피소드들처럼 불가피한 상황에서 드래곤볼이 사용된 건 마찬가지다.

부우 편은 전례없이 강하고 자제심 없는 적이 보스였던 유일한 에피소드다. 

프리저는 지구를 침공하기 전에 죽었으니 논외로 치고, 

그 악독한 피콜로 대마왕도 지구인을 학살할 땐 1년에 한번이라는 조건으로 지역을 선택했고, 

라데츠, 내퍼, 베지터는 아예 강한 기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으며, 

셀은 1단계 이후로는 

게임을 즐기겠다며 이쪽에서 먼저 건들지 않으면 살인을 금했던 상당히 젠틀한 적이었다. 

그러나 마인부우처럼 아예 처음부터 닥치는대로 인간과 도시를 무한정 공격하는 적은 아무도 없었다.

베지터와 오반이 패했고, 손오공도 시간 제한이 걸려 돌아가야 했던 상황에서, 

그런 마인부우를 막고 평화를 되찾아 인명을 되살릴 수단은 오직 하나, 퓨전 교습 뿐이었다. 

 

지금 당장 아몰랑 어쨌든 생명은 소중하니 싸웠다고 치자. 

감성에 휘둘려 유일한 해결책을 버리고 명백한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인명경시다. 

손오공과 피콜로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최선을 택했을 뿐이다.

부우의 힘이 지구에 남아 싸울 수 있는 그 어떤 가용전력보다 강했던 시점에서, 

지구인의 학살은 어쩔 수 없이 정해진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그 지엽적인 희생을 막아보겠다고 퓨전을 관두고 수련을 관두게 해서 그냥 다 공멸해버리고, 

부활의 가능성마저 없애버리는 것은 전혀 합당한 선택지가 아니다. 

지구에 남아있는 이들은 손오반이 있다는 것도 몰랐지만 

알았다한들 다른 이들이 가능성도 버리고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다.

허나 정시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든 게, 

분명 오천크스의 수련을 정시방에서 할 수 있음에도 

단순히 더 강한 적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유로 쓰지 않았다. 

이래저래 이유와 가능성을 들어서 쉴드를 치기도 하지만, 

모두 결과론적이거나 손오공 일행의 의도와는 무관한 부분이다. 

손오공에게는 쉴더들이 언급한 빅 픽쳐가 없었고, 

그저 '더 강한 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한 이유밖에 없었다는 게 팩트다.

오천크스의 수련 시간을 최대한 벌어야 하고,

지구인들이 몰살당하고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부우가 신전을 찾지 못한다는 것만 믿고 느긋하게 굴다가

슈퍼 부우가 탄생하고 그제서야 급급히 짧은 수련시간을 가졌다는 건 최악의 결과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설령 부우가 신전을 찾지 못한다고 해도

과거에 부우가 수많은 별들을 파괴하고 다녔던 사실은 알고 있었던만큼,

언제 지구 전체가 날아갈지도 모를 상황인데 그런식으로 여유를 부렸다.

셀 편에서 1단계 셀에게 사람들이 학살당할 때, 

손오공을 비롯한 모든 전사들은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TV를 통해 전세계에 셀이 수십만명을 학살했다는 보도가 중계될 때도, 이를 막는 전사는 아무도 없었다. 

알고 있으면서 막지 않은 것이다. 

막을 방법도 없었거니와 근본적으론 저항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표현되지 않았다 뿐이지,

이 때 역시 주인공들이 택한 방식은 나중에 드래곤볼로 되돌리고 우린 그동안 수련하자였다.

실제로도 실력이 갖춰지기 전까지 학살이 진행되는동안 셀을 막기 위해 나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셀과 마인부우의 차이는 전자가 다행히 젠틀했고, 후자가 불행히 무식했다는 점이다.

이는 생명 경시가 아니라 불가항력에 대한 최선이다.

부우 편에선 그 점을 두루뭉슬하게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단 하나 생명 경시로 비판받아야 할 부분은 손오공이 계왕신계로 피난한 뒤, 

포타라 합체라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1대 1 승부를 고집한 장면이다. 

문제는 1대 1 승부보다도 그 뒤의 발언인데, 

본인이 승부를 위해 부우를 찾아나서긴 커녕, 

부우가 계왕신계에 직접 오기 전까진 손 놓고 있겠다는 식으로 

우주인들의 위험을 가벼이 여긴 것은 이길 수단이 있음에도 이를 방관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생명 경시였다. 

 

이는 불과 몇 분전만 해도 베지트로서의 안전한 승리와 드래곤볼이라는 선택지도 기꺼이 포기하고, 

흡수의 위험마저 감수하면서까지 자식과 친구들을 구출해냈던, 

그리고 그렇게 애써 구출한 이들보다도 

친분이건 전력으로서의 유용성이건 

한없이 떨어지는 사탄과 덴데를 일말의 망설임 없이 살려냈던 손오공의 행보와도 전혀 맞지 않는 연출이었다. 

때문에 애니판에서는 손오공 쪽에서 먼저 기를 올려 부우를 호출하는 것으로 이 부분을 변경했다.

외려 마인 부우 편은 드래곤볼 사용법의 모범 사례를 보여준 에피소드다. 

최초의 드래곤볼 사용(마인 베지터 학살 이후) 때도 소원은 인명을 구하기 위해 하나만 빌고 끝냈고, 

두번째 드래곤볼 사용(부우전) 때는 세 가지 소원으로 인류 부활과 전세 역전을 동시에 이뤄내는 

가장 합리적인 사례를 보여줬으며, 

그 소원을 빌고 이루기까지 촉박한 상황까지 더해져 긴장감을 이끌어냈다. 

더욱이 프리저 편의 전반부가 드래곤볼 자체의 쟁탈전을 잘 연출했다면, 

마인 부우 편은 

프리저 편 후반부처럼 드래곤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두뇌 플레이가 펼쳐지면서 

드래곤볼의 소원이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에 간만에 만화 제목 값을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있다.

 

막판의 지구인 묘사는?

애당초 지구인들은 완전히 선한 존재로도, 완전히 악한 존재로도 표현되지 않았다. 

드래곤볼 초반만해도 레드리본이라는 사적 군사 단체가 존재했고, 

정부는 이를 막을 힘도 없을만큼 무능했다. 

손오공이 처음 부르마를 찾아 도시에 올라왔을 때도 

그 어린애를 상대로 총구를 겨누고 삥을 뜯는 양아치가 존재했으며, 

팬들이 좋아하는 런치 또한 경찰에게 쫓기는 범법자였다. 

피콜로 대마왕을 쓰러뜨린 손오공에겐 보답하는 사람 하나가 없었지만, 

미스터 사탄이 셀을 쓰러뜨렸다는 뻥을 믿는 바람에 손오공 일가의 살림을 어렵게 만드는데 공헌한 것이 

드래곤볼에서 묘사된 '일반적인' 지구인들의 인식이었다. 

그러나 크리링, 부르마, 야무치를 비롯한 수 많은 지구인 레귤러 캐릭터들은 물론이거니와 

화이트 장군과 싸우기 전 얼어 죽을 뻔한 손오공을 보살펴 준 모녀의 경우처럼 선한 지구인도 존재했다.

무엇보다 부우 편의 지구인들도 딱히 악하게 묘사되진 않았다. 

은행 강도나 난리를 틈타 묻어가는 족속들은 연재 초부터 묘사되고 있었을 뿐더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도 엄연히 존재하며, 오히려 그보다 더한 꼴들도 보고 사는게 현실이다. 

또한 베지터가 쓴 계왕의 기술은 바로 바비디가 학살 당시에 쓴 방식과 유사했으므로 

지구인들이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선뜻 믿지 않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 한 부분이다.

더군다나 그들은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 방법이 없었기에,

손을 들었더니 힘이 쭉 빠져나가는 이 요상한 현상이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몰랐다.

까놓고 말해 악당에게 힘을 빌려주는 건 아닌지 충분히 의심할만한 상황이었다는 것.

오히려 이런 연출이야말로 지구인들에게 현실성과 순수성을 아울러 부여하면서, 

차후에 완성될 원기옥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더하고 있다. 

현실의 인간들처럼 드래곤볼의 지구인들 역시 의심 많은 약한 존재들로서 선인과 악인이 뒤섞여있지만, 

올바른 가치를 확인하면 기꺼이 그 길을 택할 수 있는 이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간단하지만 

명확한 방식으로 묘사된 것이다. 

애초에 현실의 인간들부터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므로, 

드래곤볼의 지구인들이 100% 선하게 표현되지 않았다고 한들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타
볼거리도 상당히 많았다. 

오천과 트랭크스의 대결, 베지터의 양민학살, 

18호와 두 꼬마의 괴상한 2대1 매치, 

오공과 베지터의 라이벌 매치와 초사이어인 3를 공개한 오공과 마인 부우의 대결 등 

오프닝부터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다.

게다가 퓨전/포타라 개념의 도입으로 오천크스가 등장했을 뿐 아니라 

오공과 베지터가 합체하는 꿈의 퓨전 캐릭터도 창작되었다. 

본편에서는 포타라로 합체하는 베지트가 등장했지만 

드래곤볼 극장판과 드래곤볼 GT에서는 퓨전으로 탄생한 오지터가 등장한다. 

부우도 비슷하게 흡수란 개념이 있어서 다양한 캐릭터들과 합체했다.

이런 요소들은 미디어 믹스 기획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서 야무치와 천진반이 합체한 야무반, 

오공과 사탄이 합체한 오탄, 부우가 프리저, 셀, 베지터를 흡수한 형태 등등이 게임 상으로 구현되었다. 

베지터를 흡수한 부우는 오반과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턱선을 가지고있고 베지터를 흡수하여도 크다.

드래곤볼/22회 천하제일무도회 편 이후 오랜만에 드래곤볼의 배틀 장면에서 개그성 연출이 돌아오기도 했다. 

예를 들어 

마인 부우를 상대로 배구놀이를 하던 오천크스와 피콜로, 

기탄으로 본인과 닮은 유령들을 만들어서 트릭 어택을 선보였던 오천크스와 마인 부우, 

마술로 사람들을 캔디와 초콜릿 등으로 변화시켜서 먹어버렸던 마인 부우, 

그리고 역으로 캔디로 변한 상태에서도 마인 부우를 쥐어 팼던 베지트 등등.

드래곤볼에 대한 대우도 개선되어서 인조인간 편에선 있는 둥 없는둥 취급했지만 

아군측 최후의 보루로 다루어지며 최종대결에서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그리고 전 에피소드를 통틀어 원기옥으로 승리한 최초이자 최후의 에피소드 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기획에서는 원기옥이 오공의 최종카드로 자주 등장했지만, 

사실 그런 것 치고 본편에서는 실적이 좋지 못했다. 

본편에서는 거의 원기옥에 맞는다 -> 사실 살아있다가 공식처럼 통했다. 

그러나 부우 편에서는 

지구가 일치단결하여 원기옥을 만들고, 그걸로 승리하는 꿈같은 패턴이 제시되었다. 

어떻게 보면 드래곤볼은 "원기옥이 결국엔 성공한 만화"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장면은 굉장히 감동적이었기 때문에 

이후 드래곤볼 GT에서도 전우주의 원기를 모은 원기옥으로 일성장군을 무찌른다.

간혹 손오반이나 오천크스가 왔다면 끝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전투력과 관계없이 부우가 그들을 흡수할 위험은 여전했다. 

무엇보다도 당시 부우를 끝장내지 않으면 자기가 죽는 현장에서 

베지터가 떠올린 해결책이 바로 원기옥이었고, 

손오반이나 오천크스를 잊지 않았던 손오공이 

최종적으로 동의한 해결책도 이 원기옥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래저래 초원기옥이 최소한의 합리성은 지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최초로 신전이 적에게 침입받는 상황이 일어난 편이기도 하다. 

피콜로 대마왕전 신님의 등장 이후 신전은

손오공 일행의 최후의 보루이자 안전한 피난처 같은 느낌이 있었고

실제로도 그들은 거기에서 훈련을 하거나 상황을 관찰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인 부우가 침입하고,

전 인류가 절멸하는 사태와 함께 오공 일행들이 전부 부우에게 당해버리면서

그야말로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는 최후의 최후, 급박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4. 이벤트

베지터가 무도회에서 죽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악인을 제외하고 오늘 죽은 사람들을 살려달라는 첫 소원으로 빌었고 

남은 소원은 직후 도착한 오공에 의해 보류되었다. 

여기서 치명적인 옥의 티가 발생하는데 손오반의 부활 가능성을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일단, 손오반은 당연히 악인이 아니고 이전에 죽은 적도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소생 범주에 들어간다. 

기존에는 손오공이 부르마 일행의 소원을 '무도회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살려달라는 것'으로 오해했고,

부르마 일행은 손오공이 하는 말이니까 의심하지 않았다는 눈물겨운 쉴드가 있었지만

상식적인 범주에서 생각해보면 이 쉴드는 무리가 있다.

일단, 상술했듯 손오공이 소원을 저지하러 도착한 시점은 부르마 일행이 첫 소원을 빈 직후이고 

이후 손오공은 일행을 신전으로 옮긴 후 오반의 사망 사실을 전한다. 

따라서 부르마 일행은 

당연히 손오반도 자신들의 소원으로 살아나지 않았을지 의문이라도 품는 게 정상이다. 

소원 내용을 알고 있는 부르마 일행이 생각하기에 손오반이 부활할 수 없는 경우는 

자신들이 소원을 빈 이후 손오반이 사망한 경우 밖에 없는데, 

손오공이 오반과 베지터는 마인 부우에게 죽었다고 말했으며, 

이후 손오공은 계속 부르마 일행과 붙어있었다. 

즉, 부르마 일행이 소원을 빈 후 손오반은 마인 부우한테 라이브로 죽어가고 있는데도, 

오공은 태연하게 셔틀 봉사를 하고 있었고 일이 끝난 뒤 

오반의 사망 사실을 덤덤하게 전했다(...)는 막장 상황이 아니고서야 

손오반의 부활은 누가 생각해도 당연한 것이었다.

결국 쉴드 불가한 토리야마 특유의 설정구멍인 셈.

정황상 토리야마가 오반이 드래곤볼로 부활했던 적이 있다고 착각하고 연재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피콜로나 치치도 저승으로 돌아가는 오공에게 오반에게 안부 전해달라는 이야기도 했었고, 

오반의 부재를 연출하고 싶었으면 위와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사실 행방불명 상태거나 계왕신과 같이 있다는걸 알고 있더라도 스토리 전개 상 문제 될 것도 없었다. 

작가도 주간 연재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사망기록을 일일이 카운트 하는 것도 귀찮았을테고...

차라리 굳이 쉴드를 친다면

당시 부르마 일행은 갑자기 전해들은 오반과 베지터의 사망 사실에 패닉에 빠져

차마 오반의 당연한 부활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낫다.

비교적 일찍 오반의 사망(?) 판정을 들어서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했던 오공이나 피콜로는

정작 소원 내용을 듣지 못했으며

불운하게도(?) 오반은 계왕신계로 옮겨져서 Z전사들이 기도 느낄 수 없었다.

사실 극중 전개상 오반이 살아있다는 걸 알았으면

곧바로 오공과 퓨전 -> 신난다! 부우 편 끝!이 되기 때문에 스토리상 어쩔 수 없는 장치이긴 했지만

부르마 일행의 소원이 오반이 뻗기 전에 이뤄지도록 그렸다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베지터야 어차피 소생 불가니.

42권에 이르러서 지구가 박살나버렸기 때문에 지구의 드래곤볼도 함께 박살났다. 

순수 부우전에서 베지터가 기지를 발휘해 나메크성의 드래곤볼을 이용해서 두 가지 소원을 빈다. 

우선 파괴된 지구를 원래대로 부활시켰다. 

다음으로 천하제일무도회시점부터 아주 극악무도한 악당만 빼고 모두 되살렸다.

이점은 마인부우에게 죽은 사람을 되살릴 경우

데브라나 바비디 같은 악당도 되살아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원으로 손오공에게 생명을 준 노계왕신은 물론 베지터도 되살아났다.

마지막 남은 소원으로 오공의 떨어진 체력을 회복시키면서 오공이 원기옥으로 마인부우를 무찔렀다.

그리고 지구의 드래곤볼도 부활했기 때문에,

전에 남겨뒀던 소원 하나로 비관계자들의 부우에 대한 기억을 지워서

선부우가 미스터 부우로서 사탄과 함께 살게 되었다.  

 

 

드래곤볼 스토리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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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스토리 10부 (인조인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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