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로스트아크 3. 깨어난 가디언
1. 대주교의 국가 '세이크리아'의 타락
세이크리아에는 성기사단과 비밀조직 새벽의 사제들이 존재했다.
대외적으로는 성기사단의 활약을 내세웠지만, 사실 세이크리아의 가장 강력한 힘은 소수로 구성된 비밀 조직 '새벽의 사제'들이었다.
아크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번영한 종족 인간은 빛의 신 루페온을 섬겼다. 그들은 성지 세이크리아를 만들고 ‘신의 대리인’이라는 위명 아래 다른 대륙들의 인간들을 통치해 왔다. 종교를 강요해 타 종족과 분쟁을 일으키던 세이크리아의 사제들은 신을 증명하고 자신들의 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아크라시아에서 사라져버린 태초의 힘 ‘아크’에 관심을 갖게 된다.
세이크리아의 대주교 테르메르 2세는 오랫동안 성지 라사모아에 있는 신전에 아크로 추정되는 고대의 결정체를 보관하고 있었다. 그 신비한 힘을 탐닉하던 테르메르 2세는 더 큰 힘을 갈망하게 되었고, 마침내 세이크리아의 성기사단을 파견해 아크의 행적을 조사하기에 이른다.
테르메르 2세는 죽을 때까지 그의 오랜 숙원이었던 나머지 아크의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후계자 테르메르 3세는 그의 아버지보다 훨씬 교활하고 탐욕스러운 인물이었다. 아크를 위해서라면 기사단의 희생도, 다른 대륙의 파괴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테르메르 3세는 수많은 성기사들을 희생시켰고 마침내 여섯 대륙에 아크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신의 뜻이라는 미명아래, 아르테미스 연방의 왕과 슈샤이어 대륙의 지도자로부터 평화적으로 아크를 인도 받았다. 또한 루페온을 섬기던 해저 종족 포시타의 도시 ‘포르파지’에서 바다 깊숙이 잠겨 있던 아크를 찾아 내었다.
나머지 세 개의 아크는 로헨델에 자리한 여왕의 정원, 쿠르잔의 안타레스 산꼭대기, 그리고 거인 도메메크의 몸 속에 보관되어 있었다. 아크의 힘에 눈이 먼 테르메르 3세는 거인 도메메크를 파괴하여 그의 몸 속에 있는 아크를 입수했고, 안타레스 산꼭대기의 아크를 얻기 위해 수많은 성기사단을 희생시켰다. 아크가 사라지자 용암을 분출시키기 시작한 안타레스 산은 쿠르잔의 모든 생명을 녹여버렸다. 이후 쿠르잔은 그 어떤 생명도 살 수 없는 저주의 땅이 되어 버렸다.
테르메르 3세의 야욕은 곧 실현될 것 같았지만 로헨델에서 아크를 얻는 일은 그의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신이 만든 가장 강한 세 종족 중 하나로, 지혜의 신 크라테르로부터 막강한 마법의 힘을 부여 받은 실린들은 이난나, 아제나 두 여왕의 통치아래 폐쇄적이나 강대한 국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린 역사상 가장 두각을 나타내었던 쌍둥이 자매 이난나, 아제나는 로헨델의 마력핵이 붕괴되는 순간 자신들을 희생해 위기를 막아냈다. 이 사건으로 동생 이난나의 육체가 소멸되자 신목 엘조윈은 이난나의 영혼을 아제나의 육체에 전승시켜 하나의 몸에 두 명의 인격이 공존할 수 있게 했다. 엘조윈으로부터 불멸의 힘을 얻게 된 실린여왕은 다른 종족들과의 교류를 차단한 뒤 실린과 정령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 다스렸다.
테르메르 3세는 로헨델과 전쟁을 일으키면 세이크리아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때, 세이크리아의 사제들이 한가지 묘책을 떠올렸다. 실린여왕 아제나와 거인 도메메크의 친분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테르메르 3세는 생명을 다한 도메메크가 세이크리아 근방에서 죽음을 맞이했으며 그 심장을 오랜 친구였던 실린여왕에게 인도한다는 명목으로 로헨델에 칙사를 파견했다. 그리고 거인 도메메크를 파괴하고 입수했던 심장을 아제나에게 전달한다. 아제나는 친구의 심장을 가져와 준 세이크리아의 칙사들에게 호의를 베풀며 도메메크의 영혼을 기리는 의식을 치르기까지 며칠간 여왕의 정원에서 머무는 것을 허락했다. 영혼 의식이 있던 날, 세이크리아의 비밀조직 ‘새벽의 사제’들은 여왕의 정원에 잠입해 아크를 훔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아크를 훔치던 중 발각된 새벽의 사제들이 일곱 명의 실린들을 살해하고 만 것이다. 그 누구도 이것이 거대한 전쟁의 방아쇠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 전쟁의 시작
아크를 지키고 있던 실린들이 살해당하고 거인 도메메크의 죽음마저 세이크리아의 소행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제나는 분노했다.
육체에 함께 공존하고 있던 이난나의 만류조차 통하지 않았던 아제나는 세이크리아에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거인족, 우마르족과 정령들이 로헨델의 편에 섰고, 세이크리아 역시 대주교를 따르는 전 대륙의 왕에게 로헨델과의 전쟁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대주교의 세력권에 있었던 아르테미스, 기옌, 포르파지는 세이크리아를 지원했고, 중립을 유지하던 슈샤이어는 ‘꺼지지 않는 불꽃’을 주겠다는 제안에 설득 당해 뒤늦게 합류하게 된다.
슈샤이어 대륙은 이그하람과의 전쟁이 시작된 때 불의 악마들을 처치하기 위해 빙결의 신 시리우스가 악마들과 함께 대지를 얼려버리면서 영원히 얼어붙은 땅이 되어버렸다. 그런 이유로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그들에게 있어 ‘꺼지지 않는 불꽃’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슈샤이어의 참전 결정으로 세이크리아는 로헨델에 충분히 맞설 연합군을 구축, 지체하지 않고 로헨델로 출격했다. 그리하여 오랜 시간 평화를 유지해온 아크라시아의 대륙에서 유래 없는 대 전쟁이 발발했다. 이것은 포튼쿨 전쟁이라고 명명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는 공허하고 비극적인 전쟁의 시작이었다.
세이크리아는 막강하고 거대한 병력을 움직였으나 실린이 지닌 마법의 힘은 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최전방에 선 실린여왕 아제나의 지휘 아래, 세이크리아의 연합군은 하나, 둘 괴멸되어 갔다. 아크라시아 대륙에 불의 비가 쏟아지더니 거대한 해일과 함께 회색 폭풍이 불어 닥쳤다. 실린들의 마법은 세이크리아 연합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소수 정예로 구성된 실린의 군사들도 거대한 세력들에 밀리지 않았다. 로헨델을 돕던 거인, 우마르, 정령들의 힘도 엄청나게 강력하여 세이크리아를 압박했다. 로헨델과 그 연합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힘에 테르메르 3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아크의 힘을 개방하는 것만이 이 전쟁에서 연합군이 승리하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다.
3. 깨어난 가디언
아크라시아에서 벌어진 전쟁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더 많은 종족과 세력을 끌어들였다.
대륙이 파괴되고 분노한 바다가 거인들의 섬을 집어 삼켰다. 수많은 종족들이 희생되었으며, 흘러간 피로 인해 세계수가 시들어 갔다. 하지만 아크에 눈이 멀어버린 세이크리아는 전쟁을 멈추지 않았다. 대지의 울부짖음 끝에 쿠르잔에서 용암이 분출되었고, 흘러나온 용암과 재로 뒤덮인 아크라시아는 마치 혼돈의 땅 페트라니아를 보는 것 같았다. 루페온이 창조한 생명의 별 아크라시아는 다시 한 번 전쟁으로 인해 파멸의 위기에 몰리고 있었다.
길어진 포튼쿨 전쟁으로 아크라시아의 생명이 위태로워지자 최초의 균열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던 혼돈과 빛의 생명체 가디언들이 깨어났다. 가장 먼저 눈을 뜬 것은 가디언들의 수장 에버그레이스였다. 그를 필두로 가디언들이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가디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생명의 별 아크라시아를 파괴하는 자를 벌하는 것이었다. 비록 그 대상이 신과 악마라고 할지라도 가디언들의 사명은 별을 지켜내는 것이었다. 가디언들은 그들이 가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별을 파괴하는 모든 이들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포튼쿨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세이크리아를 침공한 에버그레이스는 수도 라사모아를 파괴하고 테르메르 3세를 죽인 뒤 루페온 신전에 있던 아크를 가져갔다. 이후 에버그레이스는 아르테미스 대륙 동쪽 바다 어딘가에 더 이상 인간들이 아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둥지를 만들어 아크를 보관했다. 수도는 물론 대주교 테르메르 3세를 잃은 세이크리아, 그리고 가디언으로부터 신목 엘조윈을 공격받은 로헨델은 결국 종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이대로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이는 가장 치열한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포튼쿨 전쟁과 잠에서 깨어난 가디언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아크라시아에 차원의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4. 가디언 슬레이어의 등장
세이크리아와 로헨델은 종전을 선택했지만 가디언은 침공을 멈추지 않았다.
종전 이후, 에버그레이스는 아크라시아 종족들의 심판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수 많은 가디언들은 별을 수호하겠다는 본능에 의해서 움직였지만 가디언 바르칸과 가디언 루는 달랐다. 이들은 에버그레이스가 창조한 가디언 중 유이하게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가디언이었으며,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가디언이었다. 의지를 가진 세 가디언은 약간의 의견차이를 보였다. 가디언 루는 종족들을 믿고 가디언들이 다시 잠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가디언 바르칸은 이미 탐욕스러워진 종족들을 소멸시켜 아크라시아를 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르칸과 루의 주장 사이에서 고심하던 에버그레이스는 한 번 더 종족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심한다. 바르칸도 가디언의 신인 에버그레이스의 의견을 존중했으며 종족들을 벌하고 있는 모든 가디언들을 불러들여 다시 한 번 잠들 준비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바르칸 휘하의 가디언 베히모스가 고작 한 명의 인간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것은 가디언이 아크라시아의 종족에게 살해당한 첫 번째 사건이었다. 분노한 바르칸에게 에버그레이스는 평정을 요구했으나 바르칸은 처음으로 그의 명령에 불응한다. 바르칸은 복수를 위해 ‘가디언 슬레이어’라 불리게 된 남자를 찾아갔다. 바르칸은 화염을 내뿜으며 그를 소멸시키려 했지만 예상 외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남자는 바르칸과 호각으로 전투를 벌였고, 열흘이 지나도록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하늘에 검은 구름이 드리워지더니 차원에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균열로부터 페트라니아의 악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을 본 바르칸과 가디언 슬레이어는 전투를 중단했다. 아크라시아에 위기가 찾아온 것을 느낀 바르칸은 에버그레이스에게로 향하기 전, 자신과 싸웠던 남자에게 이름을 물었다. “카단.” 남자는 혼잣말을 하듯 자신의 이름을 읊조리고는 대륙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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