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왕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3)

언어/문학|2022. 3. 28. 17:00

책소개
시인이자 소설가, 무대 연출.기획자, 번역가로 내공을 쌓은 김정환이 번역을 맡은 셰익스피어 전집. 5차에 걸쳐 출간될 예정이며, 이번에 출간된 1차분에는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폭풍우> 등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5권이 포함되어 있다.

2차분에서는 피라모스와 테스베의 전설을 각기 비극과 희극 형식으로 다룬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외에 <십이야>, <베니스의 상인>,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좋을 대로 하시든지>, <틀렸어 코메디> 등 7권이 출간될 예정이며, 3차분에서는 영국 사극 11편이, 4차분에서는 그리스 로마 사극 9권이, 그리고 마지막 5차분에서는 나머지 희극과 소네트가 출간될 예정이다.

'셰익스피어 연극, 고전의 기둥'을 주제로 출간된 1차분에는 난해하고 누추한 삶의 부조리와 불행한 시대의 균열을 너그러운 희극 형식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예술가 셰익스피어의 인생관과 예술관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작 5권을 담았다.

1600년부터 1606년 사이에 발표된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가 자본주의 혁명이 진행되던 시기, 인간 군상들이 대면해야 했던 난해한 삶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예감을 극단적인 비극 형식에 담았다면, 1611-12년에 집필된 <폭풍우>는 웃음의 철학으로 비극적 상황을 해결하는 희극 미학을 극명하게 구현한 작품이다.

브리튼 왕 리어가 나이 들어 자신의 왕국을 세 딸에게 나누어 주려 한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양에 따라 땅을 분배하겠다고 딸들에게 공언하자 위선적인 첫딸 고네릴과 둘째 딸 리건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요란굉장하게 떠벌리고 그에 상응하는 땅을 받는다. 그런데 셋째 딸은, 진정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아니 진정 사랑하기에, 그것을 번드레한 말로 표현하기를 거부하고 완고한 왕은 그런 그녀에게 화를 내며 유산을 물려주지 않는다. 첫째, 둘째 딸은 유산을 받자마자 아버지를 배반, 조롱을 퍼붓다가 결국 성 밖으로 쫓아낸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는 사랑 중의 사랑,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선의가 철저하게 유린당하는 아픔을 그린 이 작품은 사랑과 배신에 대한 비극이다. 순진하고 선한 마음으로 자식을, 백성을, 사람을 믿었던 리어 왕은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난 뒤에야 자신을 향했던 사랑의 말들이 입에 발린 거짓이었음을 깨닫는다. 비바람 몰아치는 황야에서 배신의 아픔을 울부짖는 리어 왕의 절규는 부모에 대한 자식의 배반이 일상이 되어 버린 오늘의 심성에도 더없이 슬프고 가슴 저리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통찰과 혜안을 대변하는 바보광대의 언어유희와 리어 왕의 거친 슬픔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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