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년 전의 일상 - 수메르 인들의 '평범한' 이야기
책소개
지금으로부터 5천 년 전, 지금의 이라크에 해당하는 메소포타미아 지역 남쪽 끝에 수메르 인들이 살았다. 그 뿌리를 알 수 없는 검은 머리카락의 수메르 인들은 마치 후세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는 듯이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자신들의 역사를 새겨놓았다. 그들의 쐐기문자를 해독하면 인류 최초의 문명을 연 수메르 인들의 '평범했던 삶'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 <5천년 전의 일상>은 여러 사료들을 바탕으로 수메르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책 속에는 수메르의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 싸우는 왕들의 이야기, 수메르 여인들의 이야기, 수메르 인의 교역활동, 수메르 역사에서 가장 많은 기록을 남긴 슐기 왕의 일대기 등이 담겨 있다.
목차
머리말
제I장 수메르의 아버지와 아들 우르-난셰 왕의 봉헌부조
우르-난셰 왕의 봉헌부조/ 도시국가 라가시/ 우르-난셰 왕의 비문/ 그림으로 풀어보는 봉헌부조/ 가족의 초상/ 교육은 인류 불변의 골칫거리
제II장 라가시 왕 분투기
양쪽에서 몰려드는 숙적들/ 새로운 역사의 시작/ 초대 왕, 제3대 왕의 전쟁/ 에안나툼 왕의 전승비/ 라가시 최후의 빛/
제III장 왕비의 장례식 수메르의 여인들
장례식은 말한다/ 수메르 여인들의 군상/ 왕비의 결혼생활/ 왕비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원수의 아내가 장례를 치러준 전 왕비
제IV장 상인이 왕래하는 세계 수메르 인의 교역활동
고대인의 활발한 무역활동/ 유리에 매료되다/ 구리는 바다를 건너온다/ 길가메시와 삼나무 숲/ 석유보다 귀한 것
제V장 별이 된 슐기 왕
제왕의 모습/ 우르 제3왕조의 전성기/ 왕의 공적인 업무/ 신이 된 슐기 왕/ 전쟁터에서 흘려보낸 덧없는 인생
칼럼
정통 후계자
기름 넘치는 땅, 딜문
수메르의 모나리자
아직도 살아 숨쉬는 수메르 어
문자와 전쟁의 기원
멜루하에서 들여온 사금
에블라 발견
나카지마 아쓰시와 고대 오리엔트사
왕의 칭호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새겨진 인류문명의 시작점, 수메르
지금으로부터 5천 년 전, 지금의 이라크에 해당하는 메소포타미아 지역 남쪽 끝에 수메르 인들이 살았다. 메소포타미아란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의 사이, 즉 '두 강 사이의 땅'을 뜻한다. 그 뿌리를 알 수 없는 검은 머리카락의 수메르 인들은 마치 후세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는 듯이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자신들의 역사를 새겨놓았다. 그들의 쐐기문자를 해독하면 인류 최초의 문명을 연 수메르 인들의 ‘평범했던 삶’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건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뜻을 저버리고 뒷골목을 배회하는 비행 청소년이 5천 년 전에도 있었다! 자화자찬의 문학이라고 할 정도로 자기자랑을 늘어놓는 왕들, 퍼스트레이디로서 바쁜 삶을 살면서도 잠시 짬을 내어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왕비, 적군의 무서워 왕에게 매달려 우는 최고 군사령관의 모습은 실소를 머금게 한다.
갈대배를 타고 각지를 떠돌며 물건을 사고파는 고대 장사꾼들의 활약상과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내의 모습까지!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수메르 인들의 희로애락이 점토판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수메르 인들의 삶의 철학과 지혜, 그리고 그들의 사고방식이 그대로 녹아 있는 속담들이 남아 있다.
▶ 벌린 입에는 파리가 날아든다.
▶ 센 자는 자기 벌이로 살고 약한 자는 자식 벌이로 산다.
▶ 은을 많이 가진 자는 행복하리라. 보리를 많이 가진 자는 즐거우리라.
그러나 갖지 않은 자는 편히 잠잘 수 있으리라.
▶ 어머니의 말씀을 잘 들어라. 신의 말씀에 대해서처럼.
▶ 아내는 남자의 미래. 아들은 남자의 기둥. 딸은 남자의 구원. 며느리는 남자의 악마.
▶ 적의 영토를 빼앗으면 적도 영토를 빼앗으러 온다.
▶ 적敵은 오래 묵은 솥처럼 부드럽게 다뤄라.
수메르 인이 살던 사회는 특별한 곳이 아니다. 오늘날 문명사회의 구조는 여러 면에서 수메르 인의 사회를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서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동아시아에도 그 영향이 남아 있다.
수메르를 포함해 고대사에 관한 일급 사료가 다양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초기왕조시대의 수메르에 관한 자료는 라가시의 기르수 지구에서 출토된, 기원전 2500년 무렵부터 약 150년 동안 만들어진 왕의 비문(약 200점)과 기원전 50년 무렵부터 약 20년 동안 기록된 행정경제문서(약 1,700장)로 한정된다. 이러한 사료로 해명할 수 있는 분야는 정치사와 사회경제사 정도다. 하지만 이 시대의 미술 자료를 비롯한 유물들과 고 바빌로니아 시대의 문학작품 중 상당수는 우르 제3왕조 시대까지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충분히 사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사료들을 바탕으로 수메르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지만 ‘평범한’ 수메르 인을 소개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고대사에는 근현대사처럼 서민의 생활을 파악할 수 있는 사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과 그 주변 사람들에 관한 사료는 제법 남아 있으니 그것을 바탕으로 서민의 삶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왕이 서민과 똑같은 의식을 가지고 똑같은 생활을 한 것은 아닐 테지만, 왕도 인간인 이상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보통 인간의 얼굴’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제I장
수메르의 아버지와 아들
우르-난셰 왕의 봉헌부조
기원전 2500년 무렵의 사료가 남아 있는 우르-난셰 왕이 주인공이다. 남아 있는 봉헌부조Votive relief의 도안을 그림으로 해설하면서 우르-난셰와 그의 아들들, 그리고 수메르의 아버지와 아들을 이야기한다. 현대인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부자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제II장
라가시 왕 분투기
싸우는 왕들의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에안나툼 왕을 주인공으로, 라가시 왕들이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싸웠는지를 숙적 움마와의 전쟁을 예로 들어 살펴본다. 남아 있는 사료에서는 이겼노라고 호언한 왕이 비문 곳곳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제III장
왕비의 장례식 수메르의 여인들
주인공은 바라남타라 왕비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그런데 역사에 등장하는 사람은 거의 남성이어서 ‘여성사’ 연구는 쉽지 않다.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료가 남아 있는 바라남타라 왕비의 생애를 날실로 삼고, 수메르 여성의 결혼과 육아를 씨실로 삼아 수메르 여인들의 이야기를 엮어간다.
제IV장
상인이 왕래하던 세계 수메르 인의 교역활동
이 장은 분위기를 약간 달리해서 수메르 인과 ‘물건’에 관한 이야기다. 라피스라줄리, 구리, 레바논 삼나무, 그리고 역청은 수메르 인이 갖고 싶어 하던 물건들로, 이런 물건들과 수메르 인의 관계를 살펴본다.
이 장에서 수메르 인을 대표할 주자는 기원전 22세기 무렵을 살았던 라가시의 구데아 왕이다. 신전을 건립할 때 자재를 조달한 기록을 남긴 구데아 왕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V장
별이 된 슐기 왕
마지막은 슐기 왕(BC2094~BC2047 무렵)의 일대기다. 슐기 왕은 수메르 역사에서 가장 많은 기록을 남긴 왕으로, 그의 치세를 ‘연호’를 쫓아서 더듬어본다. 돌아보면 이 왕도 결코 행복하지 않은, 고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메르 인은 아주 먼 옛날, 머나먼 땅에서 생활했던 ‘특이한 사람’도 아니고,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존재도 아니다. 책 속에 나오는 수메르 인과 닮은 사람이 여러분의 친구나 아는 사람 중에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독자 여러분 자신이 바로 수메르 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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