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뿐인 세상 - 중국식 자본주의의 세계 정복 탐사기 (후안 파블로 카르데날,에리베르토 아라우조, 2014)
책소개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싸구려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짝퉁의 나라, 미국과 맞짱 뜰 수 있는 초강대국,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은행……. 중국에 대한 인상과 감정은 이렇듯 양가적이다. 열정적인 두 명의 스페인 기자들은 끈질기고 치밀한 탐사를 통해 중국이 다른 나라의 경제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들 정권과 어떻게 결탁하며, 왜 이토록 탐욕스럽게 세계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는지, 피상적인 우리의 인식에 구체적인 살을 입힌다.
이 책은 전 세계를 울리는 거인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중국식 자본주의의 실체를 파헤친다. “전 세계에 걸친 확장의 본질, 다른 강대국들과 달리 군대가 아니라 돈이라는 조용한 무기를 사용하는 세력 확장의 본질”을 드러내려는 시도다. 저자들이 말하는 중국식 자본주의의 성공 비결은 국가가 경제와 사회 어디에든 개입해서 까다로운 절차와 합의 등을 무시한 채 일사천리로 일을 추진하는 데 있다.
목차
영문판을 내면서
들어가는 말
1장 세계를 짊어진 밍공民工
아프리카에 번지는 그늘진 사업·러시아가 느끼는 공포, 그리고 종속·중국인이라는 DNA·
에콰도르에 뿌리내린 쑨원의 후손들
2장 신실크로드
모든 길은 중앙아시아로 통한다·베이징과 이란 아야톨라 정권의 거래·이란 핵 프로그램과 중국·중동의 열기 속에서 꿈틀대는 용·아프리카에 발을 디딘 장 일가·식민지 경제모델을 답습하는 중국·아르헨티나의 중국 슈퍼마켓
3장 신서부를 장악한 중국 광산
천상의 사치품 뒤에 도사린 현대판 지옥·버마와 중국의 정략결혼·페루의 광산촌, 빼앗긴 채
굴권·콩고와 중국, ‘세기의 계약’에 도사린 함정
4장 ‘검은 황금’을 향한 중국의 공세
투르크메니스탄에 상륙한 중국·“중국은 계속 여기 있을 겁니다”·부패의 필연적 귀결·이슬람공화국에 내민 구원의 손길·이란 석유에 대한 중국의 구애·앙골라를 장악한 중국의 왼손과 오른손·텔레비전 전도사 차베스의 차이니즈 드림
5장 중국 주식회사의 전략
중국은 절대 “노”라고 말하지 않는다·기반시설과 천연자원의 맞교환·경기장 외교냐, 트로이 목마냐·13억 명 먹여 살리기·라오스 경제특구에서 대박의 꿈을!
6장 ‘세계의 공장’이 만든 희생자들
잠비아의 노동 현실을 찾아서·붉은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고통·아프리카 한복판의 중국인 노예·불의와 싸우는 변호사·이주노동자 사냥꾼
7장 지구를 위협하는 중국의 기적
1998년, 러시아 숲에 나타난 중국·무분별한 벌채로 빚어진 생태계 혼란·모잠비크의 숲을 쥐락펴락하는 부패 시스템·중요한 것은 중국의 발전과 행복뿐·메콩 강에 대한 중국의 헤게모니·수자원에 대한 베이징의 일방적 방식·돈벌이 앞에 환경은 없다
8장 중동 왕국의 팍스 시니카
“달라이 라마를 넘겨주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지”·1만 번 찔러 피 흘리게 하다·같은 산에 호랑이 두 마리가 살 수 있을까?·중국 최초의 항공모함·타이완을 향해 벌이는 십자군 전쟁·눈엣가시의 몰락·타이완의 국제적 고립·기자를 매수하라
맺음말 세계의 새로운 지배자
옮긴이의 말
주
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국의 경제 개방이 가속화됨에 따라 세계는 중국이 서구화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은 정반대다. 세계가 ‘중국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과다르항 운영권 인수…인도양 수송 요충지 확보”
“제인구달, ‘중국도 유럽처럼 아프리카 약탈’”
“니카라과 의회, 중국 업체에 대운하 건설 및 운영권 부여 법안 통과”
“중국해양석유총공사, 캐나다 석유가스 개발.생산기업 넥슨Nexon 151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흔적은 세계 도처에서 발견된다. 흔히 발전도상국이라 일컫는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뿐만 아니라, 산업 기반이 튼튼한 유럽 곳곳에서도 중국의 입김은 감지된다. 중국은 “2010~2012년 세계 최고급 와인 생산지 수십 곳에서 토지와 시설을 매입”했고, 두둑한 자금력으로 “메이드 인 이탈리아 시장에서 이미 브랜드를 구축”했다. 영국과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 중국 갑부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이 책은 전 세계를 울리는 거인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중국식 자본주의의 실체를 파헤친다.
“전 세계에 걸친 확장의 본질, 다른 강대국들과 달리 군대가 아니라 돈이라는 조용한 무기를 사용하는 세력 확장의 본질”을 드러내려는 시도다. 열정적인 두 명의 스페인 기자들은 끈질기고 치밀한 탐사를 통해 중국이 다른 나라의 경제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들 정권과 어떻게 결탁하며, 왜 이토록 탐욕스럽게 세계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는지, 피상적인 우리의 인식에 구체적인 살을 입힌다.
‘진짜 저널리즘’으로 돌아가고 싶었다는 두 기자의 성실한 취재와 무모한 도전은 이 묵직한 책의 시작이자 미덕이다.
이제는 중국식 자본주의다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싸구려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짝퉁의 나라, 미국과 맞짱 뜰 수 있는 초강대국,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은행……. 중국에 대한 인상과 감정은 이렇듯 양가적이다. 성장의 속도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며 그들의 경제 성장을 평가절하면서도 그 눈부신 발전 속도가 부럽고, 부패와 비리가 난무하는 후진국이라 손가락질하면서도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무장한 그들의 국력이 두렵다. 이러한 양가감정은 특히 발전도상국에서 극명히 나타난다. 현지의 문화와 정서를 무시한 채 이식된 중국식 자본주의는 현지인들에겐 극도의 분노와 울분의 대상이지만, 미국의 시대가 가고 중국의 시대가 왔다는 인식 아래 그 자장 안에 편입되고 싶어 하는 정권의 구애는 끝없이 이어진다.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독특한 모델, 가치 체계와 방식을 찬탄과 공포가 뒤섞인 눈길로 보고 있다.” 중국이라는 새로운 세계질서는 수많은 발전도상국에는 기막힌 뉴스다. “발전도상국의 많은 정치 지도자들은 중국의 재부상을 인정할뿐더러 솔직하게 열광한다. 베이징은 반식민주의 담화를 배경에 깐 카멜레온 외교 전략과 수백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엮어 이들을 유혹하면서 세계 곳곳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현상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중국은 발전도상국뿐만 아니라 서구 시장에도 눈독을 들인다. “중국은 서구의 국채를 사들이고, 동유럽의 기반시설 공사를 떠맡고, 항구·공익사업·전력 등 전략적 자산의 지배지분을 매입하고, 독일 기술업체들을 인수하고, 파산 직전의 서구 브랜드에 긴급 수혈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쯤에서 질문을 던진다. 중국은 왜 이토록 세계 곳곳에 오성홍기를 꽂는 것일까? 왜 그들은 세계를 중국화하려는 것일까?
지속적 성장만이 중국의 살 길
13억 명이라는 거대한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은 정권 유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발전도상국들은 중국에 있어 경쟁자가 거의 없는 미개척 시장일 뿐 아니라 경제 성장의 연료가 되는 원자재 공급원이다. 중국이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은 따라서 국내 정책이란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하는 전략적 문제다. 중국이 사회 안정을 유지하려면 최소 8퍼센트의 연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세계의 공장’을 계속 돌리고 도시화를 이어나가려면 원자재 조달이 필수적이다.”
페루의 광산촌, 콩고의 구리 광산, 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된 투르크메니스탄의 사막, 모잠비크와 시베리아의 숲, 에콰도르의 아마존 댐을 향한 중국의 진격은 미래 성장을 위한 기초공사와 다름없다. 이 성장 엔진을 계속 가동하려면 에너지 공급자와의 관계가 무척 중요하다. 중국이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운송망을 구축하고, 사회기반시설을 지어주는 ‘경기장 외교’를 펼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2005년에서 2012년 6월까지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에 460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그 가운데 3400억 달러(총 투자액의 74퍼센트)가 발전도상국에 대한 투자였다. 또한 2010년 AFP통신은 중국 언론 자료를 토대로 중국이 자금을 대어 아프리카에 세운 경기장은 52개라고 보도했다). 이는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에 대응하는 외교축을 만든다는 또 다른 이점도 있다.
물론 중국이 자국의 미래를 위해 길을 다지는 과정이 다른 국가들의 발전에도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전쟁으로 찢긴 앙골라에 수천 채의 집을 짓고 사실상 무無에서 시작해 운송망을 구축했다. 콩고에는 새로운 도로를 깔았고, 수단과 투르크메니스탄과 버마에는 석유 파이프라인을 놓았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의 야심찬 철도 공사, 이란과 모잠비크의 불가능할 것 같은 도로 공사,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를 거쳐 신장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전략적 루트 개설에서도 같은 상황을 볼 수 있다.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에서 위성을 발사한 비약적인 성취도 빠뜨릴 수 없다.” 하지만 그 비약적인 발전의 열매가 일부 계층에 국한되어 사회 전반에 배분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중국의 금융 패키지는 발전도상국 정권에 긴급 수혈과도 같다. 국고가 바닥나고 현금 흐름이 막힌 나라들에서 중국의 자금은 일시적인 숨통 역할을 하며, 부패한 정권의 생명을 연장시키거나 불법 정치 자금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대규모 차관은 발전도상국의 경제 기반을 다지는 자본이 아닌 일부 권력자들의 주머니 속으로 흘러들어갈 뿐이다.
좋든 나쁘든, 중국의 확장은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나라들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렇듯 발전도상국에서 독보적이고 독자적인 위치를 선점한 중국의 경쟁력은 중국의 정치 체제, 즉 공산당이라는 일당 체제의 강력한 지원을 받기에 가능하다.
일당 체제 아래로 대동단결
중국의 국가자본주의가 세계 각처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는 데는 “무한한 자금 공급, 영향력 있고 유혹적인 외교, 지칠 줄 모르는 기업가정신과 막강한 생산력”을 들 수 있다. 자금력과 외교적인 측면에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중국인들의 자기희생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중국은 상상할 수 없다. 특히 “거대한 금융 영향력을 국가의 전략적 목표에 맞춰 활용한 경제 모델의 효율성”이 중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중국수출입은행EIB, 중국개발은행CDB 등 정책은행들이 공급한 사실상 무한한 자금은 빈 금고와 줄어드는 현금 흐름이 대세인 시기에 더없는 이점이 되었다. 이런 자금은 채광 부문 국영기업들이 전략적 자산을 매입하고, 장기 계약을 따 내고, 천연자원 채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원천이 되었다. 중국 건설업체들도 무한한 자금 공급에 힘입어 남달리 매력적인 금융 조건을 내걸고 국제 프로젝트를 따냈다.”
중국식 자본주의의 성공 비결은 국가가 경제와 사회 어디에든 개입해서 까다로운 절차와 합의 등을 무시한 채 일사천리로 일을 추진하는 데 있다. 서구 기업이 정권의 정당성, 환경 문제, 노동 현장에서의 국제기준 등을 문제 삼으며 국제사회의 눈치를 볼 때, 중국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한다. 중국 기업들은 “서구 경쟁자들에 비해 위험을 더 많이 감수하면서 석유, 고무, 콩, 광물 생산을 시작하고 유지하고 늘리기 위한 자체의 자금, 기술, 인력을 가지고 진출한다. 정부를 등에 업은 국영기업들은 결정을 빨리 내리며 이윤이 적다고 등을 돌리지 않는다. 국가의 전략적 이해관계, 곧 원자재 및 에너지의 미래 공급원 확보라는 과제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지의 정치경제 지배층의 요구 사항과 맞아떨어지면서 부패를 가속화한다.
이러한 부패 구조는 중국의 해외 정책을 감시하고 견제할 야당, 시민단체, 언론이 전무하기에 더 공고화된다. 정권의 비리와 부패와 음모를 고발하고 이를 비판할 세력이 중국에는 없다. 물론 약 300개 정도의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지만, “특정 문제에 관해서는 사실상 논의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발전은 올바른 관리 방식, 인권과 법치에 대한 존중 없이는 성취될 수 없”는 것이기에 시민사회의 존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의 일당 체제는 감시의 대상이 되기엔 너무나 폐쇄적이고 거대하다.
중국이 해외에서 올리는 성과의 이면에는 일당 체제 아래 대동단결하는 공공 부문의 활약도 있지만 민간 부문, 즉 중국인 저임 노동자들과 이주자들의 자기희생도 빼놓을 수 없다. “낮은 노동비용은 중국 상품에 경쟁력을 부여했고, 30년간 GDP의 급격한 증가에 기여했으며, 중국의 발전에 귀중한 요인이 되었다.” 가난 때문에 해외로 이주하여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노동 강도와 처참한 노동 환경을 감내하는 그들은 중국에 대한 소속감, 중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결코 잊지 않는다.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으로 무장한 커뮤니티는 현지에 큰 영향력을 미칠 만큼 막강한 로비 집단으로 성장하고, 중국의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주된 재정적 원천이 되는 것 또한 마다하지 않는다.
일당 체제 아래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국영·민영기업들, 그리고 중국인 특유의 개척정신과 장사 수완은 중국의 해외 정복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국의 기세는 발전도상국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 과정에서 훼손되고 희생되는 가치들은 중국식 자본주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우리에게 되묻는다.
‘중국 주식회사’의 전략 아래 희생되는 가치들
중국의 국가적 야심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중국인들이다. “중국수출입은행과 중국개발은행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상업은행들이 이 채권을 매입하는 자금은 13억 중국인의 예금에서 나온다.” 복지 제도가 전무한 탓에 중국인들은 자신의 미래를 저축에 의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금을 수익률이 더 높은 곳에 투자하거나 분배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자금 흐름을 엄격히 통제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금융 억압은 저축을 한 예금자들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게끔 작동한다. “국내 투자 대안은 제한적이고, 엄격한 자금 통제에 막혀 더 수익성 높은 해외에 투자하는 것도 어렵다. 그러므로 국민들의 금융 손실은 ‘중국 주식회사’의 필요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 국민의 예금으로 국영기업들의 세계 정복 자금을 값싸게 조달하는 것이다.”
“백만장자를 꿈꾸며 조국과 가족을 두고 떠난 중국 사업가들, 중국인 DNA를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는 이주자와 그 자손들, 국내에서보다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세계 곳곳의 열악한 지역으로 나가 밤낮 없이 일하며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중국 국영기업 소속 노동자들” 역시 중국식 자본주의의 희생자들이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권유로 진행되는 중국인들의 해외 이주는 중국 내 “실업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대량 해고에 시달리는 지역의 사회적 긴장을 덜어 준다. 게다가 해외에서 살다 돌아온 이주자에 대해서는 실업과 빈곤 문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대개 해외에서 귀국한 이들은 자녀 교육에 투자할 만한, 혹은 재정적 안전이 보장된 사업에 투자할 만한 자금을 들고 온다. 인력을 수출한 뒤 자국에 재투자할 자본을 거둬들여 내부의 경제 성장을, 또한 일자리 확대도 이루는 셈이다.” 30년 동안 ‘세계의 공장’을 돌리는 연료 역할을 한 것은 저임금에 시달리며 하루 14시간씩 일한 농촌 출신의 노동자들이다.
“자기희생, 뛰어난 사업 감각,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경비를 줄이는 재능. 이에 더해 절약 성향, 신중한 천성”으로 똘똘 뭉친 중국인 이주자들은 어떤 악조건도 견디며 부를 축적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부패와 비리는 현지 경제 구조를 중국식으로 변형시키고, 결국 현지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인종 차별과 인권 침해에 가까운 참혹한 근로 조건 아래에서 현지인들은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중국식 자본주의 아래에서 최저임금이나 근로조건 등의 법적 규제는 휴지조각일 뿐이다. 지배층만 배불리고 가난한 이들은 더더욱 가난해지는 이 부조리한 상황은 생산력 극대화만 밀어붙이는 중국식 모델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지금도 여전히 페루와 버마의 광산, 수단과 앙골라의 공사 현장, 모잠비크의 대규모 기반시설 프로젝트, 잠비아 광산에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노동 착취와 환경 파괴, 인권 침해 등은 현지인들의 말처럼 ‘사회적 참사’에 가까운 상황을 끝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의 세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이 책은 중국의 행보를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 두려움은 기존의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또 다른 강대국을 향한 시기와 견제의 눈빛이 아니라, 인류의 진보적 가치가 정치적/경제적 탐욕 아래 훼손되고, 폄하되는 상황에 대한 아픈 인식에서 온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얼마나 많은 나라를 정복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문제아가 된 것은 단지 생산력 증대만을 목표로 하는 방법론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중국 사회의 모순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국제사회에 그대로 이식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해외 중국 기업들의 행위를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틀 속에서 보고 있다. 중국이 국경 밖에서 보이고 있는 행위는 지난 30년간 중국이 자국 내에서 보였던 행동 패턴과 공통분모를 이룬다는 것이다. 2014년 새해 벽두에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현지에서 날아온 우리 기업과 현지 노동자들의 갈등도 같은 프레임으로 바라볼 수 있다. 노동권, 환경권, 인권에 대한 자국 내에서의 인식과 의식 수준이 해외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활용된다는 그들의 지적은 얼마나 뼈아픈가.
우리가 중국의 확장을 보며 고민해야 할 것은 중국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의 모색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우리를 바라보는 일일 것이다. 우리 또한 성장 지상주의에 갇혀 놓치면 안 되는 가치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부정적인 요인들(부패, 인권 무시, 환경 파괴)과 근로 조건에 대한 접근 방식 때문에 지금껏 일군 성과를 갉아먹는 것은 아닐까라는 반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기술의 승리, 외교의 승리는 정치적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지금 행태는 과거 아프리카에 대한 서구의 식민주의를, 지난 세기를 내내 불편하게 했던 미국의 제국주의를 연상케 한다. 거기에 중국식 특성이 가미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중국의 세기’를 정의와 존중의 역사적인 새 국면으로 만들어 가는 것,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도 그들에게 달려 있다. 이것이 중국인들이 직면한 과제다. 중국인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무시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하고 거대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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