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연대기 (존 줄리어스 노리치, 2014)

책소개
<비잔티움 연대기>로 유명한 역사가 존 노리치의 교황사. 25년 이상 구상하고 집필하여 81세가 되던 해에 탈고한 필생의 대작이기도 하다. 서구의 역사의 공백이었던 천년제국 비잔티움의 역사를 복원한 전작에서 보여준 탁월한 이야기 솜씨와 균형 잡힌 시각은 이번에도 여실히 발휘됐다.

교황은 로마의 주교이자 로마 가톨릭교회의 영적 지도자이며 바티칸시국의 국가원수다. 많은 사람들에게 교황은 하느님의 계시를 가장 확실하게 통역해낼 수 있는 지상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여겨진다. 교황직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완전한 군주제로, 현재 개혁교황으로 불리는 프란치스코까지 280여 명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 책은 2000년간 이어오고 있는 교황직에 대한 간단한 역사서이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 성과를 섭렵하여 방대한 교황의 역사를 한 권 안에 대하드라마처럼 복원해 냈다. 교황들의 업적을 단순나열하기보다는 그들의 인간적 면모와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엮어내며, 대립교황을 포함한 수많은 교황들이 진정한 종교의 성자였는지 타락한 세속의 권력자는 아니었는지 파헤치고 있다.


목차
이탈리아 지도 - 교황 연대표
머리말 18
1장 성 베드로(1~100)
2장 도시의 수호자들(100~536)
3장 비질리오(537~555)
4장 대 그레고리오 1세(590~604)
5장 레오 3세와 샤를마뉴 대제(622~816)
6장 교황 조안(855?~857)
7장 니콜라오 1세와 창부정치(855~964)
8장 종파의 분립(964~1054)
9장 그레고리오 7세와 노르만족(1055~1085)
10장 인노첸시오 2세와 아나클레토 2세(1086~1138)
11장 영국 출신 교황(1154~1159)
12장 알렉산데르 3세와 프리드리히 바바로사(1159~1198)
13장 인노첸시오 3세 교황(1198~1216)
14장 호엔슈타우펜 왕가의 몰락(1216~1303)
15장 아비뇽(1309~1367, 1370~1376)
16장 하늘이시여, 기뻐하소서!(1378~1447)
17장 르네상스(1447~1492)
18장 괴수들(1492~1513)
19장 메디치가의 두 사람(1513~1534)
20장 반종교개혁(1534~1605)
21장 바로크 시대의 로마(1605~1700)
22장 이성의 시대(1700~1748)
23장 예수회와 혁명(1750~1799)
24장 진보와 반동(1799~1846)
25장 비오 9세(1846~1878)
26장 레오 13세와 제1차 세계대전(1878~1922)
27장 비오 11세와 비오 12세(1922~1958)
28장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그 후(1958~현재)
한국어판 후기 854
참고문헌 - 찾아보기


남길영(옮긴이)의 말
작년 가을, 단풍이 깊게 물들어가던 즈음, 빨강 표지에 <The Popes>라는 제목의 두툼한 책 한 권을 만났다. 길이가 만만치 않아 쉽지 않은 작업이 될 줄을 예상하면서도 예의 새로운 책을 만나는 설렘에 가톨릭 신자인 내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리라는 기대가 더해져 즐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책의 두께가 말해주는 장시간의 작업에 대비해 단단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고, 더불어 역사적 사실과 종교가 만나 민감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나 스스로 조심스러운 마음을 갖고 접근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의례 작업 초반에는 책의 전반적인 배경이나 작가의 필치에 익숙해지기 위해 책장이 좀 더디게 넘어가는 편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번에는 참으로 품이 많이 들어가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부족한 시간을 벌기 위하여 매일 새벽, 잠을 떨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때로 내 삶은 어느 조각보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는 것인지 그분의 뜻이 궁금하기도 하였고 그리고 이 작업을 통해 나는 또 무엇을 채우게 될까 하는 자문을 하기도 하였다. 각 언어의 표기 방법이 달라 수도 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지명들과 인물들 그리고 일화들을 찾고 또 찾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사이, 나도 어느덧 로마의 라테란 궁을 거닐고 붉은 모자를 쓴 추기경들 사이에서 콘클라베와 공의회 그리고 황제의 대관식에도 참석하고 베드로 대성당의 미사도 함께 참례하는 듯한 착각을 느낄 만큼 책속에 빠져들면서 교황들의 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어촌의 일개 어부에서 교회의 반석이 되었던 베드로 사도로부터 시작된 교황이라는 자리가 지금껏 2천년의 시간을 넘어 면면히 이어져왔음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며 그것이 실로 가톨릭의 신비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과거의 교황들은 유럽이 중심무대였으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오늘날의 교황만큼은 아니어도 많은 역량이 요구되는 자리였음은 분명하다. 2013년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을 포함하여 역대 266명의 교황 가운데 대(大)교황이라는 칭호를 받은 교황은 레오 1세(440-461)와 그레고리오 1세(590-604), 단 두 명의 교황뿐이었지만 많은 교황들이 좋은 가문 출신으로 풍부한 학식과 능력을 지녔었다. 그러나 더러는 사치와 향락에 빠지고 자식도 여럿을 두어 교황의 자리에는 부끄러운 교황들도 있었고, 권력욕에 눈이 멀거나 재산 축적에만 혈안이 되었던 몰염치한 교황들, 지나치게 금욕적인 생활을 강조했던 엄격한 교황들, 외교적 수완이 부족해 답답한 교황들,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편협한 교황들, 그리고 인품이 받쳐주질 못해 아쉬운 교황들도 있었고, 때론 너무 일찍 선종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교황들도 있었다. 오랜 교황의 역사에서 완벽에 가깝거나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교황들은 몇 있었어도 완벽한 교황은 단 한 명도 없었음을 느끼며 한 조각조각 맞추어 퍼즐이 완성 되듯이 한 사람 한 사람의 교황을 통해 변화와 퇴보, 발전과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그분의 뜻이 아닐까 헤아려보기도 했다.

머리에 지식이 가득한 것이 때로 신앙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 신부님도 계셨지만, 나는 우리가 믿는 종교의 근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어져 왔는지를 아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며 특히나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교회와 교황제도를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나 자신의 인내심과 다투며 수개월간 이어진 번역작업의 치열한 기억은 이미 어제의 시간 속으로 저물었지만, 좋은 책을 만났던 행운에 감사하며 이 책이 나오기까지 힘을 더해주신 분들 특히나 여러 날 아낌없는 수고를 쏟아 부으셨던 편집팀의 모든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끝으로 의구심이 일 때마다 되뇌곤 했던 한 말씀을 적으며 맺음을 하련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베드로에서 프란치스코까지, ‘역사의 인디애나 존스’가 보여주는 교황들의 맨얼굴
가톨릭 교황은 2000년간 존속해온,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군주직. 지금도 세계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영적 지도자로 존숭받지만 고대 로마제국 이래 유럽사에선 굵직한 흔적을 남긴 세속의 지도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명멸했던 280여 명의 교황 가운데는 의심할 나위 없는 성인(聖人)들도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함과 죄악 속에서 허우적대는 이들도 있었다.
‘역사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영국 저술가 존 줄리어스 노리치가 이들의 행적을 한눈에 보여준다. 정통 권위를 주장하는 근거에서 이단논쟁, 신성로마제국과의 다툼을 거쳐 바티칸시국의 성립까지 스케이트보드를 타듯 유연하게 그러면서 균형 잡힌 태도로 교황의 역사를 조망했다.

교황, 그들은 성자였는가?
타락한 세속의 권력자였는가?
존 노리치의 펜에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교황들의 맨얼굴!

베드로에서 프란치스코까지, 숨가쁘게 질주하는 2000년 聖俗의 교황사
『교황 연대기』는 어떤 책인가?

『교황 연대기』는 『비잔티움 연대기』로 유명한 역사가인 존 노리치의 최근작. 25년 이상 구상하고 집필하여 81세가 되던 해에 탈고한 필생의 대작이기도 하다. 서구의 역사의 공백이었던 천년제국 비잔티움의 역사를 복원한 전작에서 보여준 탁월한 이야기 솜씨와 균형 잡힌 시각은 이번에도 여실히 발휘됐다.

교황은 로마의 주교이자 로마 가톨릭교회의 영적 지도자이며 바티칸시국의 국가원수다. 많은 사람들에게 교황은 하느님의 계시를 가장 확실하게 통역해낼 수 있는 지상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여겨진다. 교황직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완전한 군주제로, 현재 개혁교황으로 불리는 프란치스코까지 280여 명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 책은 2000년간 이어오고 있는 교황직에 대한 간단한 역사서이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 성과를 섭렵하여 방대한 교황의 역사를 한 권 안에 대하드라마처럼 복원해 냈다. 교황들의 업적을 단순나열하기보다는 그들의 인간적 면모와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엮어내며, 대립교황을 포함한 수많은 교황들이 진정한 종교의 성자였는지 타락한 세속의 권력자는 아니었는지 파헤치고 있다.

방대한 유럽사를 한 눈에 꿰뚫어 주는 책
성 레오 교황은 흉노족과 고트족으로부터 로마를 지켰고, 레오 3세는 샤를마뉴에게 황제의 관을 씌워줌으로써 황제 위에 교황의 위상을 세웠다. 대 그레고리오 교황과 후계자들은 주로 즉위하는 황제들과 맞서서 패권 다툼을 벌였고, 십자군 원정을 이끈 인노첸시오 3세 교황과 아비뇽에서 행해진 ‘아비뇽 유수’, 전성기 르네상스 시대의 알렉산데르 6세, 율리오 2세, 메디치의 레오 10세를 다루고 있다. 교황청의 부패에 맞서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반종교개혁의 선봉에 섰던 바오로 3세와 나폴레옹과 투쟁했던 비오 7세, 이탈리아 통일 운동 속에서 교황권을 이끌며 많은 변화를 도모했으나 실패로 돌아간 비오 10세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20세기에는 레오 13세 교황과 두 번의 세계대전 중에 교황직을 수행했던 베네딕토 15세와 반유대주의자를 혐오했던 비오 12세, 그리고 그의 총애를 받은 요한 23세를 다루고 있다. 재임한 지 보름도 안 되어 죽음을 맞은 요한 바오로 1세의 미스터리를 풀어보고,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를 살펴보고 있다. 역사 속에서 중간에 사임한 교황은 베네딕토 16세를 포함하여 모두 3명이다. 베네딕토 16세를 이어 2013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었다. 저자 노리치는 한국어판 후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대중교통 이용은 좀 자제해 달라는 바람을 전하며, 아직 평가는 힘들다면서도 저자 역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의문에 답을 찾아가는 서술 방식
교황권은 대체로 베드로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과연 그 견해는 맞는 것일까? 노리치는 베드로를 초대 교황으로 보는 견해에 의문을 제기한다. 베드로를 첫 번째 교황으로 보는 근거는 <마태복음> 16장(18~19)에 나오는 구절 외에는 미약하다. 베드로가 로마에서 순교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이지만, 로마의 주교를 교황이라고 한다면 베드로는 주교를 지낸 적이 없다. 과연 베드로를 첫 번째 교황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서로마가 망하고 300여 년이 흐른 후 교황 레오 3세는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에게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왕관을 씌워주었다. 이때부터 로마에는 두 명의 황제가 생겼다. 레오 3세 교황은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로마제국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황제에게 왕관을 씌워줌으로써 교황 자신에게 왕관과 왕권을 수여할 수 있는 더 큰 권한과 영예를 선물한 것은 아닐까란 의문을 제기한다.
노리치의 이러한 서술 방식은 단편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근거를 가지고 시종일관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학문적으로 진지하게 파고들지 않으면서도 손쉽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그의 필력이 참으로 놀랍다.

기이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 속에는 기이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다. 교황이라고 하면 종교적 지도자로 세속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실제 교황들 중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함과 재산축적, 친족등용, 강간, 살인, 음모 등 죄악 속에서 허우적거린 교황들도 많이 있다. 이 책에는 교황들의 삶과 행동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복원하고 있다. 이 책은 “지금껏 읽은 역사서 중에서 가장 기이하고 재미난 이야기로 가득하다”는 해외 언론평을 받고 있다.

여교황 조안 이야기
“오늘날까지도 그 의자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놓여 있고, 교황선출 시에 사용된다. 그가 자격을 갖춘 사람인지를 증명하기 위하여 하위 성직자 중 한 사람이 고환을 만져 보고 그가 남자임을 증명한다. 그가 남자임이 확인되면 고환을 만진 사람이 큰 소리로 외친다. ‘그에게 고환이 달려 있습니다!’ 그러면 모든 성직자들이 ‘주여, 찬미 받으소서.’라고 화답한다. 그리고 그들은 교황 선출이라는 성스러운 일을 기쁜 마음으로 진행한다.”

그는 이 모든 일이 여교황 조안 때문에 일어난 일이며, 구멍 뚫린 의자를 만든 사람은 조안의 후임자였던 베네딕토 3세라고 구체적으로 확인해준다. 이 모든 이야기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인가? 여러 명의 자식을 두었다고 알려진 알렉산데르 6세를 포함한 후임 교황들이 손으로 몸을 더듬는-품위가 떨어지는-일까지 당했다는 사실을 솔직히 믿을 수 있겠는가?
_142쪽, 6장 교황 조안

여교황 조안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자임을 숨기고 교황이 되었다가 정확한 출산일을 알지 못해서 행차하다가 길에서 출산을 했다는, 그래서 여자임이 탄로났다는 정말 믿기 힘든 이야기이다. 여교황 조안이 레오 4세와 베네딕토 3세 사이에서 교황직을 수행할 만한 시간적 공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데도 계속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구멍이 뚫린 의자가 여교황 조안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

포르모스 교황의 사후재판 이야기
충격적인 사건 중의 하나는 포르모소 교황의 사후재판이다. 이미 장례를 치르고 수개월이나 지난 교황의 시신을 파내와 교황의 제의를 입히고 교황의 자리에 앉혀놓고는 재판을 받게 한 것이었다.

후계자인 스테파노 6세의 명에 따라 896년 3월 포르모소의 시신은 다시 꺼내져 사후 8개월 만에 교황의 제의를 입고 교황의 자리에 앉혀져 모의재판을 받았다. 그는 위증과 교황권에 대한 야망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기소를 당했는데, 그는 다른 교구의 주교 시절에 로마 교구의 주교직을 수락했다고 한다(오늘날에는 죄가 되지 않는다). 예상 가능한 결과였지만, 그에게는 유죄판결이 내려졌고 사제 서품을 포함하여 그와 관련된 모든 법적인 행위들은 가치가 없는 무효로 선언되었다. 이 판결은 엄청난 혼란을 불러왔으며, 포르모소의 시신은 (축성할 때 사용하던 오른쪽 세 개의 손가락을 제외하고) 티베르 강에 던져졌다.
_161쪽, 7장 니콜라오 1세와 창부정치

호색한, 족벌주의, 탐욕 등으로 얼룩진 최악의 교황들
역사상 최악의 교황으로 꼽히는 사람은 단연 알렉산데르 6세이다. 15세기의 교황이었던 알렉산데르 6세는 재임기간 동안 문란한 성생활을 즐겼으며, 자신의 가문과 아들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었고, 딸을 이용해 세력가들과 친분을 맺었다. 그의 아들인 체사레는 처제인지 여동생인지 아무튼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형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으며, 형을 암살했다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알렉산데르 6세는 ‘정조를 설교하면서 정작 자신은 정부를 끼고 살고, 영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세속적인 것만 생각하여 교회에 오명을 씌웠다.’고 비난 받는다. 중세 사람들의 도덕을 담당했던 종교의 최고 권력자가 오히려 비도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을 살았던 셈이다.

그리고 교황청을 최악의 창부정치로 얼룩지게 만든 요한 12세는 가장 방탕한 교황이다. 그는 그 시대에 수치도 모를 만큼 가장 방탕했던 두 남녀, 마로치아와 우고의 손자였으니 그렇게 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아래에 소개되는 이야기는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 마로치아의 손자(요한 12세)는 로마의 기혼녀들과 공개적으로 간통을 저지르며 살았다. 라테란 궁은 매춘의 훈련장으로 바뀌었고, 그가 처녀들과 과부들을 강간하니 독실한 마음으로 베드로 성지를 방문하려던 여성들이 그에게 당하지 않기 위하여 순례를 단념하기도 하였다.”
_167쪽, 7장 니콜라오 1세와 창부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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