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집단지능 (collective intelligence)과 자연속 떼지능(swarm intelligence)

Math/수학 이야기|2020. 3. 2. 06:00

나미비아의 대초원에 사는 흰개미는 진흙 알갱이에 침과 배설물을 섞어 2m 이상 솟아오른 둔덕을 만든다. 

개개의 개미는 집을 지을 만한 지능이 없지만 흰개미 집단은 역할이 서로 다른 개미들이 협력해 

탑처럼 거대한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흰개미, 개미, 꿀벌, 장수말벌 따위의 사회성 곤충이 집단행동을 할 때 

돌연히 출현하는 지적 능력을 일러 떼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 한다. 

사회성 곤충의 떼지능은 건축, 소프트웨어 개발, 로봇공학에 널리 활용되는 추세이다.
떼지능의 원리를 로봇에 적용하는 분야는 떼로봇공학(swarm robotics)이라 불린다. 

 

대표적인 연구성과는 미국의 센티봇(Centibot) 계획과 유럽의 스웜봇(Swarm bot) 계획이다. 

자그마한 로봇들로 집단을 구성하여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말하자면 떼지능 로봇 연구 계획이다.

미국 국방부(펜타곤)의 자금 지원을 받은 센티봇 계획은 키 30cm인 로봇의 집단을 개발했다. 

2004년 1월 이 작은 로봇 66대로 이루어진 무리를 빈 사무실 건물에 풀어놓았다. 

이 로봇 집단의 임무는 건물에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건물을 30분 정도 돌아다닌 뒤에 로봇 한 대가 벽장 안에서 수상쩍은 물건을 찾아냈다. 

다른 로봇들은 그 물건 주위로 방어선을 쳤다. 

마침내 센티봇 집단은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완수한 것이다.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의 컴퓨터 과학자인 마르코 도리고(Marco Dorigo)가 주도한 스웜봇 계획은 

키 10cm, 지름 13cm에 바퀴가 달린 로봇을 개발하여 떼지능을 연구했다.

1991년부터 개미 집단의 행동을 연구한 도리고는 로봇 12대가 스스로 무리를 형성하여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2014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8월 15일자에 킬로봇 (Kilobot)이 발표되었다. 

미국 하버드대가 개발한 킬로봇은 1,024(2의 10제곱)대의 로봇 집단이다. 

김밥처럼 원통형으로 생긴 킬로봇은 키 5cm에 지름은 3cm 정도이다. 

개미 집단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된 킬로봇은 떼지능으로 바다에 침몰한 여객기를 수색하거나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구조 작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8월 21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스워미즈(Swarmies)라 불리는 로봇 집단을 시험 가동 중이라고 발표했다. 

스워미즈는 네 개의 바퀴 위에 간단한 장치들이 탑재되어 있다.
NASA는 스워미즈가 우주로 운반되면 달이나 화성 등 행성 표면을 뒤지고 다니면서 

떼지능으로 유용한 광물질을 탐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곤충로봇 전문가인 로드니 브룩스는 일찌감치

“수백만 마리의 모기로봇이 민들레 꽃씨처럼 바람에 실려 달이나 화성에 착륙한 뒤에 

메뚜기처럼 뜀박질하며 여기저기로 퍼져나갈 때 

모기로봇 집단에서 떼지능이 창발(emergence)할 것”이라고 상상하고, 

곤충로봇의 무리가 우주탐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떼로봇공학은 전쟁터를 누비는 무인 차량이나 혈관 속에서 

암세포와 싸우는 나노로봇 집단을 제어할 때도 활용될 전망이다.
떼지능은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의 일종이다.

 

상당수의 지식인들이 집단지능을 ‘집단지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가령 흰개미 떼에게 지능은 몰라도 ‘지성’이 있다고 할 수야 없지 않은가. 

게다가 와글와글하는 군중이나 떼거리처럼 모든 집단이 반드시

‘지성적인’ 행동을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출처 :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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