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2004)

Info/범죄-사기|2022. 12. 12. 09:00

책소개
FBI 요원이었으며 범죄심리 전문가인 지은이가 살인자들의 범죄심리와 범죄 패턴을 분석한 책. 희생자의 상태, 주변 환경, 연쇄적 범죄에 따른 공통증거로 범인을 분석해내는 '프로파일링(Profiling) 기법'을 이용해 범인을 맞추는 과정을 담았다. 지은이는 살인의 네 단계, 즉 범행 전 단계, 범죄 실행 단계, 시체 처리 단계, 범행 후 행동 단계 등을 이용해 범인의 심리나 환경을 추측했다.

지은이가 경험했던 사건 혹은 범죄연구에 대한 각종 사건들에 대한 소개와, 프로파일링 기법을 이용해 범인상을 분석하는 과정이 책의 주요 내용을 이룬다. 지은이가 교도소로 직접 찾아가 나눈 살인범과의 대화도 읽을 수 있다.

'누가 살인했는가'하는 범인 잡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왜 살인했는가?'에 중점을 두어 살인범들의 심리적 상태와 그렇게 되기까지의 가족 혹은 사회 상황을 정리했다. 사례 중심으로 씌어져 쉽고 빠르게 읽힌다. <양들의 침묵>, <한니발>의 작가 토머스 해리스 또한 그 소설들을 쓰기 전에 로버트 레슬러에게 경험담을 실제로 듣고 참고했다고 한다.

1994년 출간되었던 <FBI 심리분석관>의 개정증보판이다.


목차
01. 어느 흡혈귀 이야기
도시에 나타난 뱀파이어 | 범죄 프로파일링을 시도하다 | 마흔네 번의 추가 살인 직전 | 흡혈귀가 되어버린 이유 | 총기 사용을 시작하다 | 범죄자에게 보이는 환상

02. 범죄자와 싸우는 사람들
아홉 살 꼬마들의 탐정사무소 | 범죄와의 전쟁을 위한 과정들 | 마침내 FBI 요원으로 | 본격적인 범죄심리학 교육 | 제3의 수사를 위한 도전 | 살인자의 심연을 들여다보라 | 무엇이 제대로 된 원칙인가 | 마침내 허락받은 면담 프로그램

03. 살인자와의 인터뷰
살인자와 한 방에 갇히다 | 면담에도 자격이 있다 | 범죄자와의 면담 요령 | 살인을 부르는 이교도 집단 | 단 한 명의 생존자 | 또 다른 유형의 짐승 | 살인자로 키워진 사람

04. 왜 살인자가 되었는가
사람이 살인자로 변할 수 있는 이유 | 불우했던 어린 시절 | 성에 대한 극도의 컴플렉스 | 불우한 환경은 극복될 수 있다 | 환상을 좇는 범죄 | 가속도로 치닫는 살인 충동

05. 신문배달소년의 죽음
일요일 아침의 공포 | 범인상을 그려나가다 | 다시 찾아온 악몽 | 분석자료와의 놀라운 일치 | 소년을 향한 범죄 환상 | 마지막에 발견한 최초의 살인

06. 범죄 유형의 두 얼굴
조직적 범죄와 비조직적 범죄 | 철저한 계획 아래 움직이는 괴물들 | 여자를 향한 분노 | 숲 속에서 탈출한 두 여인 | 비조직적 살인범의 엽기 행각 | 멈추지 않는 비극의 시대

07. 프로파일링이 보여준 성과들
거짓말탐지기를 통과한 범인 | '무엇' + '왜' = '누구' | 대통령 암살범 존 힝클리 | 새벽녘의 습격 | 피를 마시는 변태성욕자 | 백화점에서 사라진 아이

08. 상상을 뛰어넘는 범죄 조작 패턴
스타킹 살인사건 | '살인마 잭'의 정체 | 가짜 협박전화 | 아직 살아 있다는 희망으로 | 제3의 범죄조작극

09. 또다시 살인을?
실연과 환상이 겹쳐진 범죄 | '혼합형' 범죄자 | 악마의 연극 | 계속되는 공방들

10. 저 나은 범죄수사를 위한 진통
범죄자 추적 프로그램의 강화 | 핵심을 벗어나는 수사기관들 | 드디어 형사 시스템 구축이 실현되다

11. TV에 나온 두 살인마
범죄자와의 토크쇼 방송 | 당대 최악의 살인마 존 게이시 | '살인'과 '봉사'의 이중 생활 | 스스로를 변호하는 이상성격 | 어머니에 대한 적개심 | 살인으로 충족하는 성적 쾌락 | 무책임한 정신과 의사들 | 사형만이 최선의 길인가

12. 이제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
앞다투어 보도되는 FBI 프로젝트 | 범죄심리 강의에 나타난 두 가지 반응 | FBI에 온 심령술사 | 영화 '양들의 침묵'의 실제 모델 | 범인 측의 증인에 서다 | 여전히 계속되는 괴물과의 싸움


‘연쇄살인범(serial killer)’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FBI 심리분석관 로버트 레슬러가 쓴 범죄심리 분야의 고전!

데이비드 버코위츠…… 그는 뉴욕 밤거리, 호젓한 길가에 세워진 차를 무작위로 덮치며 하룻밤에 6명의 여인들을 이유 없이 죽인 장본인이다. 죽음 직전까지의 부상을 입은 사람도 6명이나 된다. 살인을 저지르기 전, 그는 뉴욕 시내에서 1,488차례나 방화를 저질러 이를 자신의 <방화일지>에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 버코위츠는 어릴 적 입양되었고, 14살 때 양부모가 죽자 수소문 끝에 생모를 찾았다. 그러나 자신이 찾아온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생모와 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생모, 즉 여자에 대한 증오심을 키웠고 이것이 더욱 확대되어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성 관념을 갖기 시작한다.

 

듀안 샘플즈…… 마음에 두고 있던 여인이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그는 여자의 목과 몸통을 수차례 난자하여 죽였고, 이후 경찰은 시체의 내장과 피가 그 주변에 흘러넘치고 있었다는 끔찍한 증언을 하였다. 함께 있던 여인의 친구 또한 자신의 갈라진 배를 움켜잡고 도망친 결과 구사일생으로 살 수 있었다. 샘플즈는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과를 장학생으로 입학한 자로, 지능지수도 상위 5퍼센트 내에 들었으며, 경찰과의 면담 때도 놀라운 논리력으로 자신을 변호하였다.

 

테드 번디…… 특별히 ‘자기 취향에 맞는’ 얼굴 유형을 갖고 있는 여자들만 골라 서른 건 이상의 살인을 저지른 그는, 살인 직전의 강간뿐 아니라 죽인 후에도 시체를 욕보이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살인자로 변하기 전의 그는 조신한 법학생. 그러나 재정적 지원이 끊긴 이후 법학 공부를 그만두게 된 ‘범행 전 스트레스’에 시달린 그는 스스로의 욕구불만을 여자에 대한 강간 및 살인으로 해소하였다. 하지만 그가 법학 공부를 계속했다 하더라도, 변화가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 어릴 적 주변인들로부터 성적인 폭행을 당하고 살아왔던 번디의 내면에는 어쩌면 늘 살인의 욕구가 도사리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누가 살인했는가”를 찾기보다, “누가 그에게 ‘살인’이라는 환상을 제공했는가?”를 찾아라
위에서 거론한 인물은 이 책 『살인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소개되는 다수의 범죄자들 중 세 사람으로, 다만 엽기적 살인행각이라는 결과뿐 아니라, 살인의 원인이나 과거의 특이한 경험이 무엇이었는지를 제시하기 위해 적어보았다.
이 세 인물의 행동 패턴을 보면, 한국에서 연쇄살인을 저질러 전 국민을 놀라게 한 이춘재, 유영철, 강호순 등의 범죄자와 무척 닮아있다. 이는 ‘다수를 죽였다’는 그 수효의 놀라움 때문만은 아니다. 여자에 대한 증오심,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사람(혹은 세상), 가난, 결핍 등 살인이라는 이상 범죄를 일으키도록 부채질한 내면 속의 ‘그것’이,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속에 등장하는 살인자들이 갖고 있는 공통요소이기 때문이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소재가 되었던, 실제 FBI 심리분석관이 쓴 ‘범죄심리학의 바이블’
이 책은 미연방수사국(FBI)에서 ‘범죄심리분석관’으로 근무하면서 연쇄살인범에 대한 수사 및 면담인의 대가로 알려진 로버트 레슬러가 쓴 수사기록으로, 1992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범죄심리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자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처음 FBI 시절엔 그도 단순한 범죄나 테러 사건 등을 쫓아 수사를 진행하는 일반 요원이었지만, 다수의 혹은 다양한 유형의 사건을 접해오면서 어느새 범죄심리 및 특징적인 범죄 패턴을 추측해내는 범죄심리 전문가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범죄심리분석관’이라는 특별업무를 맡게 된 그는, 미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가공할 만한 연쇄살인을 맞닥뜨리면서 별반 단서 하나 없는 열악한 조건 아래서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범인상을 유추해 내었다. 무엇보다 희생자의 상태, 주변 환경, 연쇄적 범죄에 따른 공통증거만 가지고 범인상을 분석해내는 ‘프로파일링(Profiling) 기법’을 이용하여 범인상을 정확하게 맞춰가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고,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던 난해한 수사에 결정적인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다.
당시엔 엄연한 의미의 과학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근래 들어 이 기법은 미국 이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범죄 수사연구에 있어 그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이 프로파일링을 정확히 하기 위해선 살인의 네 단계, 즉 ‘범행 전 단계’ ‘범죄 실행 단계’ ‘시체 처리 단계’ ‘범행 후 행동 단계’를 분석관 스스로 추측해가면서 범인의 심리나 환경을 그려가는 것이다. 가령 7명이나 죽인 범인이 희생자의 피까지 마신 흔적을 발견했을 때, 저자의 프로파일링 기술서를 보자.

백인 남성, 25~27세가량, 영양실조 환자처럼 깡마른 외모, 극히 지저분한 주거지, 정신병력 및 마약 경험 있음, 남녀 불문하고 교제가 거의 없는 외로운 인물, 자기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냄, 실직상태, 어떤 형태로든 장애연금수령 가능성, 동거인이 있다면 부모 정도이나 가능성 희박, 군복무 경험 없음, 고교 혹은 대학 중퇴,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중증피해망상 환자로 예상…….

결국 범인으로 붙잡힌 리처드 체이스는 위의 예측 사항 가운데 90퍼센트 이상이 일치했다.
이러한 실적들은 ‘범죄인 성격조사 프로젝트’나 ‘흉악범죄예방 프로그램’과 같은 첨단화된 범죄 연구로 진화되어, 현재 미국에서 놀라운 정확도를 보여주면서 미궁에 빠진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다.
게다가 저자 로버트 레슬러는 한 번 살인을 저지른 뒤 시차를 두어가며 유사한 방법으로 사인을 반복하는 범죄자들을 일컬어 ‘연쇄살인범(serial killer)’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인기대중소설가 토머스 해리스는 저자를 만나러 직접 FBI로 찾아와, 로버트 레슬러의 여러 수사 경험담을 들은 뒤, 영화로도 발표된 소설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 등을 쓰게 되었다.

연쇄살인을 부르는 두 개의 망령 : ‘비뚤어진 성(性)’ 그리고 ‘비정상적 소년기’
이 책에는 저자가 겪었던 사건 혹은 범죄연구에 대한 각종 사연들이 12개의 꼭지로 나눠져 소개되고 있지만, 크게 보면 세 가지의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다.
첫째, 흉악한 범죄 그 자체를 흡사 영화처럼 긴박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둘째, 시체의 상태나 주변 여건 몇 가지만 보고도 (위의 프로파일링 기법에 의거하여) 과학․심리학적 요소를 아우르는 범인상 분석 작업을 하는 저자의 관점이 소개되고, 셋째, 저자가 교도소로 직접 찾아가 무시무시한 살인범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눔으로써 범인의 특징과 내면 상태를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단순한 범죄 수사일지도 아닌, 골치 아프고 어려운 사회과학서도 아닌, 스릴러소설 같은 흥미성을 담은 책도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한 사건기록을 읽다가도, 범죄자들과의 인터뷰 대목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적인 연민의 감정을 유발시키게 되며, 저자의 프로파일링 서술을 접하면서 독자들 또한 예리한 통찰력을 발하며 저자의 관점을 따라가게 된다.

 

저자 로버트 레슬러가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소개하려고 했던 바는, 단순히 미궁에 빠진 사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던 자신의 실적을 자랑하고 싶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의 국내판 제목처럼 살인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누가 살인했는가’ 하는 범인 잡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라 ‘왜 살인했는가?’ 즉 살인범들의 내적인 상태와 그를 그렇게 내몰게 된 가족 혹은 사회에게 오히려 회초리를 들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자라서도 완전히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 애정이 없는 어머니, 학대를 일삼는 아버지나 형제들, 손놓고 구경만 하는 학교, 있어도 소용이 없는 사회복지단체,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인 성관계를 맺지 못하는 본인의 무능력 등은 이상성격자를 만들어내기에 딱 좋은 조건이다. 다시 말해 결함이 있는 가정과 사회는 범죄적인 행동과 환상을 키우는 온실 같은 환경을 만들어내 결국에는 무시무시한 비극을 불러온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선진화될수록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보다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에게 가하는 무차별적인 살인이 주를 이루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묻지 마 살인’의 주인공들은 모두 ‘비뚤어진 성 관념’ 그리고 ‘어린 시절의 불우함’이라는 두 개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어느 사건에서도 이 두 개의 요소가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는 예가 없다는 점이 놀랍다. 물론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었다고 해서, 혹은 성적 능력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하여 모두 이렇게 살인자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거꾸로 말해서, 많은 연쇄살인범들이 이러한 공통 원인을 소유하고 있음 또한 무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성도착적 절도행각과 연쇄살인을 저지른 윌리엄 하이렌스는 그가 죽인 여자의 립스틱으로 벽에다 이렇게 써놓았다. “더 죽이기 전에 제발 날 잡아줘. 난 통제불능이야(For heavens sake catch me Before I kill more. I cannot control myself).”
치밀한 계획하에 범죄를 저질렀든, 우발적인 살인을 했든 간에, 대부분의 살인자들은 하이렌스의 낙서처럼 이중으로 분열된 자아와 싸우고 있다. 통제불능이 되어버린 이들의 행동을 말릴 방법은 되도록 빨리 범인을 색출하여 검거하는 ‘수사 시간의 단축’이 아니라, 범죄분야에 있어 과학적이고 심리적인 연구를 통해 잠재적 살인자를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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