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 - 한 출판편집자의 회상 (오쓰카 노부카즈, 2007)

시나리오/철학-교육|2022. 8. 17. 12:00

목차
편집자로 보낸 40년의 기록_글을 열며

1. 애송이의 수업
-이와나미쇼텐의 ‘신입사원 교육’
-특집 기획을 맡다

2. 철학자들
-‘강좌·철학’의 편집
-편집 스승과의 만남
-개성이 두드러진 사람들

3. 신서 편집과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
-청판의 시대
-황판의 출발
-프랑크푸르트 커넥션

4. 지적 모험의 바다로
-‘현대선서’와 ‘총서ㆍ문화의 현재’
-‘20세기 사상가문고’와 ‘강좌·정신과학’
-『마녀 랑다고』 『세기말의 빈』 등

5. 불가능에 대한 도전―『헤르메스』의 고리 Ⅰ
-문화 창조를 위한 계간지
-정신적 지주로서의 하야시 다쓰오

6. 지적 모험의 여행을 즐기다
-단행본과 새로운 시리즈
-‘신이와나미강좌·철학’과 단행본

7. 편집장으로서의 후반전―『헤르메스』의 고리 Ⅱ
-동인들의 분발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과학자까지

8. 전환기의 기획―종반의 작업
-장르를 넘어선 강좌
-『나카무라 유지로 저작집』에서 『편하게 죽고 싶다』까지
-21세기를 위한 몇 개의 시도

마침내 40년 동안 찾아온 ‘유토피아’를 엿보다―글을 맺으며
커다란 손바닥 안에서 저질러온 반역-저자 후기
한 편집자의 삶에서 보는 한 시대의 지성사-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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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1. 이와나미쇼텐, 일본의 지(知)를 대표하는 이름
한 나라, 한 민족의 의식 수준은 세계에 내세울 만한 출판사를 갖고 있는지의 여부로 알 수 있다면 비약일까. 영국의 펭귄, 프랑스의 갈리마르, 독일의 주어캄프가 그 나라의 지성을 대표하는 이름이라면 일본에서는 단연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을 들 수 있을 것이다. 1913년 간다(神田)의 고서점에서 출발한 이와나미쇼텐은 명실상부 일본을 대표하는 출판사로서 100년 가까이 일본의 지적·정신적 자산을 만들어왔다. 수많은 저자를 발굴하고 지원하여 일본의 아카데미즘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세계』『사상』과 같은 잡지를 통해 근대 이후 담론의 중심을 이루었으며, 이와나미문고·이와나미신서 등의 염가판으로 고금동서의 양서를 널리 보급하여 ‘이와나미 문화’라는 말을 낳기도 했다.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는 일본의 학문과 문화가 크게 도약하던 시기 이와나미쇼텐이 어떻게 그 현장을 이끌어갔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표면으로는 한 편집자의 회상록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개인의 삶을 초월하여 펼쳐지는 지성사의 거대한 자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2.『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는 어떤 책인가
1) 한 편집자의 40년, 일본 아카데미즘의 40년
1963년, 대학을 졸업하고 이와나미쇼텐에 입사한 ‘애송이’ 오쓰카 노부카즈는 입사하자마자 회사를 지배하는 일류의식에 거부감부터 맛보았다. 그는 물정 모르던 애송이 티를 차츰 벗겨내면서 ‘반(反)이와나미’라 할 수 있는 대담하고 신선한 기획들을 만들어가는데, 그때만 해도 그것이 기성의 학문 위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주류가 되리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단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이런 것도 하나쯤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만든 책들이 학계에 반향을 일으키고 독자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지은이는 서서히 일본 아카데미즘을 주도하는 편집자로 성장해갔다.
오쓰카 노부카즈가 편집자로 일하면서 세상에 내놓은 ‘이와나미현대선서’ ‘총서·문화의 현재’ ‘신이와나미강좌·철학’ 등은 지성계의 한 획이 되었고, 오에 겐자부로·이소자키 아라타·야마구치 마사오 등 수많은 학자?예술가?작가 들이 그를 둘러싸고 서로 교류하며 문화의 폭을 넓혀나갔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바탕으로 지(知)의 경계를 종횡무진 뛰어넘은 지은이의 경쾌한 발놀림은 그가 만든 잡지의 제목 그대로 ‘헤르메스’의 활약을 방불케 한다. 능란한 지휘자처럼 각각의 틀에 갇힌 학문을 매개하여 화음을 빚어낸 지은이의 40년은 그 자체로 일본 아카데미즘의 궤적이 되었다.

2) 편집이란 무엇인가
“편집자야 뭐 결국 패배자 아닌가요?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니까요.”
어느 날 후배 편집자로부터 자조 섞인 푸념을 들은 오쓰카 노부카즈는 깜짝 놀란다. 그에게 편집이란 글을 쓸 능력이 없어 마지못해 택하는 일이 아닌, ‘한 권 한 권마다 저자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인간관계에 기초하는’ 일이었다. 특별한 의무감이나 사명감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좋고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이 좋고 상대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좋아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온 마음을 기울였을 뿐이었다.
지은이는 굳이 후배 편집자에 맞서 ‘편집이란 무엇인가’를 구구히 늘어놓지 않고 자신의 인생으로 답해 보인다. 편집은 무엇보다도 편집자 자신의 지적 욕구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과 진심으로써 완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이 책 전반에 걸쳐 열거되는 수많은 저자의 이름은 그의 진심에 응해준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와 다름없다. 사재를 털어 이와나미쇼텐을 돕겠다는 한 노학자의 제안에 흘린 감동의 눈물 또한 사람의 체온에 뿌리를 내린 출판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

3) 출판과 인문학의 위기를 맞아
‘단군 이래 최대의 출판 불황’이라고들 한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1997년 이와나미쇼텐의 사장으로 취임한 지은이는 인문학이 주도하던 시대의 몰락과 노도처럼 밀려오는 출판 불황의 현장을 지켜보며 ‘활자를 떠나는 현상에 브레이크를 걸’ 방안을 찾았다. 그가 40년 동안 이끌어온 아카데미즘은 대학의 담 안에 갇힌 고루한 것이 아니라 한 민족의 사고를 지탱하는 척추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이었다.
지은이는 주목할 만한 박사논문을 저렴한 가격으로 출판하는 ‘이와나미아카데믹총서’를 발족시키고, 책을 등지는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인터넷과 출판을 조합한 ‘인터넷 철학아고라’를 만들었으며, 각계의 전문가와 연구자에게 끊임없이 조언을 구함으로써 활로를 찾아왔다. 또한 2003년 회사를 그만둔 뒤 동아시아 출판인회의를 만들어 한국·중국·홍콩·대만 등지의 출판사들과도 활발히 교류하며 공동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거대자본에 의한 명문 출판사의 흡수·합병이 일상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출판사 이름은 남아도 실제로는 어느 대기업의 산하에 있는 식이다.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이러한 현상 속에서 “이와나미쇼텐이라는 브랜드를 지키는 것은 일본문화의 수준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오쓰카 노부카즈의 용기와 자부심이 부럽기까지 하다. 이처럼 이 책은 전환의 시기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하나의 메시지이며, 독자들은 이를 통해 출판이 지키고 나아가야 할 바가 무엇인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거기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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